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내부적인 의사 합치 못해” 발표로KCGI 위협 이어 남매간 분쟁 가능성 대두
공정위는 8일 “한진그룹이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이날까지 제출하고 있지 않다”며 “당초 10일 예정된 ‘2019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발표를 오는 15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최근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각 기업의 동일인에게 소속회사 개요, 특수관계자 현황 등 지정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지만 한진그룹측의 신청서 미제출로 발표를 연기했다. 한진그룹은 미제출 사유에 대해 “기존 동일인(조양호 전 회장) 작고 후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하고 있다”고 소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한진그룹에 대해 지정일자까지 자료를 제출하고, 동일인 지정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독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한진그룹이 자료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직권으로 동일인을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진그룹 삼남매를 둘러싼 논란의 불씨는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문구에서 비롯된다. 그동안 조원태 회장의 동일인 지정은 재계 안팎에서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달 24일 조 전 회장 타계 2주 만에 지주회사인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사실상 그룹 총수직에 올랐다.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동생인 조현민 전 대항공공 전무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조원태 회장 외에는 별다른 수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한진그룹이 동일인을 지정하지 못하면서 조원태 회장의 취약한 지분 구조가 후계구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진칼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조 전 회장과 특수관계자 지분이 28.93%다. 조 전 회장은 우호지분의 약 62%에 달하는 17.84%(우선주 제외)를 가진 최대주주다. 조원태(2.34%), 조현아(2.31%), 조현민(2.30%) 등 세 자녀의 지분은 각각 3%에 못 미치고 삼남매간 지분격차도 크지 않다.
조 전 회장의 지분 승계 작업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그가 생전 남긴 유언이 가족들과 잘 협력하라는 내용인 점을 고려할 때 조원태 회장에게 몰아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삼남매가 조 전 회장 지분 고루 나눠가지고, 두 딸의 상속지분을 조원태 회장 우호지분으로 남겨둘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두 자매가 승계 지분을 빌미로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한다. 특히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 계열사인 칼호텔 사장을 지내며 뛰어난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만큼, 동생이 그룹 경영권을 넘겨받는 것에 대해 반기를 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분율만 놓고봐도 조원태 회장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
남매간 갈등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승계 지분이 우호지분으로 남을 보장도 할 수 없게 됐다. 조원태 회장이 내부 반발에도 불구 공식적인 총수로 지정될 경우 조현아 전 부사장이나 조현민 전 전무가 반대편에 서 있는 세력과 힘을 합치는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계열분리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진그룹은 2002년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 별세 이후 주요 계열사를 분리하며 ‘2세 체제’를 시작했다.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은 장남인 조 전 회장이 차지했다. 한진중공업은 둘째 조남호 회장이, 한진해운과 메리츠증권은 조수호 전 회장과 조정호 회장이 각각 받았다. 3세 경영도 비슷한 구도로 흘러갈 수 있다는 시각이다.
갖가지 추측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는 쉽지 않은 모습이다. 한진칼 2대주주인 KCGI가 추가 지분 가능성을 높이며 경영권 위협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는 탓이다.
KCGI는 지난달 말 기준 한진칼 지분 14.98%를 확보했는데, 조만간 지분을 추가로 매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때 4만4000원까지 치솟은 주가도 하향세를 타고 있어 매수 부담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미 KCGI가 자금 조달을 도울 기관투자자와 접촉을 끝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한진그룹 측은 “내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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