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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외교 전문 사외이사 뺀 삼성물산···왜

통일·외교 전문 사외이사 뺀 삼성물산···왜

등록 2020.04.02 15:25

수정 2020.04.02 16:18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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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대북 장달중 교수 잇는 사외이사 선임 안해삼성물산 “사외이사 선임, 사업 방향과 관련 없다”연구원 “삼성물산, 대북 자문 필요성 축소된 것”대외 환경 탓에 내부 대북TF 역시 특별한 활동 없어

통일·외교 전문 사외이사 뺀 삼성물산···왜 기사의 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북한 방문 2년이 지난 현재, 삼성물산 내부 대북 사업 밑그림 작업에도 힘이 빠진 모양새다. 국내외적으로 대북 관계 진전이 더뎌지면서 문재인 정권 초기 붐을 일으켰던 남북경협 사업 자체도 업계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지 오래다.

우선 삼성물산이 신규 선임한 사외이사 면면을 봐도 대북에 관련된 관심이 시들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올해 3월까지 외교와 대북 정책에 정통한 장달중 서울대학교 교수를 사외이사로 두고 있었다.

장 교수는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그 이전(1992~2008년)에는 통일부 정책 자문 위원을 거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할 당시에도 자문단으로 활동했다.

삼성물산은 지난 2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장달중(정치·외교·통일), 권재철(경영·노동) 사외이사 자리에 3명의 새로운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기존 권 사외이사가 맡았던 경영과 노동 분야는 정병석 한양대 경제학부 특임교수(14대 노동부 차관),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대체했다. 하지만 장 교수의 임기 만료 후 관련 전문가 신규 선임은 없었다.

삼성물산 측은 “그의 사외이사 선임은 다양성을 위함이었다”며 “새로운 사외이사 구성에서 외교·통일 전문가가 없는 것 또한 내부 대북 사업과는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외이사 구성 자체가 기업 내부 방향성을 설명할 수 있는 충분한 지표는 아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북 사업이 시들해진 상황에서 대북TF까지 만들었던 삼성물산의 선택은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대형 상장사 관계자는 “전체적인 상황이 대북 사업을 검토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시기라 삼성물산도 예외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라며 “사외이사가 기업 내부 사업 방향성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지표이지만, 사업에 대한 조언을 담당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같은 분야 전문가를 선임하지 않은 것은 대북 사업에 힘이 빠졌다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 지배구조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장달중 교수는 사외이사 추천 배경을 의무 공시해야 하는 시기에 선임된 게 아니기 때문에 삼성물산이 과거 왜 그를 선임했는지는 알 수 없다”며 “다만 사외이사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업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역할도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외교나 대북 관련 자문에 대한 필요성은 축소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초 삼성물산이 구성한 ‘대북TF팀’도 현재 자료 조사 외 뚜렷한 활동이 없다. 내부 구성원들도 TF팀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지금은 존폐 여부를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해당 대북TF는 영업 담당 상무를 수장으로 영업 출신 평직원 4명으로 구성됐었다. 현재는 전체 4명으로 구성 됐을 때보다 1명 줄었다. 삼성물산은 TF 진출 당시 남북 화해 무드에 따라 영업 출신들로 조직을 꾸려 대북 사업에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북 정세가 정권 초기보다 경색되면서 TF가 구성된 후에도 특별한 성과는 없었다.

삼성물산에 대북TF팀 존재 여부를 확인한 결과 “해당 팀이 아직 있지만, 자료 조사 외 활동은 현재 없다”며 “대북 제재 해제 후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검토하는 정도”이라고 말했다.

이는 삼성물산 뿐 아니라 현대건설, GS건설 등 여타 대북TF를 운용 중인 건설사도 마찬가지다.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인 상황에서 대북제재도 계속되고 있어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이 크게 없는 셈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문재인 정권 초기 정부 차원에서 기업에 대북경협 사업에 대한 협조와 논의를 많이 했었다”며 “당시 대기업 뿐 아니라 중견기업도 대북 사업에 대한 구상을 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경색돼 대북 사업 자체에 힘이 빠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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