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전노선 운항중단 후 개점휴업 상태제주항공 인수 불발 후 재매각 추진, 코로나로 중단직원 대량해고·기단 대대적 축소 등 비용절감 총력카드사·협력사 등 잇따른 소송에 정상화 가능성 희박
9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 3월부터 전 노선 셧다운(운항중단) 조치를 시행했다. 하늘길이 막힌 국제선 뿐 아니라 국내선 운항까지 멈췄고,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항공운항증명(AOC) 효력도 정지됐다.
2007년 군산공항을 모기지로 출범한 이스타항공은 꾸준히 경영난을 겪어왔다. 지난해 말 제주항공으로의 인수가 확정되면서 재도약을 노렸지만 코로나19가 변수로 등장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미지급금 1700억원을 문제 삼았고, 결국 7월에 M&A는 무산됐다.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새로운 인수 주체를 찾는 것이 경영 정상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했다. 우선 재매각을 위해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율촌, 흥국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또 10월 중순까지 사전 SPA를 체결해 뉴 머니를 유입받고, 법정관리를 신청해 회생 절차를 밟겠다는 구상을 그렸다.
실제 9월까지만 해도 사모펀드와 물류·여행업체 등 8군데가 인수 의향을 밝히면서 재매각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항공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이 절차는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직원들을 대량 해고하고 항공기를 반납하며 비용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이스타항공은 재매각을 추진하던 10월 인수 후보자들이 회사 규모에 부담을 느낀다는 이유로 전체 진원의 절반 수준인 600여명을 해고했다. 직원들은 경영 정상화 이후 복직을 약속받았지만, 대부분은 2월부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여서 논란이 상당했다.
회사는 현재 남은 직원 590여명에 대해 추가 구조조정을 실시해 규모를 더욱 줄일 방침이다.
기재 반납도 이뤄지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올 들어 ▲3월 2대 ▲4월 3대 ▲8월 2대 ▲10월 1대 ▲11월 3대 ▲12월 1대 총 12대의 항공기를 반납했다. 지난해 말 23대이던 기단 규모는 현재 11대로 크게 축소됐다.
이스타항공은 임차로 비행기를 들여오는데, 셧다운 상황에서 주기료와 리스료 등 비용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재 5대를 추가 반납해 보유기재 수를 6대로 맞춘다는 계획이다.
전방위 비용절감 노력에도 불구, 현금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태다.
이스타항공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는 지난 9월 제주항공을 상대로 주식매수 이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주항공 측은 피소된 건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는 수억원대 소송 비용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항공사와 여행사, 카드사, 고객 등으로부터 빗발치는 소송은 이스타항공의 정상화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스타항공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와 법적 분쟁 중이다. 인천공사는 6월 미납된 공항 사용료를 납부하라는 소송을 걸었고, 법원은 이스타항공에 지급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재판으로 확대됐다.
한국공항공사도 9월 이스타항공이 납부하지 않은 공항 사용료를 징수하기 위해 법원에 채납채권의 지급 명령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한카드와 현대카드, 하나카드 등 국내 카드사들은 법원에 이스타항공으로부터 받지 못한 취소 항공권 대금에 대한 지급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상태고, 환불요금을 받지 못한 승객들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 결제분야 1위 엑심베이는 10월 이스타항공에 정산금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았다. 현재는 추가 정산금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소송 리스크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파산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인 만큼 항공기 리스사와 정유사, 조업사 등까지 나서 대금을 갚으라고 압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대주주인 이상직 의원은 보유 지분을 회사 측에 헌납했다는 이유로 이번 사태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새 주인을 찾을 것이란 기대감이 점점 사라지는 만큼, 법정관리 후 폐업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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