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중심 사고···위기를 기회로기업신뢰 중시 ‘고객 경영’ 강조단결·혁신 ‘LG Way’ 문화로 계승
1931년, 당시 25살이었던 구인회 LG 창업회장은 경남 진주시 대안동 중앙시장에 포목상 ‘구인회 상점’을 열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누가 무엇이 필요한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후발주자였던 구 창업회장은 이웃 상점에 드나드는 여성 고객들을 붙잡고 이들이 원하는 원단이 어떤 것인지 묻기 시작했다.
그 결과 “여름에 비단을 입자니 더위도 참아야 한다, 겨울용과 여름용이 따로 있었으면 좋겠다”, “무늬가 몇가지 없어 다양한 무늬가 있었으면 좋겠다” 는 고객니즈를 파악했고 그 의견을 제품 생산에 그대로 반영해 사시사철 계절별로 다양한 두께의 비단과 천에 수를 놓고 무늬를 염색한 제품 등을 선보였다.
큰 시련이 닥쳤을 때에도 고객 중심의 사고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포목점 개업 이듬해 진주시내 전체가 물에 잠기는 대홍수가 발생했을 때 구 창업회장은 절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홍수 뒤에 대풍년이 온다며 풍년이 들면 사람들은 아들, 딸을 혼인시킬 것이고 바로 올 가을 혼수 특수가 온다고 내다봤다. 경기 침체를 예상한 다른 상인들과 달리 더 많은 포목을 준비한 구 창업회장은 그 해 가을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행보에서도 ‘고객 경영’의 철학을 확실히 했다. 1947년 국산 화장품 최초 개발, 1952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탄생해 국민생활의 큰 획을 가져온 플라스틱 개발, 1956년 외산이 장악하던 치약시장에서 한국인의 생활습관에 맞는 치약 등을 잇달아 개발하며 화학산업을 일으켰다.
1958년에는 금성사(現 LG전자 전신)를 설립하고 이역시 국내최초로 라디오, 전화기, TV, 세탁기 등을 개발하며 전자산업을 개척했다. 특히 1951년 한국 전쟁 속에서도 구 창업회장은 “국민의 생활필수품이 절대 부족한 실정에서 기업이 국민의 생활용품을 차질없게 만들어 내는 일도 애국하는 길이고 전쟁을 이기는데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 1954년에 국내 최초 치약의 탄생은 당시 외산인 콜게이트 치약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때 “버터 먹는 미국사람 치약하고 김치 먹는 한국사람 치약은 달라야 한다. 우리는 우리 기호에 맞는 물건을 만들어보자”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1960년대 후반에는 럭키치약 시장점유율이 큰데도 이윤이 많지 않자 내부에서 값싼 원료로 이윤을 높여보자는 의견이 있었을 때, 구 회장이 “얼마 안남아도 좋으니 봉사한다는 자세로 하다보면 우리 럭키의 신용이 소비자의 머리속에 남게 되고, 결국 그것이 우리가 버는 거 아니겠느냐?”며 고객과의 신뢰를 강조한 일화는 유명하다.
구 창업회장은 고객경영 정신을 밑바탕으로 남이 하지 않는 일을 찾아 먼저 도전하는 ‘개척정신’과 새로운 사업 개척의 근본이 되는 ‘연구개발’, 조직 구성원간의 신뢰를 강조한 ‘인화단결’ 등으로 경영 가치를 확대시켰다.
‘개척정신’은 구 창업회장의 도전정신과 한번 마음먹은 것은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고집스러움이 그 밑바탕이 됐다. 그는 당시 국내에서 개발하기에는 기술수준이 낮아 한계가 있었던터라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선진기술을 습득해 국내 소비자에 맞는 LG만의 독특한 기술로 발전시키는 발판을 마련했다.
‘연구개발’ 정신은 ‘개척정신’과 서로 연계돼 지금까지 LG를 이끌어온 경영 철학이다. ‘개척정신’이 사업의 영역을 선택하고 방향을 결정하는 거시적 차원의 철학이었다면 ‘연구개발’은 이러한 ‘개척정신’을 성공으로 이끌어 준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구인회 창업회장의 이념은 1990년 구자경 명예회장이 LG의 새로운 경영이념을 정립하면서 '개척정신'과 '연구개발'은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로, ‘인화단결’ 정신은 ‘인간존중의 경영’으로 승화‧발전됐다.
이후 2005년 구본무 회장은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이라는 경영이념을 근간으로 한 LG 고유의 기업문화인 ‘LG Way’를 제정‧선포해 연암 구인회 회장의 고객경영 철학을 계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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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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