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검사 200명이 넘는 검찰 최대 수사 조직이자 최고의 수사 요원들이 포진한 서울중앙지검 수장은 법무부 검찰국장과 함께 검찰 내 ‘빅2’의 요직으로 꼽힌다.
지난 2005년 이후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고검장급 고위 간부가 임명되는 게 관례였다. 이 때문에 인사권을 틀어쥔 청와대나 검찰총장의 눈치를 보거나 외압에 쉽게 노출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이영렬(59) 고검장은 차장검사 급으로 전례가 드물게 검사장 자리에 앉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앞선 폐단의 고리를 끊어내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한 게 아니냐고 풀이하고 있다.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인 윤 검사는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과정에서 당시 조영곤(59·16기) 서울지검장 등 검찰 지휘부와 갈등을 빚으며 좌천됐다. 당시 검찰 안팎에선 정권의 정통성을 흔드는 사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다가 눈 밖에 났다는 설이 파다했다.
윤 검사는 이후에도 3~4번의 좌천성 인사를 감내했다. 하지만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규명을 위한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석검사로 수사 전면에 나서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하는 등 ‘칼잡이’ 면모를 보여 명예를 회복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인선이 ‘국정농단’ 의혹의 재수사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조국 민정수석 등 참모진과의 오찬 자리에서 “특검에서 검찰로 넘어간 국정농단 사건을 검찰에서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미뤄봤을 때 사실상 재수사를 윤 지검장에게 맡긴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19일 문 대통령이 윤석열 지검장에 대해 “국정농단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의 적임자”라고 평가한 것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윤 검사의 서울지검장 임명으로 검찰 조직 내에도 거센 후폭풍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공석인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의 자리에 윤 검사와 같은 파격적인 인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 농단’ 장본인으로 지목된 우병우(51·19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인맥으로 분류되는 이른바 ‘우병우 사단’ 검사들의 대대적인 ‘솎아내기’도 예상되고 있다.
뉴스웨이 서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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