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에 활용 주식대여 서비스...대차없는 증권사로 이관운동 확산 키움證등, 계좌 개설 시 약정 유도...등록안함 대신 ‘건너뛰기’ 버튼만서비스 설명 부족하고 ‘수익성’만 강조...HTS서 관련 공지 지속 팝업
최근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한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 대차해지 운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나도 모르게 가입된 주식대여 서비스가 공매도에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주식대여를 막거나 대차를 하지 않는 증권사(KTB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DB금융투자)로 옮겨가는 추세다.
주식대여 서비스란 보유 중인 주식을 대차풀에 편입해 일정의 대여수수료를 받고 차입자에게 대여하는 서비스다. 대여체결시 연 0.1%~5% 수준의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제약없이 자유롭게 실시간 매도가 가능하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나서려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을 증권사 대여서비스를 통해 빌려야 한다. 개인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꼽히는 공매도에 오히려 힘을 실어주게 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주식대여 서비스의 가입 여부를 알지 못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증권사 계좌 개설 과정에서 주식대여 동의 여부를 묻기는 하지만, ‘동의’에 체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리테일 부문 1위인 키움증권은 MTS에서 계좌정보를 등록할 때 계좌 증거금률, 주식대여 서비스, 담보대출 약정을 등록할 수 있는 팝업창을 띄우고 있다. 주식대여 서비스를 등록하는 창에선 ‘수익성’과 ‘편리성’만 강조할 뿐, 유의사항은 버튼을 따로 눌러야 상세한 확인이 가능하다.
상세 유의사항을 눌러봐도 내 주식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 제일 마지막에 한 줄로 “차입자는 차입한 주식으로 결제, 헤지·차익거래, 공매도 등 다양한 운용전략을 펼칩니다”라고 설명한 것이 전부다.
‘서비스 상세보기’를 누르면 “주식매매와 추가수익을 한 번에 누리세요”라는 홍보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특히 서비스의 가입 여부를 묻는 창인데도 ‘지금 등록’과 ‘등록 건너뛰기’로 구분됐을 뿐, ‘등록하지 않음’은 선택할 수 없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무심코 ‘지금 등록’ 버튼을 누르게 된다는 게 한투연의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식대여 서비스에 대한 민원이 지속 제기되자 금융당국은 지난 2019년 10월 ‘금융투자회사의 증권 대차 및 공매도 업무처리 모범규준’을 개정했다. 주식대여 서비스는 고객과의 별도의 약정을 체결해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규정이 만들어졌는데도 고객들의 민원이 발생하는 이유는 키움 등 증권사들이 노골적으로 ‘동의’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등록을 건너뛰었기 때문에 HTS에 새로 로그인하면 주식 대여 동의창이 또 나타나게 된다.
키움증권을 이용하는 개인투자자 B씨는 “개인투자자의 계좌 개설이 활발한 키움은 보험사의 불공정거래 약관처럼 대차계약에 대한 반대 표시를 할 수 없다”며 “등록을 건너뛰더라도 지속적으로 대여서비스 신청 팝업이 뜨기 때문에 결국 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과거에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주식대여에 동의하도록 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엔 어느 정도 개선됐다”면서도 “하지만 자신의 주식이 공매도에 활용되는지 모르는 개인투자자들이 아직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식 대여는 약간의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재미는 있지만 결과적으론 소탐대실이 될 확률이 높다”며 “대여주식이 공매도 물량으로 풀리면 주가 상승을 가로막기 때문에 제살 깎아먹기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키움증권 관계자는 “계좌 개설 당시 주식대여 서비스 등록 건너뛰기를 했다면 팝업이 또 뜨진 않는다”며 “다만 MTS 앱을 다시 설치했을 경우 팝업이 다시 나타날 수 있으며, 서비스 안내 차원에서 해당 절차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들에게 주식대여 서비스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는 표현의 차이일 뿐, 건너뛰기는 등록안함과 같은 것”이라며 “차입된 주식은 공매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운용전략에 쓰이게 된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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