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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르노삼성자동차···‘살아남은 자의 슬픔’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데스크칼럼]르노삼성자동차···‘살아남은 자의 슬픔’

등록 2021.03.22 10:03

수정 2021.03.22 15:09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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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물론 나도 알아, 그게 행운이었다는 것을..
내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 말야.
지난밤 꿈에 친구들이 내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지.
“독한 놈이 살아남는 거야” 그때 난 내가 미워 졌어.

독일의 극작가이자 시인인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그의 시집 ‘살아남은 자의 슬픔’를 통해 미국 망명 중이던 1944년 그가 이미 겪었던 나치와 15년의 망명 생활을 통해 살아왔던 암울한 시대를 증언했다.

그는 시를 통해 2차 세계대전의 참상과 후유증, 살아남은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자기혐오를 정리하며 고통의 시간을 대변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지금 르노삼성자동차의 현주소다. 올 초 8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거둔 르노삼성자동차는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코로나 19 이후 완성차 업계에서 처음으로 실시되는 희망퇴직이다.

고정비 절감과 수익성 개선을 위해 ‘서바이벌 플랜’을 시행하고 2019년 3월 1일 이후 입사자를 제외한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2월 26일까지 희망퇴직을 받았다.

희망 퇴직자에게는 법정 퇴직금 외에 근속연수에 따라 사무직의 경우 6~24개월 치, 생산·서비스 직군의 경우 15~36개월 치 급여를 특별 위로금으로 지급한다.

또 자녀학자금으로 자녀 1인당 1000만원, 신종단체상해(의료비) 보험, 차량 할인 혜택, 장기근속 휴가비 지원, 전직지원서비스 등을 제공하는데 희망퇴직 시 받게 되는 모든 처우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인당 평균 1억8000만원, 최대 2억원이다.

르노삼성 서울 사무소와 부산공장 근로자들은 이달부터 희망퇴직 대상자가 줄줄이 회사를 떠났다. 곳곳에 빈자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들이 회사를 위해 불태웠던 노력과 땀 그리고 애사심은 고작 특별 위로금과 자녀학자금으로 맞바꾸어 회사 밖으로 내몬 것과 다름없다.

어제까지 같이했던 동료가 짐을 싸고 나가는 모습을 봐야 하는 살아남은 자의 상실감은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다.

남은 자들은 희망 퇴직자를 위해 그 어떤 말도 해줄 수가 없다. 그저 떠나는 이들과 과거 업무를 통한 영웅담을 안주 삼아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옛 추억을 나누는 것뿐이다.

르노삼성의 희망퇴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리바이벌 플랜’ 시행하며 약 900여명의 희망퇴직자를 받았고 이후 올해 다시 ‘생존’을 이유로 서바이벌 플랜 카드를 꺼냈다.

말 그대로 내수와 수출에서 판매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다. 글로벌 최고의 내구성과 품질을 자부하는 르노삼성이 왜 이토록 고전하는 이유는 뭘까.

업계 다수의 관계자들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르노삼성의 취약한 부분은 대대적인 마케팅 부재로 지목했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이슈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고질적인 문제라는 것.

오로지 중형 SUV QM6, 중형세단 SM6, 소형 SUV급 XM3에 의존할 뿐이다. 르노삼성이 공을 들이고 있는 이들 차종은 현대차와 기아, 쌍용차, 한국지엠 또한 경쟁 모델을 내놓고 있어 시장만 치열할 뿐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13년 박동훈 전 르노삼성 사장 재직 당시 빛나던 시기가 있었다. 한정 판매로 수입 소형 디젤 모델인 ‘QM3’를 통해 국내 젊은 층을 공략했다. 박 사장은 내수 시장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1000대 한정판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예약판매 7분 만에 1000대가 판매 완료됐고 예약 주문만 3000대를 넘어섰다. QM3는 수입차임에도 2000만원대 초반이라는 가격을 공개하면서 화제가 되었고 르노삼성 브랜드가 국내 자동차 시장 화두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부산을 연고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롯데자이언츠와의 협업도 흐지부지되며 지역에서도 외면받는 기업으로 추락하고 있다. 향토 기업의 장점인 지역 기반 마케팅 실패 또한 풀어야할 과제다.

르노삼성은 히든카드가 절실하다. 박동훈 전 사장을 이을 흥행메이커가 나서야 할 때다. 르노삼성 브랜드를 다시 부흥시키기 위한 아이콘을 만들어야 한다. 그 답은 르노삼성이 잘 알고 있다. 또다시 살아남은 자들에게 슬픔의 시간을 전가할 수 없다.

뉴스웨이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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