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5월 말부터 지배구조보고서 개정안 시행기업 지배구조 변경 추진 시 주주 소통 의무 따라야내부거래·자기거래 내용도 주주 대상 설명 의무화CEO 승계 프로그램 관련 내용도 보고서 세부 명시
아울러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나 경영진·지배주주 등과 자기거래를 할 때 이사회에서 이를 포괄적으로 승인했을 때도 이를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것이 앞으로 불가능해지며 주주들에게 거래 관련 내용과 사유를 반드시 설명해야 하는 의무도 생긴다.
또 앞으로 상장사의 최고경영자가 경영권을 승계하고자 할 때 임기 만료에 앞서서 CEO 승계 절차에 대한 각종 정책 내용을 문서로 만들어서 이를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반드시 명시하도록 하는 의무조항도 마련됐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고 6일 밝혔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쪼개기 상장'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다.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 현대중공업,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IET 등 유력 대기업들의 자회사들이 모회사 주주들의 동의 없이 분할과 상장을 진행했다.
이 때문에 모회사 주주들은 주가 하락으로 인해 적잖은 손해를 입었고 일부 주주들은 쪼개기 상장을 법적으로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금융당국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 개정은 이와 같은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일부 반영하고 기업에게도 자발적으로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줌으로써 규제의 강도를 조절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물적분할 등으로 기업의 소유구조가 바꾸고자 하는 경우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는 모회사 소액주주를 보호할 방안이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무조건 담겨야 한다.
일례로 최근 지주회사를 출범시킨 포스코가 자회사 물적분할 후 재상장을 하려면 주주들의 특별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규정을 명시한 바 있는데 앞으로 모든 상장사들이 이 전례를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주들의 특별 동의는 대체로 그 요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앞으로는 주주들의 소통 없이는 '쪼개기 상장'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개정안에 따르면 회사 소유구조나 주요 사업 내용을 변경하고자 한다면 소액주주 의견을 반드시 수렴해야 하고 반대 주주의 권리 보호 등 주주 보호 방안을 스스로 마련하고 이에 대한 세부 실천사항까지 기술해야 한다.
아울러 제대로 공개되지 못해서 주주들이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힘들었던 계열사 내부거래와 경영진·지배주주와의 자기거래 내역과 배경도 앞으로 기업이 주주들에게 스스로 설명하도록 했다.
그동안 내부거래와 자기거래는 대부분 이사회의 사전 의결과 기업 내부의 포괄 의결만으로 이뤄져 정보가 외부로 공개되지 못했고 결국 주주들은 이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주주들도 해당 거래에 대한 정보 파악이 가능하게 됐다.
일부 금융회사가 선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CEO 승계 프로그램에 대한 규정도 명문화된다. 달라지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는 CEO 승계 프로그램 수립과 승계 프로그램 운영주체, 승계 후보자 선정·관리·교육 등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내용이 명확히 기재돼야 한다.
현재까지는 상법과 정관상의 대표이사 선임 절차만 보고서에 쓰도록 했지만 대부분 형식적인 기재가 많았고 '깜깜이'로 CEO 선임이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는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가 없는 자산규모 1조~2조원의 기업도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무조건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면서 해당 상장사의 지배구조보고서에는 감사위원회 설치 계획이 명시돼야 한다.
한국거래소와 상장사협의회는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안에 대한 안내와 교육을 오는 4월 말까지 시행한 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제출 시한인 오는 5월 말부터 새로운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적용할 방침이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 이후에는 한국거래소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개정된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공시현황을 점검해 우수공시법인에 대해서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유예 등의 혜택을 줄 계획이다.
아울러 보고서 제출 시한을 어기거나 허위 공시, 공시 누락을 한 경우에는 거래소의 정정공시 요구,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벌점 등의 제재가 부과된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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