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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만에 ‘빚투’ 소비자경보···뒷북 울린 금감원

[여의도TALK]1년 반 만에 ‘빚투’ 소비자경보···뒷북 울린 금감원

등록 2021.09.28 14:54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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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 규모 1년 6개월째 증가세···이제야 소비자에 위험 고지증권업계 “이미 자체 대출한도 조절 중···리스크 문제 없다”은행 이어 증권사도 대출 압박?···‘보여주기식’ 경보 지적도

1년 반 만에 ‘빚투’ 소비자경보···뒷북 울린 금감원 기사의 사진

금융당국이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신용거래(빚투자)’에 소비자경보를 발령했습니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이들의 투자 규모가 급증하면서 투자자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소비자경보를 통해 위험을 알리겠다는 설명인데요. 이미 개별 증권사들이 대출 한도조절을 해온데다 빚투자 증가세가 벌써 1년 6개월째 이어지고 있어서 ‘늑장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어제(27일) 주식신용거래에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하고 13개 증권사의 리스크담당임원(CRO)을 모아 긴급회의를 개최했습니다. 금감원은 해당 회의에서 증권사의 신용융자가 향후 증권사 건전성에 부담이 되고 시장리스크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며 신용공여와 관련한 리스크 관리 강화와 선제적 한도관리를 당부했다고 밝혔습니다.

주식신용거래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가 상승시 투자원금(시드)이 클수록 수익률이 높아지기 떄문에 통상 신용거래는 상승장에서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가가 하락할 경우 돈을 빌려준 증권사가 보유 주식을 강제 처분하는 반대매매로 큰 손실을 입을 위험도 있습니다.

금감원이 주식신용거래에 대해 소비자경보를 발령한 건 2012년 관련 제도가 도입된 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금감원은 “최근 신용거래가 단기간에 빠르게 증가한 가운데 올해 8월에는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로 인한 반대매도 증가로 투자자 손실이 크게 증가했다”며 소비자경보 발령 배경을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빚투자 규모는 벌써 1년반째 증가세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빚투자 규모를 의미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해 3월 6조6000억원대를 기록한 뒤 매월 사상 최대치 행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미 시장 안팎에선 지난해부터 빚투자 경고등이 계속해서 제기돼온 상태였죠.

오히려 올해 들어선 작년보다 증가 속도는 둔화된 모습입니다. 지난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0조1000억원에서 19조2000억원으로 90.1% 늘어난 반면 올해는 21조원으로 시작해 이달 25조3000억원대로 20.5%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아직 올해 4분기가 남아있긴 하지만 금감원의 소비자경보 시점이 다소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간 개별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대출 한도 조절에 나섰다는 점도 의아함을 키웁니다. 자본시장법상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은 자기자본의 200% 이내로만 신용공여를 내어줄 수 있습니다. 실제 올해 들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신규 신용융자 거래를 일시 중단한 바 있다.

자기자본 3조원 미만의 중소형 증권사들 역시 자체 기준을 마련해 신용공여 관리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도가 소진되면 신규 대출을 일시 중단하고 일부가 상환되면 서비스를 재개하는 식으로 자체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해온거죠.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이 증권사 13곳의 CRO들을 불러들여 생색내기에 나섰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습니다.

금감원의 빚투자에 대한 ‘뒷북’ 경보는 최근 정부의 대출 조이기 기조와 무관하지 않아보입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내년에도 대출 총량 규제를 펼치겠다며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지난달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조이기가 도미노처럼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규제의 다음 타깃이 증권업계가 된 것일 수도 있겠죠. 당국의 기조에 발맞춰 ‘보여주기식’ 경보를 발령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1년 반만에 갑자기 울린 빚투자 경고등. 사실 무리한 신용거래를 규제하는건 금융당국의 당연한 책무 중 하나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가 그랬고, 2003년 신용카드 사태가 그러했듯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들의 몫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국의 경고가 ‘뜬금포’로 들리는건, 그만큼 금융당국이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씁쓸한 오늘입니다.

뉴스웨이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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