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 사모펀드, 삼성월드타워 매입부동산 규제 강화 회피 위한 ‘우회 투자’ 논란회사 측 “일반 법인과 동일 과세···회피수단 아냐”
일각에서는 집값 폭등으로 부동산 규제가 강해진 상황에서 이른바 ‘큰손’으로 불리는 개인자산가들이 사모펀드를 통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사모펀드는 빌딩, 오피스, 물류센터 등에 투자해 임대수익 등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아파트 직접 매입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1동짜리 아파트를 펀드로 매입해 리모델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입한 건물은 강남구 학동로 408에 위치한 ‘삼성월드타워’다.
이 건물은 11층 높이의 46가구가 사는 한 동짜리 아파트로, 1997년 입주를 시작했다. 당초 한 개인이 이 아파트 전체를 소유하고 있다가 지난달 19일 이지스자산운용에 매도했으며, 매매가는 약 4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년이 넘은 이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는 등 고급화 작업을 통해 가치를 높인 뒤 분양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이번 거래를 두고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이 다주택 매입을 통한 임대사업자 등록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사모펀드를 앞세워 정부의 규제를 피하는 ‘우회 투자’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6·17 대책과 7·10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세부담을 대폭 늘렸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최고세율을 기존(3.2%)의 두 배 가까운 6%로 올리기로 했다. 지난해 12·16 대책 때 추진했던 4%보다 1.5배 높은 수준이다.
규제지역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율도 크게 올랐다. 2주택자는 현행 10%에서 20%로, 3주택자는 20%에서 30%로 올라간다. 이에 따라 3주택자에 적용되는 양도세 최고세율은 72%까지 높아지게 됐다.
취득세율도 최대 12%까지 올리기로 했다. 취득세율을 세분해 2주택자는 8%, 3주택자 이상과 법인에는 12%까지 취득세를 높이게 된다. 법인 전환 시 취득세 감면도 제한된다.
정부가 이처럼 법인 주택에 대한 세금 부담을 확 늘린 것은, 법인이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리거나 다주택 개인이 법인을 만들어 투기를 하면서 절세 혜택을 보는 행태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부가 부동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등 규제 강도를 높여가고 있지만, 개인투자자가 사모펀드를 통해 부동산으로 수익을 거두면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등을 낼 필요가 없다.
특히 누구나 투자할 수 있는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비공개로 49인 이하의 소규모의 투자자가 모여 자금을 모아 투자하는 펀드로 투자자 한 명당 억대 이상의 자금이 투자되기 때문에 고액자산가들이 주로 모집대상이 된다.
사모펀드 투자자로서는 법인을 세우거나 자산을 관리해야 할 필요가 없고, 자신이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펀드 뒤에 숨어서 매각 차익 등을 누릴 수 있다. 또 사모펀드의 경우 증여세 회피 목적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통상 사모펀드는 중도해약 규정이 있어 중도해약 수수료를 다른 투자자의 수익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투자자가 중도에 환매를 요청해 벌과금 성격의 환매수수료를 운용사에 납부하면 이 수수료가 남은 투자자들에게 귀속되는데 이 같은 제도를 악용해 거액의 돈을 세금 없이 증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투자자들을 비공개로 모집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투자자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실제로 정부의 7·10 대책 발표 이후 양도세 부담이 늘어난 집주인들이 집을 팔지 않고 오히려 증여를 통한 절세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도소득세율이 최대 70%까지 인상된 상황에서 차라리 세율이 낮은 증여를 통해 세금을 줄이겠다는 다주택자들이 많다는 의미다. 증여세율은 최대 50%로 양도세 최고세율보다 낮다.
아울러 사모펀드를 통한 방식은 향후 차익 가치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 등 특정 지역에 쏠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값 상승을 더욱 부추길 소지도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지적들에 대해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다주택자로서 취득세, 보유세 및 양도차익에 대해서 이 부동산 펀드도 일반 법인과 동일하게 적용받고 있으므로 투자 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본 사업은 연초부터 매입을 검토해 올해 3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4월말까지 거래를 완료하는 것이 목표였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거래가 연기됐기 때문에 부동산 대책을 회피하고자 사모펀드를 만든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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