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 깨고 낙농진흥회 결정 전에 원윳값 인상
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유업체, 낙농가와 함께 낙농제도 개편을 마무리한 후 올해 원유가격 조정을 시작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서울우유가 원료비 인상을 이유로 우유 판매가격을 올리면 소비자 물가부담이 커지는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는 지난 16일 대의원총회를 열고 낙농가에 월 30억원 규모의 목장경영 안정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유업계는 서울우유가 낙농가에 지불하는 원윳값을 사실상 L(리터)당 58원 인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매해 8월 1일부터 조정되는 원유 가격은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공식화하는데 올해는 관련 논의가 시작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낙농진흥회는 유제품의 수급조절 등을 위해 설립된 기구로 매해 원유 생산량의 약 3분의 1을 사들인 후 유업체 등에 공급한다. 낙농진흥회로부터 원유를 직접 사지 않는 유업체들도 이 기구가 결정한 원유 가격을 대체로 준용한다.
서울우유도 원유를 낙농진흥회로부터 수급하지는 않아도 낙농진흥회의 결정 가격을 적용해왔지만, 올해는 사실상 '나홀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서울우유는 사룟값 증가에 따른 조합원의 생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이번 조처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서울우유의 원윳값 인상을 편하게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다.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비롯한 낙농제도 개편을 완수한 후 새 제도에 따라 올해 원유가격을 조정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란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눈 뒤 음용유값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값은 더 낮게 책정하는 제도다.
정부는 작년부터 현행 원유가격 결정 체계인 '생산비 연동제'를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실제 도입될 경우 국산 가공유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향상되고 우유 자급률도 높일 수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낙농가 단체인 한국낙농육우협회가 농가 소득 감소가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유업체는 대체로 정부안에 찬성해왔다. 유업체로서는 가공유 구매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낙농가들을 설득해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업계에 일괄적으로 도입할 계획 이었는데 서울우유가 이번에 현행 구조하에서 가격을 일방적으로 조정한 것이다.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보는 18일 브리핑을 열고 "서울우유의 결정이 아쉽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서울우유에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강제로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의 다른 유업체의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 낙농진흥회를 통해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희망하는 조합·유업체를 중심으로 제도 개편작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 다.
서울우유를 정책 지원 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박 차관보는 "최종 결정은 나지 않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서울우유를 다른 조합이나 농가와 똑같이 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앞으로 정책 지원에서 차등을 둘 수 있다고 서울우유에도 전한 바 있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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