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 몸값 3조원대···매각가 협상 관건
12일 KB금융지주는 ING생명보험 인수 추진 보도에 따른 조회 공시에 대한 답변으로 “그룹내 보험 자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검토를 진행해 왔으나 ING생명 인수와 관련해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신한지주도 지난 9일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지분인수와 관련 확정되 사항은 없다. 결정되는 사항이 있을 경우 재공시 하겠다”고 답변했다. 둘 모두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지만 보통 이런 공시는 사실상 관심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KB금융은 지난해에도 ING생명 인수를 위해 MBK파트너스와 협의를 벌였지만 최대 2조2000억원 이상은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달 말 신한금융이 ING생명 인수를 추진하면서 재차 협상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은 지난 2월부터 ING생명 인수를 위한 예비실사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내 금융지주 중 정식으로 예비실사에 참여하고 있는 곳은 신한금융이 유일하다. KB금융과의 리딩뱅크 경쟁에서 뒤쳐진 신한금융에게 생보업계 6위사 ING생명은 매력적인 매물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순이익 경쟁에서 KB금융에 밀려 2008년 이후 9년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줬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신한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2조9481억원으로 KB금융 3조3440억원에 비해 3959억원 밑돌았다. 지난해 리딩뱅크 경쟁의 승부를 가른 결정적 요인 중 하나가 비은행 계열사였다는 점에서 이번 ING생명 인수는 신하금융이 점령해야 할 중요한 고지라는 분석이다.
KB금융은 앞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인수해 몸집을 불렸다. KB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해 KB생명과 합병할 경우 총자산 40조5742억원 규모의 업계 5위사가 된다. 신한생명과의 총자산 격차는 10조원 이상으로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금융지주사들이 ING생명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는 안정적인 자본과 자산 현황 때문이다. ING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은 455%로 업계에서 가장 높다. 유럽의 자본규제에 기반을 둬 자산을 운용해 왔던 덕분에 부동산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도 제한적이다. 유럽이 ‘솔벤시Ⅱ’ 규제를 시행한 덕분에 부채와 자산의 만기도 적절히 조절돼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도입될 국제회계기준(IFRS 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한 대비가 잘 돼 있어 추가적인 자본 충당 규모도 적다.
문제는 가격이다. KB와 신한 모두 “검토 단계일 뿐”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데에는 3조원이 넘는 ING생명의 높은 몸값이 원인이다.
지난해 5월 MBK파트너스는 ING생명을 코스피 시장에 상장시켜 몸집을 키웠다. 현재 MBK 지분은 59.15%, 지분 가치는 약 2조4600억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다면 ING생명의 매각가는 3조원을 웃돌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KB금융이 3조3000억원, 신한금융이 2조9000억원대 순이익을 거둔 것을 고려하면 3조원이 넘는 가격은 양 사 모두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그룹사들이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재무구조가 탄탄한 ING생명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MBK파트너스 역시 ‘ING생명’의 상표를 유지할 수 있는 연내에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희망 인수가와의 차이를 좁힐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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