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보다 무서운 건 사고의 순간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사고를 목격하고도 살아난 사람들은 불쑥 떠오르는 참혹한 순간의 기억 때문에 또 다른 고통에 시달린다.
9일 오후 방송된 JTBC 금토 미니시리즈 ‘디데이’(극본 황은경/ 연출 장용우/ 제작 ㈜SMC&C)7회에서는 지진 후 42시간이 경과된 모습이 전개됐다. 이 가운데 사고 후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끔찍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어떤 고통을 받는지를 통해 재난의 무서움과 그들의 아픔을 돌아보게 했다. 이와 함께 미래병원이 용광 소방서의 임시거점이 되면서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어 새로운 이야기 전개를 예고했다.
눈 앞에서 환자가 건물에 깔리는 걸 목격한 이해성(김영광 분)은 환청에 시달리고 악몽을 꾼다. 그는 자신의 침대에서 잠깐 눈을 붙인 사이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듯한 꿈을 꾸더니 이내 죽은 환자가 무너진 건물에서 살려달라고 손을 내미는 모습 등 여러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악몽을 꿨다. 그는 앞서 혈액을 구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죽은 환자의 환청 때문에 붕괴된 건물의 잔해를 치우다가 오토바이를 노린 괴한한테 맞고 쓰러지기도 했다.
이해성의 이런 증상은 과거 부모님이 사고로 죽는 걸 목격한 것까지 겹친 트라우마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해성의 부모는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아버지는 죽고, 어머니는 식물인간이 되어 미래병원에 누워있다.
강주란(김혜은 분)은 지진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아들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 아들 생각에 또래 환자를 소홀히 다루는 후배를 신경질적으로 나무라기도 했던 강주란은 이날 방송에서는 사망자 중 아들과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소리에, 사진이 든 봉투를 차마 열어보지도 못한다. 나라의 아빠는 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람을 각목으로 때리고 오토바이를 빼앗는 나쁜 짓도 하고 만다.
그러나 이런 트라우마를 이겨내게 해주는 힘은 사랑이다. 이해성은 환청이 들리고 악몽에 시달리는 내면의 불안함 속에서도 환자를 살려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버틴다. 강주란도 내 아들을 누군가가 돌보고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나도 그들처럼 누군가를 돌봐야 한다고 말한다. 나라 아빠는 이해성이 나라의 호루라기를 갖고 있는 걸 보고 그를 병원으로 데리고 와서 이해성을 구한다. 이해성이 딸의 은인의 은인이란 사실을 알고는 눈물로 사죄하는 등, 가족을 잃은 아픔으로 생긴 트라우마를 탈피할 수 있는 통로 또한 가족의 사랑이라는 메시지에 새삼 코끝을 찡하게 했다.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는 상황에서 사리사욕만 채우려는 권력자들의 모습은 분노와 긴장을 증폭시켰다. 미래병원을 소방본부 임시 거점으로 선정하는데 반대하던 박건(이경영 분)이 오케이를 한 건 “병원장에만 머물 것 아니지 않느냐”는 구자혁(차인표 분)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자신의 야욕 때문이다. 박건이 뉴스 인터뷰에서 “한 명으로 더 살려보자는 마음으로 병원 문을 열었다. 환자를 잃게 될까 봐 의사로서 마음이 미어진다”며 울먹이는 듯한 연출을 하는 장면은 울분을 토하게도 했다. 구자혁 역시 속내를 숨기고 병원 환자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듯한 따뜻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디데이’는 트라우마로 고통 받는 인물들이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동시에, 미래병원이 소방서의 거점이 되면서 모든 주요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얽히고설킨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것을 예고했다.
2015년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는 JTBC 금토 미니시리즈 ‘디데이’는 서울 대지진, 처절한 절망 속에서 신념과 생명을 위해 목숨 건 사투를 벌이는 재난 의료팀의 활약상을 그린 드라마로 오늘(10일) 오후 8회가 방송된다.
김아름 기자 beaut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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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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