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시절 로비성 출장 논란피감기관 지출에 문제의식 결여
“의원 시절 공적인 목적과 이유로 해외출장을 다녀왔으나, 관련 기관에 대해 오해를 살만한 혜택을 준 사실은 없다.”(김기식 현 금감원장)
‘금융권 저승사자’의 화려한 복귀를 알렸던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출장 논란으로 취임 1주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런데 대응 방식이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연루돼 취임 6개월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최흥식 전 원장과 빼닮았다. 의혹의 발단이 된 사건의 정황은 인정하면서도 부당한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어이없는 변명으로 논란을 낳았던 한 연예인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19대 국회의원으로 2014~2016년 정무위원회 간사를 역임한 김 원장은 피감기관의 로비를 받아 해외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그는 2014년 3월 한국거래소가 주관한 우즈베키스탄 출장을 시작으로 2015년 5월 우리은행 주관 중국·인도 출장, 5~6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관 미국·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KIEP 주관 출장의 경우 한미연구소(USKI), 한국경제연구소(KEI)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KIEP의 유럽사무소 신설 필요성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KIEP는 USKI와 KEI의 운영과 사업예산 편성 등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을 하지 않고 예산을 넘겨주기만 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출장에는 김 원장의 보좌진 1명도 동행했으며, 항공료를 포함한 비용은 전액 KIEP 측에서 부담했다.
김 원장은 해당 출장이 로비용이라는 지적에 대해 “현장 점검 이후 KIEP가 추진했던 유럽사무소 신설에 대해 준비 부족이라고 판단해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며 “또 USKI, KEI에 대한 추가적인 예산 삭감 조치를 취하는 등 현장점검 이후에도 엄격하게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다.
김 원장의 해명은 이 같이 출장을 주관한 피감기관에 혜택을 주지 않았으니 로비가 아니라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피감기관 돈으로 출장을 다녀왔다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 원장은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 스스로에게 더욱 높은 기준과 원칙을 적용하여 금감원장으로서 소임을 성실히 수행하겠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원장의 이러한 태도 역시 자신에 대한 의혹의 진실을 밝히겠다며 특별검사단 구성이라는 강수를 뒀다 당일 돌연 사퇴 의사를 밝힌 최 전 원장을 떠올리게 한다. 본인이 직접 공식 석상에 나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사안과 무관한 금감원과 직원들을 해명에 동원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현재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김 원장의 사퇴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어 김 원장이 최 전 원장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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