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도연은 아름답다.
이는 얼굴도, 몸매도, 미소도 아니다. 물론 나열한 모두 아름답지만 전도연이 아름다운 가장 큰 이유는 열정이다. 그는 분하는 역할을 완벽하게 입는다. 배역을 입는데 한치의 주저함이나 거리낌이 없다. 분명 다른 여배우들과는 다르다.
전도연의 연기는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이름 앞에 붙을 정도로 전도연은 해외에서도 연기력에 대한 극찬을 이끌었다. 작품이 좋아서도, 운이 좋아서도 아니라는 것은 그의 연기를 꾸준히 봐 온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2016년 전도연은 영화 ‘남과 여’(감독 이윤기)로 스크린을 두드렸다. ‘남과 여’는 눈 덮힌 핀란드에서 우연히 만난 상민(전도연 분)과 기홍(공유 분)이 낯선 이국 땅에서 서로 강하게 끌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사랑은 사고처럼 찾아왔다. 상민과 기홍은 아이를 배웅하다 우연히 만난다. ‘왜’ 그런지 설명할 수 없지만 둘은 어느새 서로를 그리워하게 된다. 둘 다 가정이 있는 몸이지만 서로에게 이끌린다.
전도연에게 상민과 기홍의 사랑에 대해 물으니 많은 고민과 해답의 연속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런 그의 노력 덕인지 전도연이 그린 상민은 꽤 설득력을 지닌다.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상민의 감정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기홍과 상민의 사랑은 엄밀하게 말해 불륜이 맞아요. 현실적으로 처한 상황의 어려움 때문에 도피처로 사랑을 찾게되는 건 아니에요. 오해의 요소는 있어요. 어떻게 이야기를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감독님, 배우들과 나누며 답을 얻었죠. 무언가 회피하기 위해 서로를 찾는 게 아니라, 나와 닮은 사람을 만나서 오로지 남자와 여자로서 이끌림으로 가자고 방향을 잡았어요.”
전도연은 관객이 영화와 상민-기홍을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했다고 했다. 불륜과 사랑 사이에 놓인 이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몸으로 그려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전도연은 사랑에 집중했다.
“기홍과 상민의 사랑이 온전한 사랑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이들은 다른 무언가에 의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둘로 인해 사랑에 빠졌다는 전제를 가지고 갔기에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사랑했죠. 사랑 이외에 빠질 수 있는 감정은 다 차단했어요. 사랑이야기로 방향을 잡아서 더 편했죠.”
공유가 전도연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남과 여’를 통해 정통 멜로 영화에 처음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도연과 공유는 과하지도 않고 절제된 호흡으로 서로의 감정을 받아낸다. 공유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공유여서 가능했던 이야기에요. 시나리오가 다소 무겁고 어려운 사랑처럼 보였는데 공유가 영화에 합류하면서 무게감도 줄어들고 좀 더 기홍 캐릭터가 가벼워졌어요. 생각 없는 남자처럼 그려졌다는 게 아니라 작품의 무게감이 가벼워졌다는 거죠. 상민도 영향을 받아 바뀌었어요. 부담도 줄었죠.”
상민과 기홍의 사랑이 영화를 통해 설득력을 입었다고 해서 불륜이 아닌걸까. 전도연은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바라보고 있을까. 영화를 보면 도대체 ‘왜’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상민은 기홍한테 그토록 끌리는 걸까.
“상민은 (아픈)아이를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랑과 집착사이에 있었던 거 같아요. 남편은 정신과 의사이니 항상 상민을 보호하는 입장인거죠. 사랑은 의지하는 관계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상민의 남편은 상민에게 아이의 상담자이자 보호자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관계 속에서 상민을 고군분투 하는 여자로 보여지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영화 ‘남과 여’ 속 상민은 사랑에 대한 표현이 다소 애매하지만 실제 전도연은 그렇지 않다고. 깊게 빠져드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전도연은 사랑할 때 어떤 스타일인지 물었다.
