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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한항공-아시아나 ‘조건부 승인’···찜찜한 이유

오피니언 기자수첩

[이세정의 산업쑥덕]대한항공-아시아나 ‘조건부 승인’···찜찜한 이유

등록 2021.12.30 13:49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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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공정위 발표를 바라본 기자들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전원회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된 결과가 아니고, 검토한 내용에 불과합니다. 부실한 내용도 불만을 고조시키는 대목입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공포한 ‘연내 심사 마무리’를 지키는데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대한 최종 심사 ‘보고서’를 29일 발표했습니다. 모두가 예상한대로 내년 초 열리는 전원회의 안건으로 ‘조건부 승인’ 안건을 상정하고, 양대 항공사 합병은 해를 넘기게 됐습니다.

앞서 대한항공은 올해 1월 공정위를 비롯해 총 9개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을 대상으로 기업결합을 신청한 바 있습니다. 각국 승인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지만, 마지막 능선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합병을 위한 핵심 ‘열쇠’를 쥔 공정위 결론이 예상보다 늦어진 탓입니다.

당초 공정위는 지난 6월에 독과점 관련 연구용역을 끝내고,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10월까지, 또다시 연말까지 두 차례나 연장했습니다. 올해가 끝나기 전 조건부 승인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는 점만으로 매우 비약적인 진전입니다.

공정위는 두 항공사 통합으로 경쟁 제한성이 발생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재 공정위는 1개 사업자의 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사업자의 점유율이 75% 이상일 경우 독과점으로 규정합니다.

우선 두 항공사의 운수권 대신, 슬롯(이착륙 허용능력)을 뺏기로 결정했습니다. 슬롯 반납 기준은 ‘통합항공사가 보유한 국내 공항 슬롯 중 경쟁 제한성이 추정되지 않거나 점유율 증가분을 해소하는 수준’이라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참으로 애매모호한 문구입니다.

이와 함께 운임인상 제한과 공급 및 서비스 축소를 금지시키기로 했습니다. 또 항공비자유화 노선에 한해 잔여 운수권이 없어 진입하지 못하던 신규 항공사가 요구할 경우, 통합항공사 운수권 회수해 재배분하기로 했습니다. 관련법령상 반납 운수권은 국내 항공사에만 다시 줄 수 있는 만큼, 외국항공사 배불리기에 대한 우려는 내려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통합항공사에 크게 불리하지 않아 보이는 내용들입니다. 국내 대형항공사(FS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2곳 뿐입니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은 저비용항공사(LCC)입니다. LCC들의 주력 운용 기종은 일본이나 중국, 베트남 등 단거리에 특화돼 있습니다.

최근 들어 일부 LCC에서는 중장거리용 기재를 도입하고 있지만, 최대 운항거리를 고려해도 동유럽이나 중앙아시아에 만족해야 합니다. 인기 여행지인 서유럽이나 미주 지역은 그림의 떡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신생 LCC인 에어프레미아는 궁극적으로 북미 노선 취항을 희망하지만, 이곳은 항공자유화로 무제한으로 항공기를 띄울 수 있습니다.

결국 운수권 반납은 독과점 논란에 대해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일종의 계산된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슬롯을 반납하더라도 재확보하는 것은 비교적 무난합니다. 국토교통부가 인천국제공항 슬롯이 집중된 오전 8시 전후나 오후 6시 전후로 슬롯을 회수한다면, 통합항공사는 비교적 슬롯이 여유로운 새벽시간대를 요청하면 됩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봅시다. 통합항공사가 새벽시간대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슬롯을 확보하더라도, 항공기가 도착하는 해외 공항의 슬롯이 중요합니다. 만약 상대국 공항의 슬롯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공정위는 실질적으로는 해당 노선 운수권을 회수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이번 공정위 결론을 바탕으로 해외 경쟁당국에서도 슬롯 제한과 운수권 회수에 나설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됩니다. 해외 경쟁당국의 경우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한 기업이 있는 국가의 기조를 따르는게 통상적입니다. 뉴욕과 파리, 베이징 등 알짜 노선의 경우 슬롯이나 운수권을 빼앗기면 사실상 다시 얻어내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인기 노선을 따기 위한 항공사간 경쟁을 ‘혈투’에 빗대는 표현만 보더라도 체감할 수 있습니다.

해외 경쟁당국에서 통합항공사의 슬롯을 줄일 경우, 통합항공사의 수많은 항공기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해 주기장에 체류하는 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습니다. 대한항공이 항공사 대통합을 결심한 이유가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합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인력 구조조정이나 노선 통폐합이 없을 것이라는 대한항공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공정위 결론에 따라 운수권이나 공항 슬롯을 내놓는다면, 남는 인력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항공은 잔여 인력들을 모두 떠안고, 재배치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기존 업무와의 연속성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 ‘제2의 코로나’를 겪어야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옵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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