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소트럭 니콜라, 사기의혹 일파만파잠재적 협력사와 충전소 건설 협상 중단초기투자자 워딩턴, 보유주식 60% 이상 매도창업주 사임 불구 논란 확산···집단소송 움직임한화그룹 로드맵 차질···투자 명분 희석 우려도
니콜라를 둘러싼 진실이 드러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룹 비전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24일 외신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영국 에너지 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몇몇 잠재적 협력사가 니콜라와 진행하던 수소 충전소 건설 협상 논의를 중단했다.
공매도 투자자인 힌덴버그 리서치가 지난 10일 니콜라의 사기 행각을 폭로하는 보고서를 발표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니콜라 내부에서는 메이저 기업과의 협상이 긍정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을 있었다.
하지만 협상 자체가 완전히 중단되면서, 니콜라의 실체를 둘러싼 의혹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초기 투자자인 워딩턴 인더스트리가 일찌감치 니콜라 주식의 상당수를 처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의구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철강회사인 워딩턴 인더스트리는 최근 자진 사임한 니콜라 창업주 트레버 밀턴이 한때 근무한 회사다. 니콜라 창업 초기에 시드머니로 200만달러(한화 23억4100만원)를 투자했다. 상장 당시 보유 주식수는 1900만주 이상이었다.
워딩턴 인더스트리는 니콜라 주식을 꾸준히 매각해 왔다. 현재는 남은 주식수는 60% 넘게 위축된 700만주에 그친다.
주식을 팔아온 시기는 사기 의혹이 불거지기 이전인 6월부터로, 이번 논란과는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듯 하다. 하지만 성장성을 높게 전망했다면, 주식을 팔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워딩턴 인더스트리는 “니콜라의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언급했다. 니콜라 수소사업이 거품이라는 점을 미리 인지했고, 주가가 고평가됐을 때 처분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창업주 밀턴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장과 이사회 의장직에서 스스로 사임했지만, 니콜라는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주주권리 보호 전문로펌 로빈스(Robbins)와 증권 전문로펌 BG&G(Bronstein, Gewirtz & Grossman), 집단소송 전문로펌 자만스카이(Zamansky), 로젠(Rosen) 등은 니콜라를 상대로 주주 기만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는 힌덴버그 보고서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니콜라 사태는 한화의 비전 실현에도 지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화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신재생 에너지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핵심은 태양광과 수소다.
한화는 니콜라를 시작으로 수소 생태계 진출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한화솔루션 계열사인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은 2018년 미국에 현지법인 그린니콜라홀딩스를 설립하고 니콜라에 총 1억달러(1200억원)를 투자했다. 현재 니콜라 지분 6.13%(총 2213만주)를 보유 중이다.
니콜라 상장 첫날 주가는 33.75달러(4만원)로, 한화 측 보유 지분가치는 투자금의 7배 이상인 7억5000만달러(9000억원)로 늘어났다.
하지만 니콜라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23일 뉴욕 증시에서 니콜라는 전날보다 25.8% 급락한 21.1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이후 역대 최저점을 찍었다.
한화가 보유한 니콜라의 주식가치는 4억6805만달러(5481억원) 규모로, 여전히 투자금의 4배 이상이다. 하지만 니콜라 이슈가 길어질수록, 주가가 더욱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니콜라의 수소트럭 생산 핵심기술과 설비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힌덴버그의 주장이 사실로 판명날 경우, 한화는 수소 로드맵을 재설정해야 한다.
한화는 니콜라가 이르면 2023년부터 수소트럭을 양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맞춰 기술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은 투자 조건으로 니콜라의 수소 충전소 전력 공급과 수소 생성기 설치권을 우선 확보했고, 미국 수소시장 진입이 수월하게 흐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한화큐셀이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고, 첨단소재부문이 수소 충전용 탱크와 트럭용 수소 탱크를 공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기도 했다.
하지만 한화와 수소를 연결해줄 접점인 니콜라의 실체가 거품이었다면, 사업 진출 시기는 미뤄질 수밖에 없다. 니콜라 투자 명분도 희석될 수밖에 없다.
한편, 한화 측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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