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과정서 수차례 주주반발 부딪혀 지주체계 완성이복영 회장 일가 지분율 변동으로 꼼수승계 논란
그러나 합병 과정에서 꾸준히 지분율을 늘려온 오너 일가에 대한 꼼수 승계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까지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남아있는 상황에 향후 최종 승계를 위한 재원 마련에 속도를 붙일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광글라스는 지난 8개월 동안 추진해오던 3자 합병이 마무리하면서 사명도 ‘SGC에너지’로 변경했다. 50여 년 그룹의 역사가 담긴 ‘글라스’(유리) 회사 이미지를 지우고 새 역사를 맞이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동시에 이번 합병으로 지분 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분율 변동이 크게 높아진 건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 일가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의 장남 이우성 이테크건설 부사장은 지주사의 지분이 6.1%에서 19.2%로, 차남 이원준 삼광글라스 총괄본부장은 8.8%에서 17.7%로 늘어났다. 반면 이 회장은 22.2%에서 10.1%로 줄어들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 회장의 향후 과제인 경영권 승계 문제까지 어느정도 해결하게 됐다는 평이다. 또한 OCI그룹에서 계열분리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순차적인 합병 작업을 통해 지분을 사들이는 일명 ‘꼼수 승계’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앞서 두 아들은 군장에너지와 이테크건설의 주식을 각각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재무구조 안정화를 위한 합병으로 경영 승계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삼광글라스 측은 “이번 합병 건은 삼광글라스 사업 부문의 최근 3년간 실적 부진으로 인한 주주 가치 하락을 차단하고, 우량한 사업 부문 중심의 사업지주회사를 출범시켜 계열사 전체의 재무구조를 안정화하고 각자 본업에 집중해 기업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주사 체계를 갖추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앞서 이 회장은 2018년 초 우량 계열사인 군장에너지 상장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상장 준비 과정에서 자회사 SMG에너지의 발전소 관련 행정소송 등의 문제가 불거지며 상장 작업이 지연됐다. 이후 올해 3월 삼광글라스가 돌연 군장에너지 흡수합병을 결정하면서 주주들의 반발까지 거세졌다. 삼광글라스에 불리한 조건으로 합병비율이 산정돼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합병 결정이 공시된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로 삼광글라스 주가가 최근 10년 사이 폭락을 경험하던 때이다. 사측은 삼광글라스 가치평가 기준을 시장 가격으로 삼아 폭락장에서 주가를 합병가액 산정에 반영했다. 반면 군장에너지에는 본질가치 평가방식을 적용하고, 이테크건설에는 군장에너지 보유 지분의 가치가 반영됐다. 이에 상대적으로 삼광글라스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합병비율 기준을 적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융감독원 역시 삼광글라스 합병신고서에 정정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다. 삼광글라스는 주식가치를 최초안보다 10% 높게 산정해 2차 합병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금감원은 이에 대해서도 정정을 요구했다. 두 차례 시정요구 끝에 삼광글라스는 가치평가 기준을 자산가치로 변경하면서 지난 9월 금감원 심사를 통과했다.
우여곡절 끝에 합병을 이뤄냈지만 앞서 불거진 꼼수 승계 의혹은 극복 과제로 떠올랐다. 실제 합병 이전 지분 약 5%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공식적으로 분할·합병에 반대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국민연금기금 측은 “합병의 취지와 목적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합병 비율, 정관 변경 등을 고려할 때 삼광글라스의 주주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모색하는 단체인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국민연금의 반대 의사결정을 지지한다”고 힘을 보탰다.
다만 아직까지는 두 아들의 지분이 비등한 가운데 향후 승계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지분율 차이 역시 2.1%에 불과하다. 이에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됐지만 계속해서 형제경영 체제는 유지될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두 아들은 장남 이우영 부사장이 건설부문, 차남 이원준 본부장이 건설·글라스 부문을 나눠 각 계열사를 책임지고 있다.
삼광글라스 한 관계자는 "합병 이후 계속해서 건설은 장남 글라스 사업은 차남이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다"며 "3세 경영이 본격화 된 가운데 최종 승계에도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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