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넥타이 푼 제네시스, 럭셔리 넘어 '서킷'으로

산업 자동차 야! 타 볼래

넥타이 푼 제네시스, 럭셔리 넘어 '서킷'으로

등록 2026.02.14 12:09

권지용

  기자

GV60 마그마 제네시스의 전동화 고성능 혁명 선언 고출력 성능·트랙용 기술, 일상과 서킷 모두 아울러강렬한 컬러와 가상 변속으로 운전의 즐거움 선사

제네시스 GV60 마그마. 사진=제네시스 제공제네시스 GV60 마그마. 사진=제네시스 제공

제네시스가 달라졌습니다. 그동안 비즈니스맨을 겨냥해 '럭셔리'를 조용히 읊조리던 신사가 갑자기 넥타이를 풀고 서킷 위로 뛰어들었습니다. 단순한 일탈이 아닙니다. 브랜드의 명운을 건 이미지 탈피에 가깝죠. 바로 마그마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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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제네시스가 모터스포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브랜드 이미지를 대대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음

'마그마' 프로젝트로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 도전

유럽 프리미엄 시장 공략이 주요 목표

주목해야 할 것

제네시스가 직접 레이싱 팀 운영, 선수 육성 등 적극적 행보

르망 24시 하이퍼카 클래스 등 세계 최고 무대 도전

고성능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 핵심 전략

자세히 읽기

GV60 마그마, 브랜드 첫 고성능 전기차로 출시

전용 컬러 '마그마 오렌지', 대형 리어 스포일러 등 고성능 정체성 강조

스포츠·마그마 드라이브 등 다양한 주행 모드, 가상 변속 시스템(VGS)과 E-액티브 사운드로 운전 재미 강화

숫자 읽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7초 기록

공차중량 2.2t, 복합 주행거리 346km, 전비 1kWh당 3.7km

기본 가격 9657만원, 주요 옵션 추가 시 1억원 이상

어떤 의미

전동화 시대에도 고성능 자동차의 매력과 브랜드 차별화 가능성 입증

제네시스가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서 본격 경쟁자로 부상

향후 마그마 레이싱팀 및 추가 모델에 대한 기대감 고조

제네시스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무대에서 모터스포츠 역량을 키우는 데 적지 않은 공을 들이고 있거든요. 단순한 스폰서십이나 이벤트성 참여 수준을 넘어서 회사가 팀을 직접 운영하고 선수를 육성합니다. 심지어 엔트리급 레이스가 아닌 세계 최고 무대 '르망 24시' 최상위 하이퍼카 클래스에 도전하고 있죠.

제네시스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며 모터스포츠에 뛰어든 이유는 사실 간단합니다. 바로 유럽 시장을 겨냥한 '프리미엄 이미지 강화'입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결코 낯설지 않은 전략이죠. 메르세데스-벤츠가 AMG를, BMW가 M이라는 고성능 브랜드를 강조하니까요. 제네시스도 그 공식을 따르길 원하는 듯합니다.

모터스포츠로 다져진 강인한 이미지는 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트랙에서 검증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기대치는 자연스럽게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아직 내구 레이스 시즌의 막이 오르기 전이지만, 곧 무대에 설 준비를 마친 브랜드의 의지는 이미 양산차에 녹아 있습니다. 그 방향성과 결의를 가장 먼저 담아낸 모델이 바로 제네시스 마그마의 양산 1호, GV60 마그마입니다. 용암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 경기도 화성 일대를 달렸습니다.

제네시스 GV60 마그마. 사진=제네시스 제공제네시스 GV60 마그마. 사진=제네시스 제공

겉모습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기존 GV60의 둥글고 유려한 실루엣은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외관 컬러가 주는 분위기가 압도적입니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전용 컬러 '마그마 오렌지'가 단번에 시선을 끕니다. 옵션 가격만 100만원에 달하는 색상입니다. 단순히 튀는 오렌지가 아니라, 붉은 기운이 감도는 짙은 톤입니다. 정지해 있어도 용암의 열기를 품은 듯합니다. 뒤로 돌아가면 커다란 리어 스포일러가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얌전한 럭셔리 SUV에서 고성능 모델로 넘어왔다는 사실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공도에서는 의외로 차분합니다. 여느 전기차가 그렇듯, 출발은 조용합니다.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ANC-R) 덕분에 실내는 도서관처럼 정숙하기까지 하죠. 그런데 차가 나가는 느낌이 생각보다 묵직합니다. 아주 강한 힘을 잘 통제하고 있다는 기분입니다. 드라이브 모드를 확인해보니 컴포트였습니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는 순간 분위기가 즉각 달라집니다. 가속 페달은 한층 예민해지는데, 발끝에 힘을 조금만 실어도 차가 즉각적으로 반응합니다. 운전석에도 긴장감이 돌기 시작하죠.

아무래도 이 차의 진가는 공도에서는 다 꺼낼 수 없을 듯합니다. 그래서 무대를 옮겼습니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입니다. 안전 통제가 이뤄진 환경에서 고속도로 제한 속도를 아득히 뛰어넘는 속도를 마음껏 낼 수 있죠. 마그마에는 일반 스포츠 모드를 넘어서는 '마그마 드라이브'가 있습니다. 성능을 끌어올리면서도 여유를 남겨두는 GT, 그리고 한계를 해제하는 스프린트, 두 가지를 고를 수 있죠. 연구소까지 왔는데 고민할 이유는 없습니다. 곧장 스프린트를 선택합니다.

