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물가·금리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까지 치고 오르자 당국의 개입 강도가 점차 독해지고 있다.
18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지난주 후반 달러 거래를 하는 외국환은행들에 주요한 달러 매수·매도 현황과 각 은행의 외환 관련 포지션에 대해 보고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 빈도는 매시간으로, 사실상 실시간 보고를 의미한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외환당국 관계자들이 은행에 개별적으로 전화를 돌려 구두로 이런 요청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의 이같은 요청은 시장에선 불필요하게 달러를 사들이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예상보다 높았던 미국의 소비자물가와 이번주 미국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나타나는 원/달러 환율 급등 분위기를 틈타 환투기를 하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이 지난 15일 1,400원에 육박한 이후 점차 실력 행사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이날 오후 1시께 외환당국은 "최근 대외요인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 내 쏠림 가능성 등에 대해 경계감을 갖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구두 개입 메시지를 냄과 동시에 10억달러 가까운 달러 매도 개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1,397.9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채 40분이 되지 않은 시간 동안 1,391원 초반대까지 밀렸다.
당국이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치고 오르는 상황을 일단 진화한 것이다.
이날 오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발언도 뒤늦게 회자되고 있다.
추 부총리는 환율 관련 질의를 받고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을 저희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과도하게 불안해하실 필요는 없지만, 저희도 이런 현상을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발언했다.
환율 관련 발언을 극도로 자제하는 추 부총리가 1,400원을 앞두고 시장 개입에 앞서 방향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환율이 치솟는 과정에서 당국이 팔짱을 끼고 있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면서 "당국은 불안심리가 확산할 경우 적절한 시장안정조치를 취하고자 한치의 소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은 16일에도 이어졌다.
전날 미국 시장 불안 등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1,399.0원으로 개장했지만 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서며 1,395원선 안팎으로 끌어내렸다.
여타 아시아 통화가 이날 오전 약세를 보인 상황에서 원화만 잘 버틴 것이 결국 당국의 개입에 따른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왔다.
장 막판에는 원/달러 환율을 아예 1,388.00원까지 끌어내려 버렸다. 오후 3시 이후 30분 동안 낙폭이 10원 가까이 됐다. 시장에서는 이날도 당국이 10억달러 이상 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의 이런 움직임은 일종의 종가 관리에 속한다. 최근에는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 수준을 넘어 1,400원 선에서 밀어내기식 개입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당국이 1,400원선 진입을 막겠다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불안심리 확산을 차단하고자 일단 시장 개입이라는 특단의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당국의 시장 개입이 이른바 '킹달러'(달러 초강세)로 요약되는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당국의 개입은 결국 시장 심리와 싸움"이라면서 "현 상황에서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는 수준에서 개입이지 특정 레벨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봐야 소용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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