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김동관·박서원, 미래 신성장 사업 발굴 임무 받아전문성·정통성 갖춘 인재들···빨라진 의사 결정 과정은 藥先代 성과 넘으려면 책임의식 갖고 낮은 자세로 임해야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11월 말에 발표한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정 전무는 현대중공업에서 조선과 해양 영업을 총괄하는 영업본부 총괄부문장 자리에 올랐다.
더불어 한화그룹도 지난 6일 단행한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상무를 전무로 승진 발령했다. 김 전무는 그동안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 계열사에서만 일하면서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태양광 사업을 주도적으로 챙겨왔다.
한화생명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 전무의 동생 김동원 씨도 디지털팀장에서 전사혁신실 부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핀테크 사업을 키우는 자리에 나서고 있다. 핀테크 사업은 한화그룹이 금융 사업 부문에서 역점을 두고 육성하는 미래 사업군 업종 중 하나다.
두산그룹 역시 박용만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 총괄 부사장에게 면세점 경영을 총괄하는 유통전략담당 전무 직함을 맡겼다. 유통담당 전무 직급은 오리콤에서 맡은 직급보다는 낮을 수 있다. 그러나 그룹 내에서는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
각 기업들이 일부의 비판 속에서도 그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들에게 젊은 나이와 일천한 경험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오너의 아들’이라는 태생적 특성이 미래 동력 발굴 적임자의 낙점 요인으로 꼽힌다는 점 때문이다.
신성장 사업의 경우 백지 상태의 환경에서 새로운 열매를 맺기까지 무수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특히 사업 초기의 자금 투자는 다른 어느 사업보다 그 규모가 방대해진다.
각 사업 추진을 위해 거액의 투자를 결정하고 이를 적절한 시기에 집행하는 권한은 전적으로 기업 오너에게 달려있다.
더구나 기업의 미래가 달린 중대 사업을 오너의 자제가 직접 맡고 있다면 오너 입장에서 적극 투자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전문경영인의 계열사보다 투자 의견을 결정하는 속도가 더 빠르게 전개될 수 있다. 빠른 투자는 빠른 성과 창출로 연계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각 기업에 긍정적인 효과가 크게 작용할 수 있다.
다수의 관계자들은 이들이 각 기업에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더불어 이들의 활약이 각 기업에 긍정적인 활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도 내다보고 있다.
긍정적 관측의 배경은 이들의 업무 능력에 있다. 이번에 승진한 오너의 자제들은 대부분 고속 승진 코스를 그대로 밟았다. 그러나 비단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후광 때문에 승진을 빠르게 한 것만은 아니다. 한 업종에서 쏠쏠한 성과를 거뒀고 그에 따른 보상이 뒤따른 셈이다.
김동관 전무의 경우 한화그룹 입사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태양광 사업을 챙기는 쪽으로 쏟았다. 다른 업종에 관심을 둔 적도 거의 없었다. 누구보다 그룹 안팎에서 태양광 사업을 잘 알고 있기에 김 전무가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 전무가 태양광 사업을 본격적으로 챙긴 이후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김 전무가 사업 구조조정과 생산 효율성 개선, 해외 전역에서 거둔 사업 수주에 기여를 많이 한 덕분에 그가 일하고 있는 한화큐셀은 세계 1위의 태양광 회사로 거듭났다.
태양광 등 미래 에너지 산업에서 승부를 보고자 하는 한화의 입장에서는 전문성과 지원 여력을 등에 업은 김 전무의 향후 활약을 긍정적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공업 분야의 위기를 유통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두산그룹 역시 박서원 부사장의 젊은 감각을 주목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이미 광고업계에서는 잘 알려진 전략통이자 브랜드 크리에이터 출신이다. 박 부사장의 역량을 면세점 육성 프로젝트와 연계한다면 예상외의 흥행성과를 거둘 가능성은 충분하다.
경영 전면에 등장한 오너 3·4세를 바라보는 시각은 긍정적인 시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각에서는 비관적인 시선도 공존한다.
가장 큰 문제는 전문성을 갖춘 자신의 전공 분야는 물론 다른 사업에서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성을 갖췄느냐에 대한 비판이다.
또 다른 비판은 기업가 정신의 문제다. 일부 관계자들은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업적과 책임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정신적인 힘을 갖추고 있느냐’를 두고 우려 섞인 관측을 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그동안의 성장과 경영 과정에서 험한 고생을 해보지 않았다. 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가 온갖 역경 속에서도 사익보다 공익을 먼저 생각하고 과감한 희생을 꾀했지만 3·4세 인사들은 이미 갖춰진 기반 위에서 성과를 내는 일만 해온 것이 사실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새롭게 부상한 오너 3·4세 임원들이 성공하려면 ‘내 회사를 제대로 살린다’는 강한 책임의식이 필요하다”며 “특히 오너 일가라는 기득권에 의지하기보다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희생하는 마음으로 경영을 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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