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 형상의 버티컬 타입 라디에이터·좁은 그릴 눈길플랫한 대시보드·공조 장치 단순화...시인성 확보 주력강인하고 묵직한 외관 달리 주행감 경쾌· 승차감 안정고속주행 중 반 박자 늦은 가속과 제동 인지는 단점
쌍용차는 5일 인천 영종도 네스트 호텔에서 '토레스' 미디어 쇼케이스를 열고 차량 시승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공개 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토레스는 듣던대로 화려하고 웅장했다. 둥글고 곡선형의 부드럽게 떨어지는 요즘 트렌드와 달리 길고 사각 테두리 형상의 딱 떨어지는 이미지는 쌍용차의 옛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차량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좌우하는 전면부에선 성벽을 연상케 하는 버디컬 타입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시선을 장악한다. '그릴이 넓어야 정통 SUV'라는 고정관념을 완벽히 깨버린 전면부 라인은 굵은 선의 후드 캐릭터와 만나면서 성난 인상을 배가시킨다.
토레스의 가장 큰 특징은 측면과 후면에서도 전면부의 강인한 이미지가 전달된다는 점이다. 각진 형태의 휠 아치 가니쉬는 무거워 보이는 전체적인 이미지의 날렵함을 부여한다. 또한 후면 오버행을 길게 뺀 반면 전면부 오버행을 짧게 잡아 차량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가중시킨다. 실제로 주행 중인 토레스의 측면과 후면을 보면 저속 주행임에도 꽤 속도감이 있게 달린다는 느낌이 든다.
내부는 화려한 외관과 달리 심플하다. 대시보드를 일직선으로 구성하면서 차량 내부 이미지도 사각 테두리 형상을 반영했다. 딱딱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이유다. 대시 보드 중앙에는 12.3 인치의 센터 디스플레이가 배치돼 있다. 여기에는 다기능 인포콘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에는 정통 SUV가 종종 부착하는 나침반을 디지털화 해 적용했다.
눈에 띄는 건 센터콘솔과 센터페시아에 힘을 많이 뺐다는 점이다. 센터콘솔에 흔히 있는 물리적 버튼을 모두 없애고 8인치의 버튼리스 디지털 통합 컨토롤러를 탑재해 차량 내 심플한 이미지와 탑승자들의 편의성을 극대화 시켰다. 센터페시아의 높이를 낮춘 것 역시 특이점이다.
D컷 형태의 스티어링 휠도 눈길이 간다. 이는 평평한 대시보드와 어울려 운전자의 시야를 단조롭게 한다. 토레스는 대시보드를 일자로 구성하는 대신 계기판을 상대적으로 작게 만들었는데 시각적으로 D컷 형태의 스티어링 안에 계기판 정보가 눈에 모두 들어오면서 계기판을 작게 만든 데 따른 불편함을 최소화시켰다.
중형 답게 실내 공간은 여유가 충분했다. 전체적으로 2열까지 구성돼 있는데 2열엔 성인 3명이 타고 남을 정도로 공간이 넉넉했다. 특히 2열 시트는 리클라이닝 시트가 적용돼 앞에 다소 플랫(Flat)했던 운전석과 보조석과 달리 푹신함이 느껴져 장거리 이동 또한 차박 시에도 안락함이 충분해 보였다.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여행용 손가방) 4개를 수납하고도 여행용 캐리어를 추가로 실을 수 있는 여유로운 703ℓ(VDA213 기준/T5트림 839ℓ)의 공간을 자랑한다. 2열 폴딩 시 1,662ℓ 대용량 적재가 가능해 캠핑 및 차박 등 레저 활동에도 공간성이 뛰어나다. 러기지 트레이는 파티션 구획을 넓게해 수납 공간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하다.
이날 토레스 시승 구간은 인천 영종도 네스트 호텔에서 송도 포레스트 아웃팅스까지 왕복 약 86km에 걸쳐 진행됐다. 무더운 날씨 탓에 에어컨 기능도 유심히 살펴 봤는데 송풍구는 얇았지만 바람 세기는 제법 강했다. 토레스의 에어컨은 센터페시아 중앙에도 설치 돼 있어 더운 날 차량 내 에어컨 효과가 차량 곳곳으로 금방 전달됐다.
출발 시 주행감은 꽤 경쾌하다. 코란도와 동일한 1.5 가솔린 터보엔진 장착됐고, 공차 중량도 코란도 모델보다 훨씬 무겁지만, 출발에서 가속으로 붙는 힘이 버겁지 않고 매우 매끄럽다. 기존 모델 대비 출발 시 엔진 토크 성능을 10% 늘린 결과다. 승차감도 매우 안정적이다. 높은 중량의 무게를 서스펜션이 탄탄하게 받쳐주면서 속도감이 차량 구석구석에 분산되는 느낌을 받았다.
토레스에는 직렬 4기통 1.5ℓ 가솔린 터보 단일 엔진을 얹었는데 토크는 최대 28.6kg·m, 최고출력 170마력의 성능을 발휘한다.
그러나 무게감 때문인지 고속 주행 중 가속 반응은 느리다. 주행 중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반 박자 늦게 속도가 붙는다. 물론 가속이 인지된 후 뛰쳐 나가는 펀치력은 매우 강하다. 실 운행구간(60~120km)의 가속 성능도 5% 향상시켰기 때문이다. 고속 주행 시에는 제동력도 한 박자 느린 편이다. 제동을 인지하기 까지 좀 오래 밟고 있어야 한다. 달리는 힘, 차체에서 주는 무게감을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되는 부분이다.
외부의 소음은 적절히 잘 잡혔다. 차체연결 각 부분에 구조용 접착제를 사용해 강성을 증대했고 노면과 바람, 우천 시 소음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차체 하부와 루프 등에 흡음재를 적용한 결과다.
토레스에는 능동형 주행안전 보조기술인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IACC)을 포함하는 첨단 주행안전 보조 시스템 딥컨트롤(Deep Control)이 탑재, 고속 주행에서도 앞차와의 안정적 거리 유지를 도왔다. 차로 변경 시 후측방 차량과의 충돌 위험을 경고해 주는 후측방 경고(BSW)와 사고를 방지하는 후측방 충돌보조(BSA) 기능까지 적용돼 있다. 특히, ESP 기능 중 새롭게 추가된 다중충돌방지 시스템(MCB)은 1차 사고로 운전자가 차량제어가 불가능할 경우에 자동으로 10초간 브레이크를 작동하여 추가 상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
쌍용차는 한땀 한땀 공을 들인 토레스의 가격을 2740만원과 3020만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경쟁 모델인 현대자동차의 '투싼'이나 기아의 '스포티지'보다 다소 저렴한 수준이다. 중형 SUV로 국내 독보적인 정통 SUV 디자인과 성능을 갖췄음에도 한껏 낮춘 가격은 쌍용차의 절박함을 대변한다.
쌍용차는 토레스의 캐치프레이즈로 '세상에 없던 SUV'를 내걸고 있다. 토레스, 세상에 나오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 했다.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lsy@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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