제네시스 GV60 마그마. 사진=제네시스 제공제네시스 GV60 마그마. 사진=제네시스 제공

먼저 가속력 테스트입니다. 고성능차의 기본기라 할 수 있는 런치 컨트롤을 활성화합니다. 왼발로 브레이크를 깊게 밟고, 오른발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밀어 넣습니다. 계기판에 준비 완료 메시지가 뜨면 모든 준비가 끝납니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말 그대로 육신과 영혼이 분리되는 듯한 가속이 시작됩니다. 몸은 시트에 깊숙이 파묻히고, 시야는 급격히 좁아집니다. 속도계 숫자는 생각보다 더 빠르게 치솟습니다. 어느 정도 속도가 붙은 후에도 힘을 잃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는 끈기가 인상적입니다.

결승선을 지나고 급 브레이크! 앞머리가 과하게 숙여지지 않고, 네 바퀴로 고르게 눌리며 속도를 줄입니다. 흐트러짐 없이 정갈한 자세를 유지합니다. 공차중량 2.2t이 넘는 전기 SUV라는 사실을 잠시 잊습니다. 방금 전까지 직선 주로를 집어삼키던 거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요합니다. 차는 멀쩡한데 기자만 숨을 헐떡이며 안전 지대로 돌아오네요. 계기판을 확인하니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7초. 제원상 기록(3.4초)보다는 다소 느리지만, 성인 남성 두 명이 탑승했고 고성능 여름용 타이어에 불리한 영하의 날씨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결과입니다.

일부 자동차 마니아들은 고성능 전기차를 두고 "감성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엔진의 진동과 변속의 타격감이 없는 속도가 무미건조하다는 이유죠. 마그마는 이 부분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해법은 가상 기어 변속 시스템(VGS)입니다. 스티어링 휠 뒤편 패들 시프트를 당기면 실제 내연기관차가 단수를 바꾸는 듯한 변속 충격이 전달됩니다. 변속 과정에 가속이 잠시 끊기는 미묘한 템포까지 구현했죠. 감속 시에는 엔진 브레이크 특유의 질감도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에 E-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이 더해집니다.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을 연상시키는 사운드가 속도와 연동돼 실내를 채웁니다.

혹자는 "가짜 아니냐"고 묻겠지만, 이 '가짜'가 엄청난 역할을 합니다. 소리와 변속 타이밍은 운전자에게 속도감을 인지시키는 중요한 '리듬'이 됩니다. 내가 지금 어느 정도의 속도로 코너에 진입하고 있는지 몸과 귀가 먼저 알게 해주는 장치입니다. 빠른 차를 만드는 목표를 넘어 '운전이 즐거운 차'를 만들겠다는 제네시스의 집요함이 엿보입니다.

제네시스 GV60 마그마 실내. 사진=제네시스 제공제네시스 GV60 마그마 실내. 사진=제네시스 제공

이 과정을 몇 번만 더 반복했다면 집에 돌아갈 체력이 남아나지 않았을 듯합니다. 몇 차례 드래그 레이스를 즐긴 뒤 화성을 떠나 집으로 향했습니다. 다시 일상 구간에 접어들어 컴포트 모드를 선택하자 GV60 마그마는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바꿉니다. 노면이 고르지 않은 구간을 일부러 골라 지나봤습니다. 21인치 휠과 광폭 타이어가 무색하게 충격을 깔끔히 다듬어 전달합니다. 고속도로 이음매를 넘는 느낌도 고급스럽습니다. 방금 전까지 직선 주로를 집어삼키던 차와 동일한 모델이 맞나 싶을 정도죠.

언뜻 꿈 같은 차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인 계산도 필요합니다. 고성능과 맞바꾼 대가는 분명하기 때문이죠.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복합 기준 346km, 복합 전비는 1kWh당 3.7km 수준입니다. 출력과 광폭 타이어, 공격적인 세팅을 감안하면 납득은 가지만, 장거리 주행이 잦은 운전자에게는 분명 고민 지점입니다. 충전 계획을 세우지 않고 마음껏 달리기에는 여유가 넉넉한 편은 아닙니다. 승차감은 어디까지나 운전자의 기준일 뿐, 동승한 가족들에겐 다소 단단할 수도 있죠.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기본 가격이 9657만원(개별소비세 3.5% 기준)입니다. 여기에 상징적인 '마그마 오렌지' 컬러와 21인치 단조 휠까지 더하면 몸값은 1억원을 넘깁니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모델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차의 존재 이유는 분명합니다. 전동화 시대에도 고성능 자동차는 여전히 설레는 영역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모델이죠. 그리고 고성능 영역에 제네시스도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는 점을 분명히 각인시키는 모델입니다. 앞으로 서킷에서 활약할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팀과 순차적으로 등장할 또 다른 마그마 양산 모델들에 대한 기대치가 자연스럽게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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