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이달 말 대기업집단에 쿠팡 지정 예정‘美 국적자’ 김범석 의장, 총수 지정 논란 여전법률상 명확한 규정 없는 ‘동일인’ 제도에 난감‘金 지분 80%’ 쿠팡, 실적 99% 국내에서 창출
19일 공정위에 따르면 오는 30일 쿠팡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쿠팡의 지난해 자산은 약 5조7000억원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인 자산 5조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대기업 집단 지정 시 김 의장이 ‘총수’로 지정되느냐이다. 재계가 동일인에 민감한 것은 기업의 실질적인 지배자로 각종 책임 주체인 것은 물론, 기업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또 동일인에 따라 특수관계인과 총수 일가 사익 편취 제재 대상 회사 등이 모두 달라진다.
쿠팡의 창업자는 김 의장으로 실질적 오너로 통한다. 공정위는 그간 국내에서 지분구조 등 경영 지배력을 기준으로 총수를 결정해왔다. 단순 지분으로만 보면 김 의장은 10.2%를 보유한 3대 주주지만, 차등의결권을 가진 ‘클래스B’ 주식을 단독으로 가지고 있어 의결권은 76.6%에 달한다. 만약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과 배우자가 공시 의무대상이 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외국인이 총수로 지정된 사례는 없는 만큼, 미국 국적인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총수없는 대기업에 지정된 한국GM과 에쓰-오일 등은 쿠팡과 비슷하게 ‘외국법인 지배’라는 이유로 총수 지정에서 제외됐다.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자회사(A.O.C)가 최대주주이지만 동일인은 에쓰-오일, 한국지엠도 최대주주는 미 제너럴모터스(GM)이지만 동일인은 한국지엠이다.
외국인이 오너라는 점에서는 쿠팡도 같아 보이지만 법인 측면에서는 엄연히 다른 꼴을 띄고 있다. 한국GM은 미국 본사의 지배를 받지만 전세계에 해외법인을 두고있다. 그러나 쿠팡은 영업의 99%가 한국에서 이뤄지는 사실상의 국내 기업이다. 또한 쿠팡은 김범석 의장이 80% 가까운 의결권을 가진 공고한 1인 지배 체제다.
이런 이유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익편취 여부를 둘러싸고도 입장이 갈린다. 동일인 제도는 친족경영, 순환출자 등으로 얽힌 한국식 재벌 규제에 맞춘 제도로 최근 성장한 IT기업에는 맞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시민단체는 사익편취를 막기 위해 쿠팡의 총수 지정이 강력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재계에서도 쿠팡을 총수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하는 것은 외국인에 대해 특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측은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법적근거라도 있느냐”고 반발했다.
실제 총수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법령 등 외부에 명시된 기준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총수의 직간접 지분율과 경영 활동서 드러나는 영향력을 근거로 공정위 자체적으로 ‘사실상 지배’ 여부를 심사해 지정해 왔다는 의미다.
공정위 측은 이번 쿠팡 사례를 시작으로 총수 지정에 대한 법률 재검토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IT 대기업이라고 사익편취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동일인 제도는 공정위도 오래 고민하고 있는 부분인 만큼 관련 제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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