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고 파이터와 싸우라니···개미 보호 뒷전공매도와 주가 등락 상관없다며 개선 요구 왜곡 의무상환기간·증거금율 등 통일···처벌 강화 시급
이 자료에는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투자 접근성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제도개선을 지속해 나가겠습니다”라는 설명이 담겼습니다.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참여 확대를 ‘제도 개선’으로 판단하는 듯합니다. 정말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를 늘리는 게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에 도움이 되는 걸까요?
지난 2019년 국내 주식시장에서 거래된 공매도 거래대금은 총 103조4900억원에 달했는데요. 이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의 비중은 약 99%, 나머지 1%만이 개인투자자들의 몫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불공평’하다고 평가하긴 어렵습니다. 애초에 개인투자자들은 자금력과 정보력 면에서 매우 열세라 공매도로 수익을 내는 건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금융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투자 톱10 종목(17일 기준)은 카카오, HMM, SK바이오사이언스, 삼성바이오로직스, SK이노베이션, SK케미칼, 네이버, 삼성엔지니어링, LG화학, 삼성SDI입니다. 이 가운데 주가 하락으로 공매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던 종목은 단 3곳뿐이었습니다. 반면 기관투자자들의 공매도 대금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7곳의 주가가 내렸습니다. 명백한 기관투자자의 승리죠.
공매도는 일반적인 주식투자보다 리스크가 훨씬 더 큽니다. 주식을 대여받은 당일 하한가에 매도해 상한가로 마치고 그 다음날도 상한가를 친다면 손실액은 투자원금을 넘어서게 되죠. 또 매도 주식의 가격 변동으로 담보유지비율이 일정비율 이하로 하락할 경우 담보의 추가납입이 없으면 증권사의 임의 반대매매가 이뤄집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공매도가 개인투자자의 투자기법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는데요. ‘보호’ 의무가 있는 개인투자자들을 오히려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생각을 뿌리칠 수가 없습니다.
특히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 투자패턴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일단 이들은 개인투자자들과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물량의 현물 주식을 손에 쥐고 있는데요. 이 현물을 시장에 대거 내다 팔면 주가는 급락하게 됩니다.
이때 공매도 투자자들은 공매도로 빌린 주식을 매도해 수익을 가져가고, 저점에서 다시 현물을 사들입니다. 이는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호가를 낼 수 없는 ‘업틱룰’ 규정을 빠져나가기 위한 일종의 꼼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수익을 위해 시세조종성 거래를 하고 있다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니죠.
특히 기관과 외국인은 사실상 무기한으로 공매도할 수 있지만 개인에게만 의무 상환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또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담보비율은 140%에 달하지만 외국인·기관은 105%에 불과합니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적은 비용을 들여 주가가 떨어질 때까지 ‘존버’하기만 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앵무새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제도운영은 금융선진국과 거리가 멉니다. 당장 미국만 해도 우리나라와 같은 기관투자자의 무기한 대차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기관의 공매도 증거금율도 개인투자자와 같은 150%입니다.
불법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처벌도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입니다. 미국은 무차입 또는 결제불이행에 대해 500만달러(약 59억원) 이하의 벌금 또는 20년 이하의 징역을 내립니다. 프랑스는 무차입 공매에 대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과 함께 1억유로(약 1379억원) 또는 이득의 10배까지 벌금을 부과하는데요. 반면 우리나라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불법 이익의 3∼5배를 벌금을 내리는 게 전부입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등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단 한 번도 공매도 참여 확대를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불법·편법 공매도로 손해를 입지 않도록 공정한 룰을 만들어달라는 동학개미들의 목소리를 이런 식으로 왜곡하는 건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한답시고 개인투자자의 공매도를 확대하는 건 명백한 오판입니다. 프로 격투기 선수와 초등학생을 같은 링 위에 올리는데, 경기 규정은 오히려 초등학생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합니다.
기관과 외국인 수급이 절실하던 IMF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고 코스피지수는 어느덧 3000선을 훌쩍 넘겼습니다. 국내 증시의 성장을 견인한 투자 주체는 ‘동학개미운동’으로 상징되는 개인투자자들이죠. 금융당국은 외국인이 떠나갈까 전전긍긍하며 눈치만 볼 게 아니라 개인투자자 보호조직 신설 등 ‘공정한 주식시장 만들기’에 앞장서주길 바랍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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