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기관 ‘팔자’ 속 외국인 ‘사자’로 전환 공매도처럼 주식 파는 연기금, 증시 발목 우려
◆4분기 실적 반영, 중장기적으로도 긍정···연기금은 32일째 순매도 = 설 연휴 직전에는 외국인의 수급에 주목돼왔다. 계속되는 기관의 순매도를 개인이 계속적인 순매수로 받아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봐도 기관의 순매도가 예사롭지 않은데 금융투자, 투신, 사모, 연기금 등 거의 모든 주체들이 주식을 팔고 있다.
그런 와중에 지난 10일 외국인이 7513억원어치 사들이며 기관의 물량 대부분을 받아내면서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방향성은 결국 과거와 마찬가지로 외국인이 결정할 것”이라며 “외국인의 매매동향을 주의깊게 살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설 연휴 직후에는 4분기 실적기반 장세가 나타나며 상승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순이익 추정치는 전주대비 3% 증가했고, 주요 상장사 26곳 중 24곳 이익이 상향 조정됐지만 2곳 이익은 하향 조정됐다”라며 “롤오버 효과와 4분기 실적 반영 영향으로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한국 수출 개선세가 뚜렷해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 기반으로 한 강세장으로의 변화가 전망된다”라고 분석했다.
연기금의 계속되는 매도세가 만만찮아 눈 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연기금의 매도세가 과연 언제 멈출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연기금은 코스피시장에서 작년 말부터 32거래일 연속 매도를 단행하며 최장기간 매도 랠리를 이어가고 있어 연기금의 국내주식 최장 매도를 두고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하루도 안 빠지고 판 셈이다. 매도 규모는 벌써 10조원을 훌쩍 넘는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연기금의 기계적 매매가 국내 증시 발목을 잡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주범이라는 원성도 일부 나오지만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반대로 주가가 급락할 때는 연기금이 이를 방어하는 ‘방패’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가 하락으로 평가액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투자 비중이 낮아지면 이를 높이기 위해 기계적으로 주식을 되사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일단 증권가에서는 연기금은 자산배분 비중 조절이라는 목적으로 당분간 매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2020년 대비 0.6%포인트 하락한 16.8%로, 주식시장 내 장기 투자자인 연기금은 자산배분 비중을 목표에 근접하게 조정해야 한다”면서 “국내 주식 비중은 국민연금 중기 자산배분안 고려시 2025년 말까지 15% 내외로 단계적 하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즉 연기금의 국내 주식 순매도는 상반기 중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반도체·BBIG 주도 장세 지속···애플카 협업 기대감도 ‘ING’ = 종목별로 보면 코로나19 이후 주도주 역할해왔던 반도체(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종목들은 설 연휴 이후에도 국내 증시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도 D램을 중심으로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연휴 이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구정 연휴로 한국 증시가 휴장이던 2월 11~12일 양일간 미국 증시에서는 반도체 관련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 산업을 비롯해 타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할 것이란 발표가 반도체산업 전반에 대한 기대를 키웠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미 백악관은 정부 차원에서 공급망을 검토하고 반도체 산업의 병목 현상을 방지할 포괄적인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미국의 태양열 업체인 엔페이즈 에너지(Enphase Energy)가 최근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한달간 계속된 주가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에서도 여전히 삼성전자의 장기전망에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제시하며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가 계속 확대되고 있어 상승 사이클로 봐야 한다”면서 “최근 주가가 부진한 것은 기대감에 의한 상승이 실적 장세로 전환되는 과도기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카’ 이슈로 연초부터 기대를 모았던 현대차그룹주에 대한 전망도 밝다. 애플과의 협력 논의가 중단됐다는 소식에 현대차그룹의 주요 종목들이 지난 8일 일제히 급락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매수로 대응하며 바로 다음날부터 주가상승에 베팅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쇼크 이후에도 애플카와의 협업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저마진의 하청업체와는 다른 형태의 협업으로 기대되고 있다”라며 “또 기아차는 올해 글로벌 도매판매 목표가 전년보다 12% 증가한 292만대로 잡았는데, 코로나 이후 시장 수요 회복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우려되는 업종은 바이오주인데, 최근 씨젠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매출 과대 계상으로 중징계를 받아 파장이 예상됐지만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2년 전에 한 차례 지적을 받고 정정공시까지 마친 사안으로, 이번 조치는 책임자 징계를 통한 마무리 절차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적 전망치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저가 매수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충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증선위가 지적한 매출 과대 계상, 메자닌 회계처리 원칙 위반 문제에 대해서는 씨젠이 2019년 3분기에 정정공시를 했다”며 “씨젠 실적은 이후부터 급증했는데, 이 기간에 나온 공시는 최초 공시 때부터 지적 사항이 반영돼 있었다”고 말했다. 또 김 연구원은 “이번 조치에 검찰 고발이나 거래정지가 수반되지 않은 건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yoon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