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신설법인 ‘파업 찬성’···생산라인 가동 영향 없어

단협 개정 파업투표 82.6% 찬성

R&D인력 파업 가결 생산공장과 무관

사측, 법인·직군 달라 단협 수정 불가피

올초 한국GM 법인분할로 노사 양측이 신설법인 단체협약 개정을 놓고 9차례 교섭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 국면에 빠졌다. 사진 그래픽=강기영 기자.

한국GM 연구개발(R&D) 신설법인 직원들이 단체협약 개정을 놓고 파업에 찬성표를 던졌다. 신설법인 단체협약 승계를 요구하는 한국GM 노동조합에 맞서 단협 수정을 추진하는 사측에 반대 뜻을 던진 것이다.

하지만 한국GM 노조가 아닌 신설법인 직원들이 합법적인 파업권을 따낸 것이어서 당장 부평·창원공장 생산라인이 멈추진 않을 전망이다.

23일 한국GM 노조는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 조합원 20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투표인원 82.6%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투표 참가 인원 1891명(투표율 91.5%) 중 찬성은 1707표가 나와 과반수 이상 파업을 지지했다. 반대는 177표, 기권 176표, 무효 7표 등이다.

한국GM 신설법인은 올 초 설립돼 아직 노동 법규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노조 결정 이전에 단체협약 조정 건을 한국GM 노조가 맡고 있는데, 노사 양측의 이견 차이가 커서 9차례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신설법인 조합원들은 한국GM지부 소속이 아닌 데다 연구직과 사무직 직원들로 구성됐다. 당장 파업권을 따냈다고 해서 생산 차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노조가 파업권을 획득한 배경은 신설법인의 단협을 사측과 조율하는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지난 15일 중앙노동위위원회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린 것은 근로조건을 결정해야 하는 신설법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올해 임금협상을 아직 시작하지 않은 한국GM 노조가 만일 파업을 벌이면 이는 ‘불법 파업’이 된다.

한국GM 관계자는 “법인이 달라 신설법인 조합원은 한국GM지부가 아닌 별개 노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GM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을 해야 하고, 신설법인은 단체협약을 만들기 위한 절차를 거친 뒤 노조가 설립되면 추후 협상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GM 노사는 2월말 단체교섭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난 10일까지 9차례 협상을 벌였다. 법인분리 이전의 단협을 승계해야 한다는 노조에 대해 사측은 신설법인이 별도 법인인 데다 연구직·사무직군의 업무 특성상 삭제 조항이나 문구 수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측은 기존 133개 조항 중 70여개를 수정·삭제해 차별성과급 도입, 징계 범위 확대, 정리해고 일방통보 등을 포함한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로베르토 렘펠 사장 등 신설법인 경영진이 제시한 단협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이번 파업권 획득 역시 단협 협상에서 사측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 관계자는 “신설법인 조합원들이 파업을 결의한 만큼 앞으로 교섭과 투쟁을 병행해 사측의 전향적인 입장을 끌어내고 노조가 원하는 단체협약을 얻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파업 투쟁의 본질은 GM과 노조 간 신설법인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7월 사측의 법인분리 발표 이후 고용 불안 등을 이유로 연구개발법인 설립을 반대해왔던 노조는 신설법인과 손잡고 노조 세력을 키우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글로벌GM은 강성 노조와 오랜 신경전을 펼친 만큼 신설법인의 노조 리스크를 애초 차단하겠다는 게 목적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GM 노조가 신설법인 조합들과 세력을 키워 향후 임단협 과정에서 연대 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