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 경쟁률 243대1···IPO 대어 중 최저 수준기관 20%는 밴드 하단 아래로···‘고평가’ 꼬리표의무보유확약 12%대···대량 매물 출회 가능성↑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희망밴드(40만~49만8000원) 중 가장 높은 49만8000원으로 확정했다. 확정공모가 기준 공모금액은 4조3098억원으로 지난 2010년 삼성생명(4조8881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시가총액 역시 24조3512억원으로 상장 후 엔씨소프트를 누르고 게임 대장주에 오를 전망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수요예측에 국내 대형 기관투자자나 해외 연기금 등 장기 투자 성향의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했다”며 “글로벌 게임 분야 투자자들도 펍지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세계관 확장과 신작 흥행 가능성에 큰 기대를 보였다”고 밝혔다.
◇수요예측 경쟁률 243대1···기관 20%는 밴드 하단 제시=역대급 공모자금을 끌어모은 크래프톤이지만 수요예측은 사실상 흥행 참패에 가깝다. 크래프톤의 수요예측 최종 경쟁률은 243대1로 집계됐다. 2주간의 수요예측 기간 내내 흥행 부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에선 최종 경쟁률이 400~500대1 수준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이보다도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은 올해 IPO 대어들 가운데 가장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SKIET(1883대1), 카카오뱅크(1733대1), SD바이오센서(1144대1) 등 대어급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올해 신규 상장사 중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0대1을 넘지 못 한 회사는 크래프톤을 포함한 4곳 뿐이다.
수요예측에서 희망밴드 하단 이하를 제시한 기관의 비중도 이례적으로 높았다. 참여 기관 투자자의 20.6%(참여건수 기준)는 희망밴드 최하단인 40만원 이하로 적정 공모가를 제시했다. 밴드 최하단 101건(16.3%), 최하단 미만 27건(4.3%) 등이었으며 가격을 제시하지 않은 미제시도 172건(27.7%)에 달했다.
국내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통상 수요예측에서의 가격 미제시는 밴드 상단 초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크래프톤이 낮은 경쟁률에도 공모가를 최상단으로 확정한 데에는 가격 미제시 물량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공모가 하단 비중이 상당했다는 점은 크래프톤에 대한 기관들의 평가가 극과 극이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기관 의무보유 확약 비율 12% ‘최저’···주가 변동성 커질 듯=기관 투자자의 의무확약 비율도 저조했다. 크래프톤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전체 건수 대비 12.88%인 80건에 그쳤다. 수량 기준으로도 22.05%에 불과했다. 상반기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85.26%), SKIET(57.9%)는 물론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낮다는 지적이 나왔던 카카오뱅크(41.27%)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마저도 해외 기관은 미확약 물량이 98%에 육박하며 사실상 확약 물량이 전무했다. 해외 기관의 미확약 물량은 총 2억132만8969주로 전체의 98.12%에 달했다. 확약 물량은 1개월 340만1801주(1.66%), 3개월 46만4727주(0.22%) 등 1%대에 그쳤다. 이는 SK바이오사이언스(62.6%), SKIET(36.6%), 카카오뱅크(13.4%) 등의 해외 기관 확약 비중보다도 턱없이 낮다.
해외 기관 배정 물량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상장 초기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수요예측에서 해외 기관은 전체(11억5732만7497주)의 17.7%인 2억519만5497주를 배정받았다. 국내 기관의 미확약 물량을 포함해 총 9억213만9969주가 상장 당일 유통가능물량으로 풀릴 수 있는 만큼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의 공모가는 상장 시점 또는 직후 투자하려는 투자자 입장에선 꽤 타이트한 수준이다. 상장 후 유통시장에서의 추가 투자 여부는 상장 직후 주가 패턴에 따라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며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후 상한가) 혹은 상당 수준 급등한다면 밸류에이션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허지은 기자
hur@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