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니콜라 거품논란에 지분 인수 계획 철회주가 폭락·미 SEC 조사 등 대외적 리스크 여전수익권 불구 불확실성···수소 로드맵 차질 우려도‘사기’ 속단 시기상조, 2023년 양산까지 시간적 여유
일각에서는 니콜라 ‘사기설’의 진위 여부가 가려지기 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1일 니콜라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니콜라와 GM은 지난 9월 초 발표한 양사 파트너십 합의안보다 대폭 축소·수정된 양해각서(M0U)를 체결했다.
당초 GM은 니콜라 지분 11%를 취득하고, 자사 배터리 시스템과 연료전지 기술을 니콜라에 제공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2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에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배저트럭의 설계와 제조는 GM이, 판매 영업과 마케팅은 니콜라가 맡기 것에도 합의했다.
하지만 이번 MOU는 양사가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GM은 니콜라에 대한 지분 투자를 하지 않고, 세미트럭에 사용할 연료전지 기술만 제공하기로 했다. GM의 다목적 얼티엄 전기배터리 시스템을 니콜라가 활용할지 여부도 추가 논의해야 한다.
또 양사 공동의 배저트럭 프로그램이 무산된 만큼, 니콜라는 기존 배저트럭 주문에 대한 환불을 실시하기로 했다.
다만 니콜라는 2021년 말까지 수소연료전지 트럭 생산 프로토 타입 테스트를 시작하고, 2020년 상반기 중 베타 테스트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에는 변동이 없다고 강조했다.
마크 러셀 니콜라 최고경영자(CEO)는 “대형 트럭은 우리의 핵심 사업으로 남아있고, 깨끗한 수소와 전기트럭을 출시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며 “GM과의 협력으로 친환경 미래에 대한 약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GM이 지분 투자를 철회한 배경은 지난 9월 말 불거진 ‘거품논란’과 무관하지 않다. 공매도업체 힌덴버그리서치는 니콜라가 사기회사라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니콜라 주가는 급락했고, 창업자인 트레버 밀턴은 이사회 의장에서 사임했다.
또 주주권리 보호 전문 로펌들은 니콜라 소액주주를 모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도 힌덴버그 주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밀턴 전 의장은 법무부와 지방법원으로부터 소환장을 받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GM은 니콜라와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니콜라 사기설이 터진 직후 GM 주가가 크게 하락한 만큼, 지속적인 관계 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니콜라의 지분 투자 불발 불똥은 한화로 튀는 모습이다. 한화 계열사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은 2018년 1억달러를 투자해 니콜라 지분 6.13%(총 2213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투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지원한 것으로, 그룹 미래 성장동력으로 찍은 수소사업과 연결된다.
니콜라 주가는 상장 이후 최고 79.73달러까지 치솟았고, 한화 보유 지분가치는 투자금 대비 18배에 달하는 17억6440달러 규모로까지 늘었다. 사기설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고, GM 지분 인수 포기와 배저트럭 무산 소식이 전해진 당일 주가는 4분의 1 수준인 20.41달러로 내려앉았다.
한화 투자는 여전히 수익권이다. 지분가치는 5억달러 수준으로, 4억달러 가량 이익을 내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니콜라를 향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주가가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화의 ‘그린수소’ 사업은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사장은 니콜라 투자를 시작으로 수소경제 활성화를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지난 8월에는 계열사별 역량을 총동원해 수소 생산과 저장, 운송, 이용 등 밸류체인 전반에 계열사 시너지를 총동원하겠다는 ‘그린수소’ 비전을 제시했다.
한화는 니콜라가 미국 수소시장 진출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투자 조건으로 니콜라의 수소충전소 전력 공급과 수소생성기 설치권을 우선 확보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니콜라 사기의혹의 진위가 가려질 때까지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니콜라가 본격적으로 수소트럭 양산하겠다고 계획한 2023년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이번 투자의 성패를 속단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또 니콜라 투자 성공 여부는 김 사장의 경영능력 평가로 직결되는 만큼, 더욱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화 측은 “니콜라 대주주들이 최근 사업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주식 매도 금지 계약을 내년 4월 말까지로 연장한 상태”라며 “기술 논란 등에 대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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