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팔이’ 시청률이 연일 20%를 선회하며 미니시리즈 시청률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이런 흥행 돌풍은 최근 부진하던 안방극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됨은 물론이고 광고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극본 장혁린, 연출 오진석, 제작 HB엔터테인먼트)신드롬이 우리에게 던지는 또 다른 메시지는 바로 분노, 즉 화를 참지 못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낫낫히 파헤쳤다는 점이다. 조현재, 김태희, 장광 등 갑질 인간들의 공통점은 바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그 화를 상대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들은 살인이라는 어마어마한 죄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저지른다. 이런 행태는 최근 빚어지고 있는 현대인의 화, 분노를 참지 못하는 현상을 고스란히 꼬집고 있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용팔이’를 보면서 고해성사를 하듯 대리만족하고 몰입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용팔이’에는 주원이 있지 않은가. 세상 가장 밑바닥까지 내몰리면서도 복수의 칼 대신 매스를 들었던 그의 행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지난 24일 방송에서 복수에 대한 확고한 의견 차이로 갈등을 겪던 태현(주원 분)과 여진(김태희 분) 커플이 결국 이별하는 스토리로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전개에 이목이 집중됐다.
두 사람의 이별 촉매제는 도준(조현재 분)의 죽음이 불러왔다. 대정그룹 최회장(고인범 분)과 도준을 사이에 두고 복수심과 라이벌 그룹 간 경쟁심에 의해 한바탕 전쟁을 치르던 여진이 도준을 죽음에 이르도록 교묘하게 계획한 사실이 드러난 것.
위험을 감수하고 도준을 병원에서 가까스로 탈출시킨 태현은 헬기착륙장에서 대정그룹이 보낸 살수들과 맞닥뜨리게 됐고 결국 도준의 참혹한 죽음을 목격했다.
배신한 비서실장에 의해 도준의 탈출 루트가 대정그룹 측에 전달됐고 이 과정을 태현이 이끌 것이라는 사실 역시 사전에 노출됐지만 어떤 제재도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방관한 게 바로 여진이라는 것. 오히려 여진은 제 손으로 오빠를 대정그룹 측에 넘겼다는 비난을 빗겨갈 수 있도록 한 발 물러선 영리한 전략을 구사한 것과 다름없었다.
여진의 계획에 스스로가 이용당한 사실을 알게 된 태현의 분노는 컸다. 잔혹한 복수전을 그만 멈추라는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신을 이용해 복수의지를 강행한 여진에 대해 깊은 절망마저 느끼며 함께 할 수 없음을 통보했다.
무엇보다 모두가 갑이 되고 싶어 빚어진 이 같은 비극에 더 이상 속하고 싶지 않음을 절박하게 느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갈 마음을 굳혔다. 태현 역시 갑이 되길 원했지만 막상 한신병원 12층에 올라온 뒤 목격한 갑들의 세상은 벗어나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여진에게도 사정은 있었다. 태현의 어머니 죽음에 얽힌 VVIP가 자신임을 알게 되며 벽이 생겼고, 무엇보다 이 같은 결정엔 태현 대신 한신그룹을 택했다는 표현이 더 맞았다. 악어들이 사는 세상에서 그만 나와 자신과 함께 하자는 기다림 의지를 태현이 전했지만, 여진이 재벌 그룹 회장 자리를 내려두고 함께 할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태현은 결국 여진의 곁을 떠나 자기 자리로 돌아갔고, 여진은 악어들의 세상에 남았다. 떠나는 태현 곁에 여진이 붙여준 수하 상철(민진웅 분)이 남으며 둘의 재결합 가능성도 열어두었지만, 방송 말미 채영(채정안 분)이 도준을 떠나보내고 심상치 않은 표정을 하는 모습은 결코 끝나지 않을 복수의 고리를 예감케 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시청률 고공행진 중인 ‘용팔이’ 결말은 어디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미경 기자 mkhong@
뉴스웨이 홍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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