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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한효주, 당신이 몰랐던 한효주

[인터뷰] 예술인 한효주, 당신이 몰랐던 한효주

등록 2016.04.19 06:00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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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어화’ 통해 책임감 느껴연기는 나를 지탱하는 힘

한효주/사진=최신혜 기자한효주/사진=최신혜 기자


배우 한효주는 서른을 바라보고 있다.

한효주는 부드럽고 여성스러움 대신 단단해진 모습으로 인터뷰 장소에 들어섰다. 서른의 문턱에서 많은 물음표와 느낌표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반가웠다. 어쩐지 이러한 변화를 겪으며 단단해져가고 있는 한효주를 와락 안아주고 싶어졌다.

봄과 잘 어울리는 영화 ‘해어화’(감독 박흥식)로 한효주가 돌아왔다.

봄과 어쩐지 잘 어울리는 색채를 지닌 배우인 한효주는 제 옷처럼 꼭 맞는 배역으로 올 봄 스크린 점령에 나섰다. 극 중 한효주는 1940년 경성, 예인을 꿈꾸는 소율 역을 연기한다. 정가(政歌)부터 대중가요에 능통한 배역인 만큼 영화에서 고운 음성을 자랑하며 끼를 드러낸다.

한 남자를 사랑하는 한 여인의 아픔과 고뇌, 여자들의 우정까지 복잡한 감정 스펙트럼을 소화해야 했던 한효주였다. 10대 소녀가 꾸는 꿈부터 백발 성성한 노인까지, 한효주는 참 다양한 감정을 표현했다. 영화를 보고나서 정말 많은 물음이 밀려왔다. 적지 않은 결심이 필요한 역할이었다. 한효주가 단단히 칼을 갈았구나 싶었다.

◆ 한효주의 첫 욕심 ‘해어화’

한효주는 영화가 봄과 잘 어울린다고 인사를 건네자 해사한 미소로 화답하며 마카롱 하나를 건넸다. 맛있게 마카롱을 먹는 모습이 10대 소녀처럼 해맑았다.

“많이 고민했어요. 영화가 생각보다 잘 나온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까요.”

한효주는 마카롱을 한 입 베어물며 물었다. 개봉을 앞두고 만난 한효주는 온통 영화에 대한 기대와 걱정으로 가득했다. 어떤 점이 한효주를 ‘해어화’로 이끌었을까. 묻지 아니할 수 없었다.

“여배우가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많지 않은게 현실인데요, 여배우가 돋보일 수 있는 시나리오 였죠.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배우로서 극적인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겠구나, 새로운 얼굴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 하는 욕심이 생겼죠.”

한효주는 솔직한 답변으로 인터뷰의 포문을 열었다. 첫 질문에 솔직함은 인터뷰 말미까지 이어졌다. 놀라지 아니할 수 없었다. 대게 여배우 인터뷰는 솔직함보다는 시상식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를 연발하기 마련. 허나 한효주는 달랐다. 그런 그녀의 매력적인 화법에 점점 집중했다.

“아쉬움이 남지 않는 작품이 있을까요? 최선을 다했어도 후회는 항상 밀려오죠. ‘해어화’도 마찬가지였어요. 좀 더 잘했으면 어땠을까. 이 장면에서는 좀 더 다른 감정으로 해볼걸. 그런 감정은 있었죠.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후회는 없지요.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한효주/사진=최신혜 기자한효주/사진=최신혜 기자


한효주는 ‘해어화’에 대한 솔직한 감상을 전하면서도 영화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영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남자를 둘러싼 친구와의 감정, 최고의 예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여인의 감정들. 결코 녹록지 않은 감정을 표현하기에 무리는 없었을까.

“소율이가 느껴야하는 감정이 기본적으로 괴로운 감정들이죠. 즐거운 감정들은 아니었어요. 질투, 욕망, 열등감. 사랑하는 남자를 친한 동무에게 빼앗겼을 때의 괴로움 등 모든 감정이 쉽지는 않았죠. 제 몸을 통해 나가는 감정들이잖아요. 힘들었죠.”

한효주는 당시를 회상하며 소율이의 복잡한 감정이 밀려오는 듯 몸을 떨었다. 이처럼 다양한 모습을 선보여야 하는 소율을 표현하는데 분명 교본이나 중심이 필요했을 터. 배역의 순수함에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소율이의 초반부를 밝게 그리는데 중점을 두었어요. 순수하고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부각시키고 싶었달까요. 극중 소율이 나이는 많지 않아요. 19살에서 20살이 되는데 권번에서 나고 자라 세상 모르고 재주만 갈고 닦으며 큰 아이에요. 곱게 자란 아이기에 순수함을 잃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이후 겪게 되는 변화 모두 순수함을 지닌 아이었기에 감정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날 수 있겠죠.”

실제로 만나 한효주는 유하고 털털했다. 그런 그녀가 ‘해어화’ 작업을 하면서는 고집을 부렸단다. 무엇이 그녀의 주먹을 꽉 쥐게 만들었을까. 한효주는 ‘해어화’ 작업을 통해 책임감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녀가 고집을 부린 건 처음이다.