“저는 뜨거운 사람이에요. 상민은 저와는 좀 달라서 그런 부분들로 인해 캐릭터가 변질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죠. 상민은 사랑이라는 뜨거움을 느껴본 적이 없는 여자일 것 같았어요. 그래서 표현하지 못하고 알지 못했죠. 기홍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나도 뜨거운 여자’라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죠. 실제로는 깊게 사랑에 빠지는 스타일이에요. 그런 사랑에 빠지고 싶은 판타지도 있지만 요즘 그러면 큰일나죠. 그래도 누구나 꿈 꿀 수는 있잖아요. 기홍 같이 잘생긴 사람이 끊임없이 곁을 맴도는 상황이나, 따뜻하고 자상한 사랑을 받아보고 싶다는 로망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요.”
전도연은 영화 ‘멋진 하루’(2008)에서 호흡을 맞춘 이윤기 감독과 ‘남과 여’를 통해 재회했다. 이윤기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을까.
“‘멋진하루’ 당시 감독님과 현장에서 마냥 좋았다고 말할 수 없을 거 같아요. 마초적인 성향이 하정우 씨와 더 잘 맞았어요. 그런데 ‘멋진하루’를 보고 ‘아 이걸 찍은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감독님을 향한 신뢰가 생겼죠. 영화를 통해 감독님이 보여준 정서가 좋았어요. 꼭 다시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영화를 보고 이윤기 감독의 정서와 감성이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어요.”
전도연에게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물으니 “진짜 여왕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내 그는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주는 부담감에 대해 꺼냈다. 짐짓 많은 생각이 교차하는 듯 보였다. 그 안에 갇히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살짝 내비쳤다.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생기며 부딪히는 벽이 크다는 걸 느껴요. 매 순간 우리는 선택을 하고 살아가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어렸을 때는 무모해도 전부라고 느꼈다면 지금은 아니에요. 이것이 정말 온전한지, 내 선택이 맞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죠. 시간이 지날수록 선택에 대한 생각도 많아졌어요. 단순해지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돌아갈 수 없는 순간이죠. 돌아갈 수 없다면 그 순간을 즐겨야 해요. 지금 선택이 늘 최선이라고 생각하려 하죠.”
데뷔 26년차 전도연이지만 그는 끝없이 자신의 연기에 대해 돌아보고, 느끼는 감정이 진짜인지에 대해 고민한다고 했다. 매 작품마다 혼신의 연기를 보여주는 전도연의 연기가 어쩌면 단순히 타고난 재능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스쳤다.
“연기할 때 제가 느끼는 감정이 진짜일까 하는 것에 대한 집착이 있어요. 그것이 집중하는 것 같아요. 반면 ‘내가 진짜인가?’ 하는 의심에 대한 집착이 영화에 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고민도 했어요. 돌아오는 답은 그게 결국 전도연이라는 것이었죠. 늘 이야기를 보면 사람이 궁금했어요. 나로 전환해보면 어떨까 생각하며 작품을 읽었죠. ‘남과 여’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이게 상민이 느끼는 것인지, 전도연이 느끼는 것인지 생각하며 연기했죠.”
전도연이 말한 연기의 화두는 감정이었다. 이야기에 집중하기보다 감정에 집중한다는 배우의 본분에 지극히 충실한 배우였다. 그렇기에 극한 감정을 쏟아내는 역할을 잘 소화해낸 전도연이었다.
“전환점은 ‘밀양’이었어요. ‘밀양’을 통해 배우로서 다른 무대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결혼도 했고 여러 가지가 달라진 듯한 느낌이었죠. 성숙해졌다는 느낌이었어요. 생각에 대한 포인트도 달라졌어요.”
전도연은 뜻밖에 차기작으로 드라마를 선택했다. SBS ‘프라하의 연인’(2005) 이후 11년 만이다. 심지어 비지상파인 tvN 드라마 ‘굿 와이프’다. ‘굿 와이프’는 승승장구하던 검사 남편이 정치 스캔들과 부정부패로 구속되자 결혼 이후 일을 그만 두었던 아내가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13년 만에 변호사로 복귀하면서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법정 수사극이다. 큰 인기를 얻은 미국 드라마가 원작으로, 방송은 7월이다.
“일반적인 멜로가 아니고 씩씩한 여자 캐릭터가 좋았어요. 법정 스릴러 장르도 흥미로웠죠. 드라마가 무섭기도 하고 설레기도 해요. 미국 드라마를 안보기에 잘 몰랐는데 원작 1,2부를 찾아 봤어요. 신선한 자극이에요.”
한편 영화 ‘남과 여’는 오는 2월 25일 개봉한다. [사진=쇼박스 제공]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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