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재 청산하고 중공업 중심 사업구조 개편 논하더니
(주)두산은 지난 2일 면세점 사업 진출을 위해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신청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한류와 쇼핑의 메카 동대문 ‘두산타워(두타)’를 면세점 입지로 키우는 것이다.
두산 측은 두타 쇼핑몰은 그대로 유치하고 다른 층을 활용할 계획이라며 면세점이 들어서면 동대문 지역 관광 및 상권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의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기술중심, 제조업 중심으로 전환한 두산이 갑자기 면세사업에 뛰어 들겠다고 한게 선뜻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두산의 핵심 사업포트폴리오인 중공업, 건설 등이 어려움에 처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타 분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자칫 박 회장이 구상했던 미래비전이 잘 못 됐음을 인정하는 셈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박 회장은 ‘두산테크포럼’에 참석해 “두산이 선도 기업을 뛰어 넘어 기술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대외적으로는 중공업 분야를 포함한 최신 기술 분야에 투자 발언을 했지만 뒤로는 실질적인 수익 창출 모델을 찾고 있는 반전 카드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유통업계 또한 두산의 면세점 사업 진출에 호의적이지 않다. 이미 철수한 기업이 다시 진출하는 것은 과열되어 있는 시장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더욱이 M&A를 통한 사업 변화를 모색한 두산이지만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두산이 면세점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면세점은 한국 서비스 산업 ‘부흥(復興)’의 견인차로 주목되고 있다. 더욱이 황금알로 불리는 한국 면세점 산업은 지난 2007년부터 매년 평균 20%대의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영국, 중국 면세점 시장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등극했다. 더욱이 이들 국가들과의 격차는 매년 벌어지고 있다. 모든 기업들이 면세점에 도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면세점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비즈니스'으로 일컷지만 과잉 확장과 과열 경쟁에 대한 부담 또한 여느 사업 분야와 다름없다. 더욱이 외국인 관광객 추이에 따른 변수가 커 충분한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지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현재 국내 면세시장의 선두 주자는 롯데로 시장의 절반 이상(53%)을 장악하고 있다. 그 뒤로 호텔신라가 30%대 초반 시장 점유율로 2위를 이후 동화면세점, SK네트웍스(워커힐), 신세계조선호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등의 순으로 분류되고 있다.
두산그룹은 1960년대 건설, 식음료 기계, 1970~1980년대 유통 생활 문화 기술 소재 부문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성장한 기업이다.
하지만 1996년 창업 100주년을 맞아 소비재 위주의 사업 구조를 수출 중심의 중공업으로 재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두산은 OB맥주를 포함해 주요 계열사와 자산을 매각하고 23개 계열사를 (주)두산, 두산건설, 두산포장, 오리콤 등 4개사로 통합했다.
두산그룹은 발전·담수 사업이 주력인 두산중공업(전 한국중공업), 고려산업개발, 두산인프라코어(전 대우종합기계) 등을 인수하면서 중공업 중심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글로벌 경기불황으로 두산그룹의 주요 사업인 건설, 조선, 중공업, 기계 부문 모두 극심한 업황 부진에 고전했다. 더욱이 업황의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위기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두산 측은 면세점 사업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두타 쇼핑몰을 지난 16년 동안 운영하면서 유통 노하우를 축적했고 연간 700만 명의 외국인이 방문하는 동대문의 랜드마크로 ‘두타’를 성장시켰다는 것이다.
두산 관계자는 “면세점 유치를 통해 동대문 지역이 명동에 이어 서울의 제2의 허브 관광지로 육성시킬 계획”이며 “동대문 지역의 관광 인프라 업그레이드를 위해 면세점 입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이 면세점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다시 소비재 산업에 진출하겠다는 의미”라며 “15년간 순차적으로 진행된 사업구조조정이 원래로 돌아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스스로 방향설정이 잘 못됐음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두산그룹의 현실로 볼 때 새 사업보다는 위기에 처한 계열사들을 재정비하는 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경현 기자 squashkh@
뉴스웨이 윤경현 기자
squashkh@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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