정유사 “갑의 횡포로 보기 어려워” vs 주유소 “적어도 차액은 돌려 받아야”
#경북 상주시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주변 공사현장에서 5일간 경유 2만리터의 공급을 요청받았다. 이에 정유사 영업사원에 당일 공급가격을 물었지만 확정가격은 알려주지 않고 리터당 1541원의 입금가격을 통보받았다. 주유소는 당시 확정가격이 임금가에서 20~30원 감액된 점을 감안해 입금가격에서 20원만을 더해 1561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월말 확정가격이 리터당 1546원으로 통보되면서 카드수수료 23.6원을 제하고 리터당 8.4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과거 정유사와 주유소간 갈등을 빚었던 ‘사후정산 관행’ 논란이 또 다시 불거지면서 양측의 소리없는 전쟁이 예상된다.
지난 25일 중소기업중앙회는 정유사와 주유소간의 ‘사후정산 관행’에 반발하며 정부에 시정조치를 요청하고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그간 정유사가 주유소에 제품을 공급할 때 가격을 확정하지 않고 1주일에서 길게는 2개월 후 물품 가격을 결정해 정산해 왔다고 밝혔다. 주유소는 원가를 모른 상태에서 판매가를 책정했으며 정유사로부터 사후정산 차액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통상 주유소에서 정유사에 제품 주문을 주문할 때 정산가격보다 리터당 약 30원 높은 입금가격을 선입금한다”면서 “하지만 정산 후 잔액을 돌려받지 못하고 다음달 제품구매시 차감하기 때문에 자금과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정유사는 전국 1만256개 자영주유소로부터 최소 615억원 이상의 금액을 근거없이 미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정유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사후정산 방식을 강요하고 있지 않으며 업체에 따라 거래시 선택권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산시 선입금한 금액보다 할인이 되는 경우도 있어서 주유소 측에는 유익한 점이 많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사후정산은 ‘불이익제공행위’가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결도 있었기 때문에 주유소 업계가 ‘갑의 횡포’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지급 금액과 관련해서도 발생하는 차액이 크지 않은데다 정유사가 주유소의 채권을 갖고 있으면 상계처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관행을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하고 정유사들에 시정조치를 내렸다. 정유사들은 항소했고 결국 지난 2013년 대법원은 정유사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법원은 사후정산이 주유소에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조건을 설정 또는 변경해 공정한 거래를 막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주유소협회 측은 정유사와 전량구매 계약을 체결한 대부분 주유소가 강요에 의해 사후정산을 선택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주유소협회가 지난 2013년 전국 1만3000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진행한 ‘주유소 경영실태’ 조사에서도 상당수가 사후정산을 불편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2407개 주유소 중 ‘사후정산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23.4%였던 반면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주유소는 58.6%를 차지했다.
비교적 규모가 큰 주유소는 기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판매에만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라 사후정산이 도움이 된다고 보는 반면 소규모 업체들은 그렇지 않다는 게 협회 측 분석이다.
이에 주유소 업계에서는 “석유제품 시장이 치열한 가격경쟁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사후정산으로 인해 원가절감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적어도 차액은 바로 환불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아울러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더라도 올바르지 않은 관행이라면 바꿀 여지는 있어야 한다”며 정유사 측의 시정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주유소협회 측에서는 해당 사안에 대한 대응책을 검토 중에 있다. 다만 과거 법원에서 판결을 내린 바 있기 때문에 법적 분쟁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차재서 기자 sia0413@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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