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산업 연평균 30% 매출 성장세SMIC, 지난해 6.5조 최대 매출···올 6조 투자화훙반도체, 파운드리 6위 도약···증설 추진업계선 "미국 제재 후 中 반도체 굴기 주춤"
중국이 미국과 한국에 이어 반도체 생산량 기준 세계 3위를 넘보고 있다. 이미 중국은 반도체 매출 단일 시장으로 가장 크다. 지난해 중국 내 반도체 매출은 27.1% 늘어난 1925억달러(약 230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26% 증가한 5559억달러(666조원)였으며 중국 내 매출이 34.6%를 차지했다.
◇끝나지 않은 중국 반도체 굴기 = 중국 반도체 굴기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 이후도 현재 진행형이다. 중국 정부의 각종 지원책에 힘입어 시설투자를 늘리고 기술 내재화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자국 업체들에 대규모 투자와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60억달러(약 31조원) 규모로 28개의 추가 신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여기엔 중국 파운드리 1위 업체 SMIC 공장 4곳이 포함됐다.
2015년만 해도 중국의 반도체 매출은 130억달러(약 15조6000억원)로 전 세계 칩 매출의 3.8%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0년 중국 반도체 산업은 30%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연간 매출액 398억달러(약 47조8000억원)에 도달했다.
중국의 반도체 매출 급성장세는 상당 부분 미·중 관계 악화 국면에서 중앙정부의 변함없는 의지와 강력한 정책 지원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기존 업계 선두주자들과 첨단 노드 파운드리 생산·장비·소재 분야에서 따라잡으려면 갈 길이 멀지만, 2020년 말 중국이 발표한 '14차 5개년(2021~2025) 계획'을 기반으로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영화 베이징대학 한반도연구소 연구원은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 "국가반도체산업투자기금 및 지방정부의 국유자산관리위원회는 반도체 기업에 많은 자금을 제공하고, 반도체 제조기업의 양적인 확장에 상당한 역할을 담당한다"며 "중국 반도체가 곧 '인해전술'로 몰려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내 반도체 회사 중에선 파운드리 1위 업체 SMIC의 성장세가 무섭다. 2000년 설립된 SMIC는 미국 제재에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 늘어난 356억3000만위안(약 6조7000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순이익은 17억달러(약 2조원)로 전년(7억1600만달러)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장 분석가들이 5G 스마트폰, 스마트 차량, 가전 제품에 대한 높은 수요가 SMIC가 기록적인 성과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SMIC는 미국 제재로 미세공정에 쓰이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구입이 어렵게 되자 구형 반도체 칩 생산에 주력하면서 매출을 늘렸다. 올해는 기존 공장 확충과 3개 공장 신축을 위해 6조원 규모 신규 투자도 예고했다. 이를 통해 월 반도체 생산능력을 8인치 웨이퍼 기준 현재 13만개 수준에서 15만개 수준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SMIC는 또 중국 내 주요 도시마다 칩 제조 공장을 새로 건설해 2025년까지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파운드리 2위 업체 화훙반도체도 눈여겨 볼만하다. 2005년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을 1년 전의 1.1%에서 2.8%까지 늘렸다. 화훙은 지난해 약 1조9000억~2조원의 매출을 올려 2020년 대비 두 자릿수 매출 성장세를 달성했다. 올해도 매출 성장세에 맞춰 증설을 진행한다. 현재 12인치 웨이퍼 월 6만5000장에서 올해 말까지 9만5000장으로 3만장 늘릴 예정이다.
◇美제재 후에도 中반도체 위협적일까 = 중국 시진핑 정부의 반도체 자립 정책이 향후 시장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2020년 미국의 본격 제재 이후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 동력은 다소 꺾였다는 게 미국 쪽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화웨이의 팹리스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은 2020년 75억달러(약 9조원) 매출을 기록했으나, 화웨이 제재 이후 지난해 매출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도체 칩 출하량 감소가 원인이었다. 특히 칭화유니그룹과 HSMC 같은 대형 반도체 회사들은 첨단 제품 프로젝트 실패에 따른 경영난으로 파산 수순을 밟았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 들어서 화웨이·SMIC·차이나텔레콤 등 59개 중국 기업 투자 금지 조치를 확대했다. 이에 중국의 반도체 자립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다는 시각도 고개를 든다.
그럼에도 중국 현지 분위기는 다른 모양이다. 중국이 반도체 장비 수급과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시진핑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조달 특혜 및 인력 확보 등을 축적할 경우 수년 뒤 한국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 이후의 변화 양상에 주목한다. 업계 일각에서 우려하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 공세가 향후 한국에 위협적인 요인으로 보기엔 제한적일 거란 분석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SIA 자료는 2020년 기준으로 미국의 화웨이 제재 이전 수치여서 시차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2016년부터 중국은 공장 건설 등 투자는 많이 했는데 성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핵심 기술은 미국이 다 갖고 있어서 미국이 적극적으로 제재를 하는 이상 중국이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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