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22년 만에 그룹 계열사 명칭 '다올'로 변경달라진 주력사업·지배구조···"이름 바꿀 때 됐다" 실적 성장세 이어가며 계열사간 시너지 강화할 듯이병철 회장·최석종 부회장은 사내이사 재선임
KTB금융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KTB투자증권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전경련회관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사명 변경 안건 등 모든 의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앞서 지난 21일에는 KTB네트워크가 정기주총을 통해 '다올인베스트먼트'로 사명을 바꿨다.
사실상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KTB투자증권이 '다올'로 이름을 바꾸면서 주요 계열사들의 이름도 일제히 KTB를 떼어냈다. 최근 인수한 유진저축은행은 다올저축은행으로, KTB자산운용은 다올자산운용으로 새 출발하게 됐다. 이밖에 프라이빗에쿼티와 신용정보, 다수의 해외 계열사들의 사명에도 KTB 대신 '다올'이 붙는다.
다올금융그룹의 사명 변경에는 이병철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는 일마다 복이 온다'는 뜻을 지닌 다올은 이 회장이 부동산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써온 이름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04년과 2006년 각각 다올부동산신탁과 다올자산운용을 세우고 '부동산 금융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국내 최초의 민간 부동산신탁회사인 다올부동산신탁과 부동산전문자산운용사인 다올자산운용은 성공가도를 이어가며 2010년 하나금융지주에 팔렸다. 회사 매각 이후 하나금융의 부동산그룹장을 맡았던 이 회장은 독립 후 부동산 투자회사인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면서도 '다올'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업계 일각에선 다올금융그룹의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감안할 때 사명 변경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영화 된지 20년이 넘었고 주력 사업이 증권업으로 바뀐 상황에서 과거의 사명을 이어갈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KTB는 과학기술처 산하 국영기업 시절인 '한국종합기술금융'의 약자다.
한국종합기술금융의 전신인 한국기술개발은 지난 1980년 정부가 국내기업의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기업이다. 1992년 한국종합기술금융으로 간판을 바꾼 뒤 2000년 민영화되면서 'KTB네트워크'로 사명을 변경했다.
다올금융그룹은 2008년 금융위원회로부터 증권업 전환허가를 승인받아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한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을 말소하고 증권업으로 주요 영업을 변경했다. 영문으로 줄인 'KTB'라는 이름만 빼고 회사의 주요사업과 지배구조 모두 바뀌었다는 이야기다.
벤처캐피털 전문회사로 시작한 다올금융그룹은 물적분할된 다올투자증권을 중심으로 금융계열사를 꾸준히 늘려왔다. 회사는 '종합금융그룹'에 걸맞은 새로운 사명과 CI로 도약의 전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연결기준) 1761억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지난해엔 저축은행을 인수하며 사업구조를 다각화했고, 계열회사인 다올인베스트먼트도 성공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데뷔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올해는 사명과 CI를 새롭게 단장하고 경쟁력 있는 종합금융그룹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주주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식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환원정책도 적극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린 다올투자증권의 주총에선 이병철 회장과 최석종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도 통과됐다. 이창근 각자 대표이사와 투톱 체제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이 회장은 올해도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는데 집중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사외이사로 선임된 박찬수 고려대 교수는 마케팅 전문가로서 신규 사명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이상무 에스엘플랫폼 대표와 기은선 강원대 교수도 각각 글로벌 경영과 회계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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