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슨·노키아·화웨이 장악한 유럽 통신시장 뚫어美버라이즌·日NTT 도코모 이어 유럽서 5G 첫 성과업계 “5G 영미 주도 움직임···안보 고려한 거래” 평가
이번 수주는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에 속한 네트워크사업부가 오는 22일 5G 신기술과 신제품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시장의 관심을 키우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영국 보다폰이 5G 이동통신망 장비 공급업체로 삼성전자를 선택했다고 14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다폰은 영국 런던에 본사가 있으며 매출액 기준 세계 2위 이동통신 사업자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미국 버라이즌, 일본 NTT 도코모등과 5G 장비 수주 계약을 맺어왔으며, 유럽 업체와 손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유럽 진출 교두보를 확보한 삼성이 에릭슨·노키아를 빠르게 추격할 거란 평가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주목해 온 5G 사업에서의 투자 성과가 유럽에서도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보다폰이 삼성전자와 손잡은 배경은 영국 정부가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5G 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하고, 기존 장비도 2027년까지 교체 명령을 내린 데 따른 대응 차원이란 업계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5G 장비 시장은 화웨이 등 미국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중국 기업 제품을 배제하는 정책인 ‘5G 클린 네트워크’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에 클린 네트워크 동참을 요구하고 있는 시점이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3월 미국 인공지능국가안보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는 첨단 통신 5G를 넘어서 6G까지 가치 사슬을 동맹국 기업과 만들어 간다는 방향성과 정책이 세세하게 나와있다”며 “(삼성 보다폰 수주) 첨단산업 주도권을 영미권이 다시 가져가기 위해 안보적 요소를 많이 고려한 거래”라고 분석했다.
유럽 통신장비 시장은 5G 장비시장 ‘빅3’인 에릭슨, 노키아, 화웨이 등이 점유율을 확고히 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빅3 업체의 5G 통신장비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78%이며 삼성전자는 10%대로 4위에 올라있다.
업계에선 이번 수주가 조 단위 사업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버라이즌 수주 때보다 계약 금액이 낮고 공시 의무 대상은 아니어서 공개는 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직전사업연도의 매출액 5%를 넘는 수주인 경우 의무공시 대상이다. 그 미만은 자율공시여서 기업들이 반드시 공시할 필요는 없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미국 1위 통신사업자이자 이동통신 매출 기준 세계 1위 기업인 버라이즌과 5G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계약 금액은 단일 수출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인 8조원 규모에 달했다. 계약 기간은 2025년 말까지다. 버라이즌 수주 성과를 통해 삼성전자는 미국 5G 통신장비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 3월에는 일본 최대 통신사 NTT도코모와 5G 이동통신 장비 공급 계약을 처음 맺으며 일본 이동통신 시장에서 입지 강화에 나서게 됐다. 삼성전자는 이전까지 일본 2위 통신사업자인 KDDI에만 통신 장비를 공급해왔다.
NTT도코모는 지난해 말 기준 일본 내 82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3월부터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5G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8년 8월 바이오·전장·인공지능(AI)과 함께 5G를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는 사업부문이다. 2019년부터 네트워크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전경훈 사장은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수주 확대를 통해 에릭슨, 화웨이 등 경쟁사를 제치고 시장을 선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이달 22일 ‘삼성 네트워크: 통신을 재정의하다’라는 주제의 온라인 행사에서 삼성의 차세대 네트워크의 진화 방향을 소개한다. 전경훈 사장이 직접 5G 신기술, 6G 등 네트워크사업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설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lennon@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