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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없는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프리미엄’이 걸림돌?

[뉴스분석]인기없는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프리미엄’이 걸림돌?

등록 2019.05.22 15:23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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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밖 흥행 부진, 연내 매각 불확실최대주주에 통상 30% 프리미엄 지급사실상 매각 원인 제공···당위성 떨어져

그래픽=강기영 기자그래픽=강기영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기업이 단 한 곳도 나오지 않고 있다. 예상보다 냉랭한 시장 반응에 채권단과 대주주가 목표로 한 연내 매각 가능성은 낮아지는 분위기다.

매각이 지지부진 흘러가는 배경에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기대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수가 성사되더라도 부실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추가 투입돼야 하는데, 최대주주 경영권에 대해 웃돈을 얹어주는 것이 타당한지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는 것.

22일 항공업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SK그룹과 한화그룹, 롯데그룹 등 아시아나항공 잠재적 인수 후보로 꼽히던 대기업들이 잇따라 불참을 공언하고 있다. SK그룹은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단언했고,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인수 의사를 공식 부인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인수 가능성에 대해 “100% 없다”며 선을 그었다.

당초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매력도가 높은 만큼, 흥행 성공을 점쳤다. 기업들이 공개적으로는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검토에 착수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왔다. 특히 이들 기업의 인수 부인은 주가 상승에 따른 몸값 인상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전략적 차원의 인수 부인이 아니라, 실제로 인수전 참전 의사가 없어 보인다는게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연내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대금으로는 2조~2조5000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보유한 지분 33.47%(6868만8063주)를 전량 매각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금호산업 보유 지분의 가치는 21일 종가 기준 3800억원 규모다. 여기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기업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인수하는 기업이 인수할 기업의 대주주에게 얹어주는 할증 개념으로, 통상 30%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구주를 사들이는데만 5000억원대의 자금이 필요하다.

주가가 상승하면 인수 기업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산은이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통매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구주 매각에만 투입되는 자금은 1조원대 안팎일 것으로 추산된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유상증자 자금도 필요하다.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895%를 기록했다. 다만 채권단이 지난달 발표한 자금 지원 계획에 따라 영구전환사채 4000억원이 발행되고 기존 발행된 전환사채 1000억원 중 800억원이 4~5월 사이에 전환되면서 4800억원 수준의 자본이 이미 확충된 상황이다. 향후 예정된 영구전환사채 1000억원의 추가 발행이 완료되면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은 1분기 대비 400~500%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총 차입금은 3조3000억원이다. 이를 상환하기 위한 유상증자 발행규모는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최소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

박 전 회장 측은 아시아나항공 몸값을 최대한 부풀려 경영권 프리미엄을 높게 받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비수익 노선 운휴와 희망퇴직 등 고강도 자구계획을 펼치고 있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인수 기업 입장에서는 구주 매입과 경영권 프리미엄에 들어가는 돈을 최소화하는 반면, 유상증자 규모를 늘려 부채를 갚는 것이 이득이다. 더욱이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과정을 밟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박 전 회장 일가의 경영 실패가 지목되는 상황인 만큼, 금호산업이 프리미엄을 요구할 명분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그동안 행해온 무리한 차입경영을 개선시켜나가는 과정에서 큰 수익을 내지 못할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을 조기매각하는데 성공하려면 인수 기업의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박 전 회장 측은 구주를 고가에 넘기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경영권 프리미엄의 적용 범위를 낮추거나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의 본격적인 매각작업은 오는 7월 말이나 8월 중 입찰공고가 나온 이후부터로 예상된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연내 매각이 무산될 경우, 대주주의 지분을 ‘임의 매각’하고 매각 조건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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