“조화로운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죠. 영화도, 사람도. 자연스러운게 좋잖아요. ‘해어화’에서도 조화롭고 싶었어요. 저는 배우이기에 감독님께 다 맡기는 거죠. 그렇게 작업하는 안에서도 배우로서 고집을 감독님께 부린 것 같아요. 이번 영화에서 캐릭터에 대한 고집을 부린거죠. 의견 제안도 많이 했어요. 배우로서 내가 맡은 캐릭터에 대한 책임감을 강하느 느꼈어요. 잘 만들어내고 싶은 욕심이 났죠. 그런 감정을 많이 느꼈던 촬영장이었어요.”

 예술인 한효주, 당신이 몰랐던 한효주 기사의 사진


◆ 종합예술인, 예인을 만나다

배우는 종합예술인이다.

음악, 연기, 신체에 능통한, 말 그대로 수많은 분야의 예술을 삼는 종합예술인이 배우라는 직업의 또 다른 말이다. 그런 배우로서 예인으로 성공하기 위해 달리는 소율에 사적인 감정이 이입되지 아니할 수 없었을 터. 이 지점을 한효주는 어떻게 견뎠을까. 촬영하며 한효주와 소율 사이에 혼란 혹은 일체되는 경험을 마주하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캐릭터와 나, 연기하다보니 조금씩 분리되었죠. 소율이로 가는 시동을 계속해서 몇 번이고 걸었죠. 스위치가 빨리 켜졌으면 했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힘들지는 않았어요. 자연스럽게 소율이의 감정이 제 안에 다가왔죠.”

한효주는 현재 소율을 위해 노역도 불사한다. 분명 새로운 모습이다. 쉽지 않았을 터. 호호백발의 소율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여배우 한효주는 그걸 해냈다.

“관객들의 호불호가 나뉠 것 같아서 걱정도 됩니다. 감독님께서 처음부터 굉장히 확고하셨던 것 같아요. 한효주가 끝까지 정소율이라는 캐릭터를 책임져야 한다고 하셨죠. 1시간 50분을 정소율이 끌고 왔는데 마지막을 다른 사람 얼굴로 마무리한다는 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하셨고, 저도 배우로서 책임감을 느껴 선택하게 되었어요. 다소 부자연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너그럽게 봐주시면 어떨런지요. 마지막까지 소율이고 싶었어요.”

◆ 솔직한 한효주의 이야기

한효주는 배역의 감정에 몰입해 이야기를 늘어놓더니, 힘들었겠다는 기자의 말에 금세 미소를 되찾으며 “괜찮다”며 손사례 친다. 배역에서 한효주로 돌아오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물으니 한효주는 “맛있는거요!”라고 말하며 웃는다.

“쉴때 맛있는 걸 많이 먹으러 다녔어요. 먹으러 다니는 걸 좋아해요. ‘해어화’는 지방 촬영이 대부분이었는데 그 지방 특색 음식이 무엇인지 검색해서 리스트를 뽑아놨죠. 오늘은 여기, 내일은 저기 적어놓고 맛있는걸 먹으러 다녔어요. 맛집을 다니며 스트레스를 풀어요.(웃음)”

인터뷰가 진행 된 4월 초 어느 날, 서울 삼청동 거리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봄을 알리는 환한 햇살이 길을 비췄고, 벚꽃잎은 거리에 나부꼈다. 연애하기 딱 좋은 날이 아닐 수 없었다.

 예술인 한효주, 당신이 몰랐던 한효주 기사의 사진


“오늘 날씨 정말 좋아요.”

한효주가 날씨 이야기를 하며 한참을 화사한 햇살이 비추는 거리를 바라봤다. 서른 문턱에 놓인 한효주에게 연애에 대해 물었다.

“하고 싶어요. 봄이 되니까 살랑사랑 거리고 커플들도 거리에 많아요. 최근에 십첸치 ‘봄이 좋냐’라는 곡을 즐겨 들어요.(웃음) 연애하시는 분들 행복하게 하셨으면 좋겠어요. 저에게도 곧 좋은 연애가 찾아오길 바라요.”

작품 속 소용돌이에 대해 몰입해 말하던 한효주의 진지한 눈빛이 연애 이야기를 꺼내자 한 없이 사랑스러운 여인으로 변했다.

한효주는 2003년 미스 빙그레 선발대회를 통해 연예계에 입문했다. 이후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활발하게 인사했다.

MBC 연기대상(2010), 제47회 백상예술대상(2011) TV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 제34회 청룡영화상(2013)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연기를 시작한지 10년도 채 안되 찾아온 영광이었다. 이를 짚어내자 한효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긴 침묵 끝에 그녀가 솔직한 답변을 이어갔다.

“최선을 다해 연기했고, 상을 받으면 감사하죠. 더 잘하라고 주시는 거 같아서 부담도 있어요. 그렇지만 제게 큰 의미는 없습니다.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기본 중의 기본이에요. 앞으로도 연기를 잘하고 싶은 게 목표입니다. 좋은 감독님을 만나서 좋은 작품을 많이 하고 싶어요. 그 외의 것들은 따라오는 것이겠지요. 연기 외에 다른 것에 집중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한 번도 다른 것을 바라보고 연기한 적은 없어요. 연기.. 정말 잘하고 싶습니다.”

이이슬 기자 ssmoly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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