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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거듭 강조한 文정부···부담 커진 현대차

‘광주형 일자리’ 거듭 강조한 文정부···부담 커진 현대차

등록 2019.01.11 14:45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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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광주형 일자리’ 매듭지어야 하는 현대차 15일 청와대 경제인 간담회서 화답 가능성 커정 수석부회장과 문대통령 간 대화에 재계 촉각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현대자동차가 정부의 ‘광주형 일자리’ 재촉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신년회견에서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생산라인이 국내에 설립돼야 한다”고 재차 언급했다. 현대차가 줄곧 외국에 공장을 만들었어도 한국에 생산라인을 만든 적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며 현대차의 국내공장 건립사업이 성사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띄운 것이다.

문 대통령이 연초부터 현대차가 국내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언급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지난해 말 협상을 매듭짓지 못한 ‘광주형 일자리’ 사업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문 정부가 고용 창출을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적극 지지해왔던 사업이다. 광주시는 갈수록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자 그 대책의 일환으로 지역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을 추진해왔다. 오는 2022년까지 광주시 빛그린산업단지에 연간 10만대의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생산하는 공장을 지어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게 취지다.

지난해 광주시와 현대차는 신공장 건립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6개월간의 협상은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현재 표류 중이다. ‘초임 연봉 3500만원, 근로시간 주 44시간’ 조건으로 완성차 공장을 만든다는 광주시 제안은 현대차가 충분히 매력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 울산공장 근로자 평균 임금의 ‘반값 연봉’에 차를 생산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기본 개념 자체는 긍정적이었다.

다만 논의 과정에서 지역 노동계(한국노동조합총연맹) 개입으로 당초 취지는 퇴색돼 버렸다. 현대차는 원안대로 협상하자는 입장이었으나 광주시 협상단은 ‘주 40시간 근무 시 3500만원에 특근비 지급’ 등을 수정 요구했다. 또 협상 조건에 포함됐던 ‘5년간 임금·단체협약 유예 조항’을 삭제해 버려 향후 임금 인상 여지를 남겨 놨다.

가뜩이나 완성차 생산직의 임금이 지나치게 높아 부담스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여기에 총파업까지 거론한 울산 노조의 반발도 현대차 입장에선 부담 요인이 됐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고임금 저효율’ 구조에 빠져 글로벌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현대차가 동남아 지역 등 ‘저임금 고효율’ 시장에 신공장을 물색하는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 노조는 국내 경차 수요가 부진한데 경형 차량 공장을 지으면 공급 과잉은 물론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현대차와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원가 절감이 필요한 소형차급을 만드는 데 임금이 오르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점차 닥치고 있기 때문에 회생 방안이나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노사민정 모두에게 신뢰를 잃은 광주형 일자리는 유보하는 편이 낫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문 대통령이 연초부터 “국내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메시지를 띄운 만큼 올해 ‘광주형 일자리’의 결론을 내야 한다.

정부는 오는 15일에 청와대 신년 주요 경제인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그룹 총수는 물론 중견기업 사장 및 지방경제인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 행사에서 대기업이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고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인 성의를 보여 달라고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선 수석부회장과의 대화에도 재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현대차그룹 경영 총괄로 승격돼 각종 현안을 풀어가야 하는 위치에 섰다. 그만큼 어깨가 무겁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 검토는 물론 지난해 시장의 반대로 무산됐던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도 재추진해야 한다.

다행히 지난 4년간 표류하던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사업은 정부의 최종 심의를 통과해 상반기 착공이 가능해졌다. 꼭 화답 차원이 아니더라도 정 수석부회장이 문 대통령의 국내공장 건립 메시지에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는 ‘광주형 일자리’의 경우 지역 노동계가 5년간 임금·단체협약 유예 조항에 반대해 막판에 무산됐다는 점이다. 노동계 양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중재에 나서지 않고 기업만 압박해선 곤란하다. 지난해 현대차는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을 냈다. ‘광주형 일자리’가 개별기업의 경영실적까지 영향을 미치는 정부 사업이 돼선 안 된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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