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결정난 5개 원전 재가동···폭염 대처로 포장계획정비 일정도 권한 밖인데, 행정편의주의 ‘과욕’ 탈원전 십자포화에 허둥지둥, 결국 대통령까지 나서
한수원의 최근 원전 추가 투입을 놓고 대다수 언론이 쏟아낸 보도다. 이를 놓고 일부 매체가 ‘팩트체크’에 나서 해당 보도들이 폭염과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고, 결국 대통령도 공식 석상에서 일련의 보도에 대해 “터무니 없는 왜곡”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한수원도 폭염 때문에 원전 가동을 인위적으로 늘렸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혼선의 빌미는 한수원이 제공한 게 맞다. 5개 원전 재가동 일정이 폭염 때문으로 보여진 것은, 한수원이 21일 낸 보도자료 때문이다. 한수원은 이날 ‘전력공급 총력대응’이란 제목의 자료를 배포, 여름철 전력공급 대책으로 한빛 1호기와 한울 1호기 등 원전 2기의 계획예방정비 착수 시기를 전력수요 피크 기간 이후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그날 탈원전 정부가 전력 수급 때문에 원전 재가동에 나섰다는 비판적 보도가 쏟아졌다. 다급해진 한수원은 “전력 수급을 고려해 통상적으로 시행하는 계획예방정비 일정 수립에 의해 지난 4월에 시행된 것이며, 폭염 발생에 따라 이번 여름에 결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도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어기구(충남 당진) 의원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변했다. 그는 ‘폭염에 놀란 정부가 원전 가동을 늘린다’는 식의 언론보도가 있다는 어 의원의 질문에 “정비가 걸려있거나 한 원전의 일부 정비 시기를 조정한 것일 뿐 이번 폭염 때문에 조정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해당 원전들의 정비·재가동 일정은 이번 폭염과 관련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수십 년째 똑같이 진행돼 온 15∼18개월 단위의 ‘계획예방정비’ 일정을 따르고 있다. 한수원은 해마다 연말이 되면 총 24개의 원전 계획예방정비 시점을 1년간 균등하게 분배한 1차 계획을 세운다. 그 뒤 하계 전력 수요 대응을 준비하는 4월쯤이 가운데 일부의 일정을 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의 수습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왜 이런 보도가 계속되느냐”며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력 수급계획과 전망, 그리고 대책에 대해 소상히 국민께 밝혀드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백운규 산업자원부 장관은 25일 라디오에 출연해 일부 언론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백 장관은 “모든 과정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안전 규정에 따라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산업자원부가 이것을 임의적으로 조정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수원의 보도자료에 대해선 “좀 안타깝게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아마 최선을 다해 정비하겠다라는 뜻인데 많은 언론이 오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 실수가 아닌 것 같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산업부 고위 관료 출신으로 매년 여름마다 지적되는 전력 수급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단순하게 원전 재가동과 연결시킨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전력 수급과 에너지 문제에 정통한 정 사장이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일에 천편일률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과하게 말하면 공무원의 일상적 행정 행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최근 정재훈 사장은 비난의 중심에 서 있다. 6·13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노후 원전인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4기 사업 백지화를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원접업계에서 정재훈 사장의 갑작스런 결정은 일방통행식 ‘탈원전’ 정책 실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사실 정재훈 사장은 취임 당시에 소통을 강조하며 권위주의를 탈피한 모습을 보여 직원들로부터 호감을 샀다. 신임 사장이 취임식에서 ‘무선마이크’를 착용하고, 기존의 관행을 깬 ‘노타이 셔츠’ 차림으로 나타나, 애플의 전 CEO 스티브 잡스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정재훈 사장을 바라보는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정 사장은 정통 관료 출신이다. 산업부에서 잔뼈가 굵어 관련 업무에 정통하고, 에너지자원실장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의 원전 정책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일은 정재훈 사장의 과욕과 행정편의주의적인 사고가 부른 오해라는 지적이 많다. 원전 백지화 결정부터 졸속이사회, 원자력을 뺀다는 등 사명(社名) 변경까지 성급한 이행 과정 등은 논란을 끊임없이 만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사장이 관료 출신답게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과잉충성’하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원전계획정비 일정도 그렇다. 한수원의 결정에 따라 정비 일정을 당기거나 늦출 수 없다. 백 장관의 설명대로 이는 원안위의 고유권한이다. 관가 주변에서는 정사장의 과욕이 자기 발등을 찍은게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joojoosky@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