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연내 0.25%포인트씩 최소 세 차례 추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2.25%까지 끌어올리고, 이에 영향을 받은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약 13년 만에 7%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대출자 입장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작년 8월 이후 올해 말까지 약 1년 6개월 새 불어나는 이자만 2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대출자는 당장 낮은 금리를 좇아 변동금리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3∼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0.25∼0.50%에서 0.75∼1.00%로 0.50%포인트 인상했다.
22년 만의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일 뿐 아니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몇 차례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이 논의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추가 빅 스텝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골드만삭스는 파월 의장의 언급 등을 바탕으로 연준이 5, 6, 7월 세 차례 빅 스텝 이후 인상 폭을 0.25%포인트로 줄이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2023년 2분기 최종적으로 미국 기준금리는 3∼3.25%에 이를 것으로 봤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미국의 긴축 속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 5%대에 근접한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할 때 한은 금통위도 연내 최소 세 차례 정도는 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JP모건의 경우 한은이 5월을 포함, 추가로 네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2.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전망대로 한은이 연말까지 세 차례만 0.25%포인트씩 올려도 현재 1.50%인 기준금리는 연말 2.25%로 0.75%포인트 높아진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은행 등 금융기관의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결국 금융기관이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금리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천862조1천억원, 이 가운데 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만 1천755조8천억원에 이른다.
같은 시점(작년 12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중 변동금리 비중은 76.1%인데, 은행 외 금융기관의 변동금리 비중도 같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0.25%포인트)만큼만 올라도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조3404억원(1천755조8천억원×76.1%×0.25%)이나 불어난다.
지난해 8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처음 0.25%포인트 올린 뒤 같은 해 11월, 올해 1월과 4월에 이어 연말까지 세 차례 더 0.25%포인트씩 인상하면, 작년 8월 이후 약 1년 5개월간 늘어나는 이자만 23조3828억원(3조3404억원×7)에 이를 전망이다.
앞서 한은은 작년 9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각 0.25%포인트, 0.5%포인트 인상될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2020년 말과 비교해 각각 3조2000억원, 6조4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도 289만6000원에서 각각 305만8000원, 321만9000원으로 16만1000원, 32만2000원 뛴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0.50→2.25%) 인상에 따른 1인당 이자 부담 증가액은 112만7천원 정도로 예상된다.
더구나 최신 가계대출 잔액 통계와 변동금리 비중 등을 반영하면 이자 부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대출금리 올해만 1.6%p↑···7%대 코앞인데 고정금리 비중은 20% 밑으로
기준금리가 현재(1.50%)보다 0.75%포인트 올라 올해 말 2.25%에 이르면, 이미 6% 중반에 이른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도 7%대를 훌쩍 넘을 가능성이 커진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6일 기준 연 4.020∼6.590% 수준이다. 작년 말(3.600∼4.978%)과 비교해 올해 들어 5개월여 사이 상단이 1.612%포인트나 높아졌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지표로 주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2.259%에서 3.618%로 1.359%포인트 치솟았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채를 포함한 채권시장 금리는 미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전망 등이 반영되면서 빠르게 올랐다.
신용대출의 경우 현재 3.768∼4.940% 금리(1등급·1년)가 적용된다. 지난해 12월 말(3.500∼4.720%)과 비교해 하단이 0.268%포인트, 상단이 0.220%포인트 높아졌다.
KB국민은행 여신 부문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올해 2.00% 이상으로 오르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최고 7%대에 도달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5대 시중은행 중 A은행의 내부 주택담보대출 금리 통계를 보면, 2007년 9월 7%를 넘어 2008년 12월 8.4%로 정점을 찍고 2009년 다시 7%대로 내려왔다.
A은행 관계자는 "2010년 코픽스 체제 이후로는 아예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를 넘은 적이 없었다"며 "2015년 5∼6%대가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결국 올해 하반기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예상대로 7%를 넘어서면, 2009년 이후 무려 13년 만에 다시 7%대에 진입하는 셈이다.
이처럼 당분간 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일반적으로 대출자는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를 선호하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3월 은행권의 신규 취급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은 19.5%로 2월(22.1%)보다 오히려 2.6%포인트 더 떨어졌다.
당장 고정금리가 0.6%포인트 가까이 높기 때문인데, 금리 상승기가 시작된 만큼 1년 이상의 장기 대출이라면 고정금리가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정성진PB는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3차례 정도 더 인상할 것"이라며 "향후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둔다면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게 낫다"고 권했다.
김경원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자산관리(WM) 전문위원 역시 "대출금리가 향후 오르게 되면 주담대의 경우 신용등급에 따른 금리 상단은 연 7%선 위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라면서 "신규대출을 받을 때 고정금리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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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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