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조원 규모 호텔부동산 계약인수 후 재판매 물량 계획보다 줄여코로나19에 호텔·항공 사업 관심 싸늘
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가 미국 호텔 15곳에 대한 셀다운(재판매) 물량을 5000억원 수준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물량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해 9월 중국 안방보험이 소유한 미국 고급호텔 15곳을 약 7조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미래에셋이 인수할 호텔은 뉴욕의 JW메리어트 에식스 하우스 호텔, 와이오밍 잭슨홀의 포시즌스 호텔, 샌프란시스코의 웨스틴 호텔, 실리콘밸리의 포시즌스 호텔 등 미국 9개 도시에 분포해 있다.
박현주 회장의 결단으로 이뤄진 당시 계약은 국내 금융사의 해외 대체자산(AI) 투자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화제가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체자산 투자에 공을 들여왔던 박 회장의 전략이 또한번 빛을 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인수 자금은 미래에셋그룹 계열사가 분담하는 한편 현지 부동산 대출 등 외부조달을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는 미래에셋대우가 1조8000억원을 떠맡고 미래에셋생명보험(5000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1900억원), 미래에셋캐피탈(1000억원) 등이 참여하는 방식이다. 나머지 4조원 이상의 규모가 외부조달이다.
미래에셋대우는 1조8000억원을 투자한 뒤 일부 물량을 기관투자자 등에게 재판매해 투자규모를 줄이려고 했으나 시장 상황 악화로 계획했던 물량을 줄인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호텔 산업의 대규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대체투자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시장의 시선이 재판매 물량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인수한 아시아나항공의 사정도 녹록치 않다. 미래에셋대우는 4900억원가량을 투입해 지분 15%를 보유하게 되는데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예상보다 더 나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철회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까지 발생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매출이 5%가량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약 3000억원에 달한다. 매출 감소로 영업손실 확대가 예상도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가치도 급락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항공산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례로 제주항공의 경우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몸값을 22% 낮췄다. 호텔과 항공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항공기리스사까지 설립하려던 박현주 회장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호텔 투자는 애초에 최대한 많은 금액을 자체 투자하기로 계획했던 것이어서 셀다운 물량을 줄인 것은 아니다”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HDC가 주체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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