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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치킨은 마트에 손님을 정말 빼앗겼을까

ㅇㅇㅇ그 후

프랜차이즈 치킨은 마트에 손님을 정말 빼앗겼을까

등록 2022.08.11 07:40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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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당당치킨' 인기에 대형마트 초저가 치킨 줄줄이 선봬마트 '가성비' VS 프랜차이즈 '품질·다양성' 차별화 포인트 달라

홈플러스가 물가안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내놓은 6990원 '당당치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홈플러스 한 매장에 당당치킨이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홈플러스 제공홈플러스가 물가안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내놓은 6990원 '당당치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홈플러스 한 매장에 당당치킨이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홈플러스 제공

홈플러스가 물가안정 프로젝트 일환으로 '당당치킨'을 선보인지도 1달가량이 지났습니다. 당당치킨은 6990원 '초저가'를 내세우면서 벌써 30만 마리가 팔렸는데요. 당당치킨의 인기에 경쟁사들도 초저가 치킨 판매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이마트는 7월부터 9980원 '5분 치킨'을, 롯데마트도 오는 11일부터 7000원으로 할인된 '한통치킨'을 판매합니다.

대형마트의 초저가 치킨 열풍은 지난 2010년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이 인기를 끌면서 시작됐습니다. 프랜차이즈 치킨이 1만2000원가량이던 때 롯데마트는 한 통에 5000원인 통큰치킨을 판매하다가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에 8일 만에 판매를 종료했습니다. 이후 롯데마트는 창립 기념 세일 행사 때 '큰 치킨', '통큰치킨' 등 초저가 치킨을 간헐적으로 내놨습니다.

초저가 치킨은 일주일 정도 한정 수량이 판매되는 할인 행사에서 종종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은 한 달이 넘도록 판매가 이어지고 있죠. 각종 커뮤니티와 개인 블로그 글을 통해서도 당당치킨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이전부터 대형마트는 델리 코너에서 치킨을 판매했습니다. 가격은 대개 치킨 프랜차이즈보다는 저렴한 1만원대 초반대로 책정했죠. '마감 할인'을 노리면 8000원대에도 치킨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유독 당당치킨이 주목을 받을까요. 마트 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의 '대결 구도'도 더욱 심화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업계는 이 현상이 현재의 고물가 상황과 연관이 깊다고 해석합니다. 최근 기후위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대외적 요인으로 원재룟값은 급등했습니다. 지난달 농산물 물가 상승률은 8.5%로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6.3%)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국제곡물관측 7월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식용 곡물 수입단가지수는 184.8로 2분기(163.0)보다 13.4%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사료용 곡물 수입단가지수는 178.4로 전망돼 2분기(158.5) 대비 12.5%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곡물 가격이 높았던 시기(3∼6월)에 구입한 물량이 3분기에 도입되기 때문입니다. 또 대미환율 상승 영향 등으로 전 분기 대비 수입단가가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밀 수입단가가 오르면 밀가루를 주원료로 쓰는 업체의 부담이 커지게 되고 옥수수 수입가격 상승은 사룟값 상승으로 이어져 축산물이나 육가공품 등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외식업계와 식품업계의 고민이 깊어지는 게 당연합니다. 이미 대부분의 업체가 원재룟값과 물류비 등 제반 비용 상승을 이유로 몇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소비자들의 부담과 피로도 또한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입니다.

게다가 외식업계는 배달비 이슈도 있죠. 배달 앱 수수료와 배달비 인상 영향으로 치킨 한 마리를 시키려면 2만원이 넘는 돈을 지출해야 합니다. 소비자들은 치킨 가격과 배달비를 하나로 묶어 인식하게 됐고요. 급기야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오마주한 '치킨 불매' 포스터까지 등장했습니다. 아직은 도래하지 않은 '치킨값 3만원 시대'라는 문구까지 더해서요.

당당치킨은 이런 시기를 영리하게, 아주 잘 파고들었습니다. 고물가 시대에 따른 소비 양극화 현상과 치킨값에 대한 거부감을 짚어내 재빠르게 초저가 치킨을 내놓았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그래픽=뉴스웨이 5픽뉴스 소셜 캡처그래픽=뉴스웨이 5픽뉴스 소셜 캡처

그렇다면 마트 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이 실제로 '대결 구도'를 형성해 프랜차이즈 치킨을 주문하던 소비자들이 마트 치킨으로 확연히 옮겨갔을까요. 업계는 "두 치킨은 경쟁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타깃이 다르기 때문이죠.

앞서 이야기한 대로 마트 치킨은 '가성비'가 소구 포인트입니다. '가격' 대비 맛이 좋다는 점이 마트 치킨의 가장 큰 강점이죠. 장을 보러 간 김에 치킨을 사 올 수도 있고 치킨을 사러 간 김에 장을 볼 수도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치킨의 강점은 맛과 다양성입니다. 마트에서 당일에 조리하고 당일에 판매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주문하고 나서 조리를 시작하는 프랜차이즈 치킨과는 차이가 있을 겁니다. 프랜차이즈 치킨을 먹는 이유는 갓 튀긴 치킨을 집까지 배달해주기 때문이죠. 게다가 프랜차이즈 치킨은 마트 치킨보다 종류가 다양합니다.

여론이 "마트 치킨이 비싼 프랜차이즈 치킨보다 훨씬 낫다"와 "그래도 맛을 생각하면 프랜차이즈 치킨"으로 갈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서로 추구하는 소비가 다를 뿐입니다.

치킨은 배달 앱에서도 가장 많이 시켜 먹는 배달음식으로 꼽힐 만큼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입니다. 가장 많이 소비되는 배달음식인 만큼 가장 눈에 띄고 또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감도도 높은 편입니다. 가공식품 중에서는 라면과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프랜차이즈 치킨이 지속해서 같은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가격까지 저렴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그렇지만 모든 외식업체가 그렇듯 치킨 업체도 원가 상승의 압박을 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업체들의 가격 인상을 무조건적으로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을 고려해보면 치킨 가격이 오른 것을 두고 마냥 서민 음식의 배신으로 치부하기에도 무언가 찝찝해집니다.

어찌 됐든 마트 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 중 어떤 치킨을 먹을 것인가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선택 사항입니다. 두 치킨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업체들도 원하는 방향이 전혀 아니겠지요.

얼마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마트에서 초밥 판다고 일식집에서 시위하는 걸 봤느냐"라는 글을 봤습니다. 만약 프랜차이즈 치킨이 마트 치킨에 밀린다면 정말로 두 제품이 '경쟁 상대'고, 프랜차이즈 치킨은 경쟁력이 없다는 뜻일 겁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타깃이 다르다고 말할 정도의 차별성은 분명히 있어 보입니다. 그렇기에 프랜차이즈 치킨을 선택하는 소비자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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