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플법·해운법 개정 난항···“공정거래법 허용 선에서 소관부처 의견 듣겠다”
앞서 공정위는 조성욱 위원장의 취임과 동시 온플법 제정에 속도를 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한 온라인 관련 법안과 비슷하게 맞물리면서 이는 주도권 싸움으로 번졌다. 공정위안과 방통위안은 둘 다 온라인플랫폼의 불공정거래를 규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공정위안은 온라인플랫폼의 입점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쟁조정협의회를 두고 동의의결 제도를 도입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방통위안은 이해관계자인 플랫폼과 플랫폼 이용사업자, 플랫폼과 최종이용자(소비자)를 종합적으로 규율하도록 했고 플랫폼분쟁조정위원회 설치와 동의의결도 규정했다.
이에 지난해 말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된 공정위의 온플법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서 심사 중인 방통위 안을 각각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각 부처는 중복 규제가 문제될 만한 세부 조항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합의해왔다. 문제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강력하게 법안 반대를 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를 포함한 다수 IT 기업이 모인 디지털경제연합(디경연)의 현 온플법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면서 법안 제정에 제동을 걸었다.
온플법 제정의 난항이 지속되면서 이는 자연스레 차기정부의 몫이 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온플법 처리를 올해 주요 업무 계획으로 꼽았다. 향후 온플법이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 부처 간 소통도 강화할 방침이다. 법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초기 시행착오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복 규제 문제 이외에도 플랫폼 시장 자체가 워낙 방대한 탓에 법안 조율도 계속해서 이뤄질 전망이다.
조성욱 위원장은 “시간이 지연될수록 영세 상공인들의 어려움과 실망감이 클 것이다”며 "지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입점업체의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기 때문에 조속히 입법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재신 부위원장 역시 “디지털 공정경제의 기본규범을 제도화하기 위해 온플법 제정과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전면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온플법 문제 외에도 해운법 개정을 두고 해양수산부와 부딪혔다. 공정위가 국내외 해운선사 운임 담합 사건에 대해 962억원의 과징금을 최종 부과하면서 소관 부처인 해수부가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면서다. 해수부는 국회를 등에 업고 선사의 모든 행위 등 모든 협약에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해운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수부는 공정위가 지난 2018년 말 해운사 담합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자마자 불만을 드러냈다. 이후 공정위가 지난 18일 해운사 23곳에 1000억원 가까운 운임담합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두 부처간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조성욱 위원장은 “공정거래법이 아닌 타 법에서 허용,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공동행위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상 그리고 그 절차상에 있어서 허용범위를 넘어서는 그런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해서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하겠다는 것을 저희가 대내외적으로 알린 사건이라는 점에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해수부는 개별적인 운임합의의 경우 신고대상이 아니기에 별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간 40년 넘게 이어져온 업계 관행을 두고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을 근거로 산업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또 선주들이 소비자인 화주들과 최초 합의한 것보다 오히려 더 낮은 운임으로 운영했기에 담합이 아니라고 해운사들의 편에 섰다.
해수부 관계자는 “공정위와 협의과정에서 어떤 결론도 난 것은 없다”며 “국회가 추진하는 해운법이 잘 통과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이다”고 유감을 표했다. 향후 공정위는 이 같은 부처 간 갈등을 좁히기 위해 소관 부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식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조 위원장은 “산업 및 시장 상황을 더 정확하고 충실하게 이해한 뒤 현안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사건 처리 과정에서 관계 부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식적 절차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부처 간 이견이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건에는 공정위가 관계 부처에 직권으로 ‘의견이나 진술을 달라’고 요청할 근거를 명확히 규정해 의견 수렴 절차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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