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온스당 2000달러 사상 최고가 경신은·구릿값도 동반 강세···경기 호황 시그널단기 급등세 이어지자 ‘꼭지 우려’도 상존
5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올해 12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1.4%(28.30달러) 오른 2049.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값은 전날 온스당 2021달러에 마감하며 사상 최초로 2000달러선을 넘어섰다. 7월 중순 이후 역대 최고가가 7차례나 바뀔 정도로 유례없는 급등세다.
금 가격은 올해 들어 34.41%나 급등했다. 연초(1월2일) 온스당 1528.9달러였던 금은 지난 5일 장중 2055달러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진 가운데 달러 약세, 실질금리 하락, 풍부한 유동성 환경까지 겹치며 다양한 요인이 금 가격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통상 안전자산인 달러와 금 가격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시중 유동자금이 달러에 몰리면 금 값은 내리고, 금에 몰리면 달러 값은 내리는 식이다. 지난 3월 코로나19가 팬데믹 양상을 보이자 달러와 금 가격이 동반 상승하기도 했으나 최근 주요국 통화 완화 정책에 따른 달러 가치 하락 가능성이 금 가격 상승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 역시 사상 최고가 행진에 동참 중이다. 국제 은값은 지난달 21일 4년여만에 처음으로 온스당 20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이날 온스당 26.88달러까지 치솟았다. 은은 연초대비 50.17%, 지난 한 달간 34%나 상승하며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금 값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금 대비 가격 매력이 높은 은에도 수요가 분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이한 점은 금, 은과 함께 구리 가격도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구리는 자동차, 건설, 해운 등 제조업 전반의 재료로 사용되는 만큼 실물 경제 선행 지표로서 ‘구리박사(Dr.Copper)’로 불린다. 흔히 경기 침체 국면에서 금과 구리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회복 시기에선 동반 강세를 보인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과 구리 가격이 다시 동행하기 시작했다. 현 경기 국면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현상”이라며 “올해 금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것은 투자 부문이지만 하반기에는 리스크 회피에서 물가 헤지 용도로 이전되고 있다. 구리의 상승 역시 빠르지만 과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반기 중 지속될 현상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의 조정 가능성은 여전하다. 실질 금 가격의 전고점을 고려하면 약 200달러 이상 상승 여력은 남아있지만 달러 반등 가능성이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기술적으로 달러화는 과매도 구간, 금 기대 가치는 과매수 기준점을 상회하는 등 가격 레벨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선 단기 조정이 있더라도 중장기적인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달부터 금, 은, 동의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차익 실현에 ‘꼭지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나 하반기에도 지금과 같은 정책 환경이 계속될 경우 방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 가격이 다소 가파른 상승을 시현한 만큼 온스당 2000달러 부근에서 단기 차익실현 압력이 나타날 개연성이 있다”며 “그러나 달러 약세, 실질금리의 마이너스 폭 확대 외에도 하반기 미국 대선, 미·중 관계 악화 등 이벤트들이 상존하는 만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민 연구원은 “원자재 시장에서도 일부 과열된 모습이 관찰된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속도 조절은 예상된다”며 “양호한 가격 전망은 금융시장 과열이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3분기 초 이후 실현될 전망이다. 증시 흐름과 성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웨이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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