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개인투자자 순매수 2위···수익률은 -57.75%개인투자자 “증권사 매수보고서 믿고 샀다 낭패”
잇따른 악재와 회사의 미흡 대처로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진 가운데, 일부엔 화려한 미사여구로 한미약품의 매수를 권고했던 증권사들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일 한미약품은 보통주 1주당 0.07주의 신주배정 계획을 알렸다. 6개월 사이 반 토막 난 주가 부양 및 주주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무상증자 소식에 한미약품은 전일과 오늘 소폭 반등에 성공해 29만6500원을 기록하긴 했으나 투자자 손해를 만회하긴 미비하다.
이에 한미약품 소액주주들이 모이는 온라인 게시판에는 회사를 성토하는 개인투자자들의 글이 초 단위로 갱신하며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한미약품을 ‘개미무덤’으로 빗대 조롱한다. 지난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 2위가 한미약품인 탓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증권사들이 당시 한미약품을 두고 대박을 터트렸다며 투자자들을 현혹했다”며 “전문가들의 의견이라 믿고 투자했다 큰 낭패를 봤다”며 울분을 토했다.
실제 2015년 11월 한 달간 사노피·얀센과의 계약 체결 당시 증권사들은 “제약산업 역사의 한 획을 긋다”, “글로벌 신약 개발사로 입지를 구축했다”, “만루홈런으로 3연타석 홈런”, “끝이 아닌 시작” 등의 문구로 보고서를 쏟아냈다. 투자의견으론 매수를 제시하고 목표주가를 60만원에서 110만원까지 높여 잡으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높였다.
반면 계약 조건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거나, 돌발 변수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한미약품이 29.98% 뛰며 상한가를 기록했던 11월 6일에도 마찬가지였다.
현대증권은 같은 달 23일 발간된 보고서를 통해 “한미약품이 올해 맺은 마일스톤 규모는 총 7조2500억원”이라며 임상 실패 리스크가 낮아 보수적으로 평가해도 연평균 6500억원, 총9조1000억원의 이익을 얻는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입된 자금을 통해 “국내 대부분의 바이오 및 의료기기 업체를 인수해 단숨에 바이오 또는 의료기기 전문 업체가 될 수 있다”며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다른 증권사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이투자증권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 중 뛰어난 기술력과 협상력으로 기술수출 사례를 꾸준히 만들어 낸 회사는 한미약품이 유일하다”며 “앞으로도 더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기술계약 반환으로 18% 이상 급락세를 보인 2016년 9월 30일에도 29일 계약 수출 공시를 토대로 매수를 권고하는 증권사들 보고서들만이 넘쳐났다. 10월 4일을 기점으로 뒤늦게 “쉬어가는 경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우려를 표했지만 “모두 다 성공하기는 어렵다”, “임상 실패는 신약개발의 성장통”이라는 평가를 하며 매수 유지를 조언했다. 대다수 증권사들이 계약 반환 건으로 목표주가는 수정에 들어가긴 했지만 실제주가보단 최대 30%에서 50%가량 높은 가격이었다.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는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내용이기 때문에 ‘매도’ 의견 사리기에 개인투자자들만 손실을 본다는 지적이 이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금감원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5년간 증권사 40여 곳이 작성한 보고서 14만여 건 중 매도 보고서는 단 144건(2.2%)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개인투자자들 사이 증권사 리포트 대신 ‘소셜 리서치’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기존 애널리스트들의 매수 일색 보고서 대신 일반 투자자들이 십시일반 기업의 현황에 대해 분석한 글을 공유하며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 관계자는 “증권사도 영리법인이기에 상장기업과의 관계 때문에 매도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매도 보고서를 내더라도 기업이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투자 때에는 한 증권사의 리서치보고서를 보기 보단 여러 증권사를 비교해 알아본 뒤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웨이 장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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