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유작’ 잠실 아시아선수촌 지구단위계획 화제열람해보니 임대밭, 일단 받아들이되 일부 내용 변경 요구 1·2인→3~4인 가구로, 전용면적(40㎡미만)도 확장 제안수요맞춤형 주거단지 조성도 형평성 논란, 재산권 침해분양+임대 ‘소셜믹스’ 정책도 실현 불가능, 삭제 요구해‘불필요한 기반시설’ 오해의 소지 있는 문장도 수정돼야
29일 본지가 아시아선수촌 지구단위계획 결정 안에 대한 주민 의견들을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1~2인 가구 대신에 3~4인 가구를 위한 특성화주택을 공급(임대주택)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기존 지구단위계획 내용에 있는 생활권 수요에 대응하는 1~2인 가구를 위한 특성화주택 공급을 유도하자는 안을 일부 변경 혹은 수정한 것이다.
또 1~2가구를 위해 전용면적 40㎡ 미만의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도 기재됐는데, 이 역시도 확장하자고 요구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지구단위계회구역의 생활권은 1~2인 가구보다는 3~4인 이상의 가구를 위한 주택이 필요하고, 설사 1~2인 가구를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전용면적 40㎡ 미만의 주택은 주거질이 현저히 낮으므로 그 크기를 넓힐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자료를 작성한 주민 대표는 “실제 송파구의 1인 가구 비율은 27.3%로, 이는 서울시 전체 평균 33.4%를 훨씬 밑도는 수치”라며 “노인을 위한 1~2인 가구도 마찬가지인데, 송파구의 고령인구비율 은 14.2%로, 서울시 전체 평균 16.2%를 훨씬 밑도는 수치”라고 전했다. 즉 청년과 노인을 위한 1~2인 가구의 필요성이 높다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설령 1~2인 가구를 위한 주택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전용면적 40㎡ 미만 은 1~2인 가구를 위한 충분한 크기가 아니다”라며 “이는 양질의 주택이라고 할 수 없고 실제 거주 만족도가 매우 떨어진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맞지 않다는 지적인데, 2020년 11월 19일 정부가 발표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에 따르면 아파트 전세수요를 분산시키고자 더 넓은 평형의 품질 좋은 주택을 전세형으로 집중 공급하기 위해 기존 공공임대 면적 상한을 60㎡에서 85㎡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가구배치 관련한 내용은 전부 삭제 요구키로 했다. 현재 지구단위계획에 있는 도면에는 노인가구형을 공원 근처로 배치하고 청년가구형을 상업가로변에 배치하도록 돼 있는데, 이는 형평의 원칙에 어긋날 뿐더러 정당성·객관성도 없으므로, 삭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민 대표는 “이는 지나친 사유재산 침해”라며 “임대주택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당초부터 재건축시 아파트 소유자들 간의 동 평형·배정은 매우 까다로운 부분이다. 예를 들어, 한강변의 조망권, 공원 조망권, 지하철역의 근접성 등에 따라 집값은 수억원 차이가 날 수도 있고, 이로 인해 재건축 과정에서 동·평형 배정 및 배치에는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과정이 빈번해 소송 등의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매우 많았다”라고 전했다.
이번 지구단위계획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인 분양세대와 임대세대와의 혼합 ‘소셜믹스(Social Mix)’ 또한 당초 실현될 수 없는 정책이라며 아예 삭제 요구키로 했다. 현행 법령상으로도 현실적으로 아파트 한 동에 층별, 라인별 무작위로 기존 분양세대와 임대세대를 섞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불필요한 기반시설(도로도로, 공원 등) 기부채납을 지양하고 공공임대주택 적극적 공급 유도’라는 원문 내용도 아예 삭제하거나 ‘기반시설이 충분할 경우에 한해 공공임대주택을 통한 기부기부채납’으로 내용을 변경하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해당 내용 자체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불명확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또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는 1986년에 준공된 만큼, 지구단위계획이 말한 것처럼 기반시설 또한 충분하게 설치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 곳 아파트단지에는 그 흔한 어린이집, 공공 체육시설, 종합의료시설 등이 존재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다른 아파트단지에 비해 오히려 기반시설이 현격히 부족한 상태다.
아시아선수촌 주민들은 이러한 의견들을 취합해 조만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넘길 계획이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제26조제1항제2호)에 따르면 기존 지구단위계획구역 내의 일부 토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기 위한 주민제안을 하려는 경우에는 변경하려는 부지 면적의 3분의 2 이상의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받으면 가능하다. 서울시는 주민 의견과 관계 기관 등의 의견을 청취하고 보완 절차를 거쳐 이르면 6월께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심의 후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해당 주민은 “주민들의 반발이 심한 상황이지만 지구단위계획이 나온 것만으로 재건축을 향한 일보 전진이라는 것에 큰 의의가 있고, 이 기회를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것이 아시아선수촌의 지구단위계획 안은 오세훈 서울시장 때가 되서야 최근(4월22일)에 발표됐는데 공공성을 강화하는 내용들이 많이 포함돼 있어서 시장의 반응은 의아해했다. 한강변 35층룰 폐지와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내세운 오 시장의 정책 기조와는 조금 엇박자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 오 시장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대한 의지를 담긴 내용을 발표했는데 “기부채납 비율을 높이거나 임대와 분양의 조화로운 소셜 믹스를 구현하는 등 공공기여와 사회적 기여를 높이는 단지에 대해서는 재건축 우선 순위를 부여할 것”이라며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계획 결정 또한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또 추가 용적률 제공, 층수기준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지원하겠다”라고 내용이었다. 아시아선수촌의 지구단위계획 핵심 내용과 많이 유사하다. 당초 아시아선수촌의 지구단위계획 안은 박원순 전 시장의 작품으로 알려진데다 ‘공공성’ 또한 강조해 박 전 시장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며 오 시장이 이제 와서 발표한 것에 대한 많은 의문이 제기됐었다. 아시아선수촌 주민들은 이러한 서울시의 정책 기조를 이미 의식했는지 “재건축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아마 공공성 확보 압박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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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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