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결정···수익성 낮은 부서장 가시방석현대차그룹 경영진, 이노션 임원 ‘철밥통’ 비생산적 인력 비대···‘역피라미드’ 구조 칼질
20일 익명을 요구한 다수의 현대차그룹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이노션은 창립 이래 처음으로 임원급 인력 구조조정을 강행한다. 많게는 20%까지 임원 감축안에 ‘나만 아니면 된다’식의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증언이다.
인력구조조정 계획은 지난해 연말부터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올해 초 임원회의에서 최종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건희 사장은 자발적인 퇴사를 언급했지만 지난해 연말과 올 초 상무 및 국장 소수의 임원만이 퇴사했다.
이노션이 창사이래 최초로 인력 감축안을 꺼내든 것은 비정상적인 조직 구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역피라미드’ 인력 구조에 대한 문제점은 내부에서도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이노션의 총 임직원은 약 690여명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안건희 대표이사, 정성이 사내이사를 포함해 25명의 상무, 전무 부사장과 국장 등을 포함하면 전체 인원 가운데 3분의 2가 관리직으로 구성됐다.
중간 관리자 팀장을 포함해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등 사실상 조직 내부에서 수익성 향상을 도모할 실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현대차그룹 직원 직급 및 호칭 체계 개편에 따라 이사 및 이사대우 직급이 폐지되면서 이노션도 매니저(사원(G1), 대리(G2))와 책임매니저(과장(G3), 차장 및 부장(G4)로 나뉘었다. 이로 인해 이노션 조직구성에서 비생산 인력이 증가한 것으로 보여진다.
안건희 사장의 리더십도 도마에 올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임원진 구조조정에 강한 카리스마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내에서도 안건희 사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등이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하락 등의 이유로 모기업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가운데 이노션은 단 한 번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그룹 수뇌부에서도 타 계열사와 형평성 차원에서 고통 분담이 되어야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대부분은 이노션의 수익 구조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그룹 내부 임직원들은 이노션에 대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누나인 정성이 고문과 정 수석부회장의 지분보유라는 튼튼한 우산 아래서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의 사업을 영위하면서 철밥통이 됐다’는 거침없는 표현까지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이노션의 현대차그룹 의존도는 상당하다. 실제 이노션의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1조2743억원, 영업이익 1219억원이다. 이 가운데 현대차, 기아차, 제네시스 신차 출시에 따른 국내외 광고에 따른 이익은 60~7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실상 이보다 더 높은 약 90%에 육박한다는 게 내부 고위관계자의 증언이다.
이에 대해 하이투자증권 김민정 연구원은 “이노션은 캡티브(Captive, 계열사 간 내부시장)가 강하다”며 “국내외 경기침체로 인한 광고 경기 위축으로 비계열 광고 물량축소는 불가피하겠지만 캡티브 비중이 80%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희재 대신증권 연구원도 “해외 실적의 비중 70%, 전체 실적의 비중 50%를 차지하는 미주 지역에서 이노션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광고 물량을 꾸준히 소화해 내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1Q 20 실적을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노션 관계자는 “내부 임원 구조조정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노션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 정성이 고문이 17.69%이 최대주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2%, 현대차정몽구재단이 9% 등을 합쳐 총 28.69%으로 지난 2005년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광고 마케팅 대행업을 맡고 있는 광고대행사다.
뉴스웨이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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