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품에 안긴 SK건설···계열분리 수순 밟나

SK디스커버리 지분전량 매각 방침

그룹내 두 지주사 지분 관계 해소

친족간계열분리 신청만 하면 가능

SK 측 “실익 없어 검토 안한다”

사진=뉴스웨이 DB

SK그룹 계열분리의 마지막 실타래였던 SK건설이 결국 최태원 회장 몫이 되면서 사촌형제간 독립경영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21일 SK디스커버리는 SK건설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출범 1년 6개월여 만에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한다고 밝혔다.

SK그룹은 2개의 지주회사가 독자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 그룹 지주회사인 SK(주)가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하이닉스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고,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SK가스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SK(주)는 최태원 회장이 이끌고, SK디스커버리는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맡고 있다. 두 지주회사는 지분이 분리돼 있지만 SK건설만 유일하게 SK(주)(44.5%)와 SK디스커버리(28.3%)가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SK디스커버리는 지난 2017년 12월 1일자로 기존 SK케미칼에서 사업회사를 분할하며 지주회사로 출범했다. SK디스커버리가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SK건설이 누구 몫이 될지가 재계의 관심이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가 아닌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 이에 따라 SK(주)와 SK디스커버리 가운데 한 곳이 SK건설 지분을 매각해야 했다. 결국 SK건설을 매각한 쪽은 최창원 부회장이 됐다.

SK디스커버리는 SK건설 지분 전량을 기관투자자(FI)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가격은 주당 3만500원, 총 처분금액 3041억원이다. 지분 매각과 함께 SK디스커버리가 보유한 SK건설 주식의 의결권과 배당권, 처분권 등 법적 권리는 모두 투자자에게 이전된다.

SK디스커버리가 SK건설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SK(주)가 4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경영권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SK(주)는 SK건설 지분 매각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SK디스커버리가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는 FI들은 향후 SK건설의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두고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초 SK건설은 IPO 이후에 SK(주)와 SK디스커버리 가운데 한 곳이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순서가 앞당겨진 셈이다.

SK(주)와 SK디스커버리의 지분 관계가 완전히 해소되면서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의 계열분리 가능성도 다시 한번 달아오르고 있다. 당장이라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친족간 계열분리를 신청하면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SK그룹은 그동안 이어왔던 ‘따로 또 같이’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SK 관계자는 “계열분리를 통해 아무런 실익이 없는 상황이다”라면서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