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준비자료 없이 즉흥 문답형식만 새롭고 내용은 기대이하
국민적 관심이 쏠릴 것을 직감한 후보들의 총력전 속에 시작부터 난타전이 벌어졌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배치·국가보안법·대북송금 등을 둘러싼 외교·안보분야 공방이 불을 뿜었다.
이날 토론의 ‘최전방 공격수’를 자처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 북한 인권결의안 찬반 입장과 북한에 대한 문의 여부를 따져물었으며,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사드 배치에 대한 문 후보의 ‘전략적 모호성’을 문제삼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역시 국보법 폐지 문제를 놓고 문 후보를 몰아세웠다.
이에 문 후보 역시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던 지난 1차 토론과는 달리 적극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했다. 중복된 질문에 대해서는 “이미 답을 했다”며 정색을 하는 등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박근혜 정부가 실패한 ‘증세 없는 복지’를 놓고 공약과 더불어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 후보는 “재원조달 방안은 공약한 사람이 내놓아야 하는데 그게 없다면 포퓰리즘”이라고 역설했고, 심 후보 역시 “자신 없는 공약은 내지 말아야 하고 만약 냈다면 책임 있게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밖에도 문 후보의 개성공단 재추진 문제와 안 후보의 학제개편 공약 등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토론시간 내내 계속됐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국민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가장 많은 공격을 받은 문 후보는 단호함 속에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대응에 실패했으며, 안 후보 또한 특유의 모호한 대답으로 상황을 타개하기에 바빴다.
‘막말’ 논란이 끊이지 않는 홍 후보는 이날도 논점을 비켜간 다양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자신을 공격하는 유 후보를 향해 “(지난 대선에서의)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를 보는 것 같다”며 “주적은 저쪽(문재인·안철수 후보)인데 왜 그러나”라고 말하는 등 진지하지 못한 태도로 토론의 수준을 떨어뜨렸다.
상대방의 질문에 충실히 답하지 못해 엉뚱한 다른 질문으로 맞받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자료 없이 질의응답이 이어지다 보니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발언이나 통계 등이 난무했다. 질문과 대답이 호응되지 못하는 ‘동문서답’은 있었으되 ‘우문현답’은 존재하지 못했다.
결국 2시간 동안 지루하게 이어진 이 같은 ‘난전’은 국민들의 판단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스탠딩 토론’이라는 형식만 갖췄을 뿐 매끄러운 진행 과정을 유도하는 데 실패한 KBS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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