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선택 아닌 필수...대기업, 로드맵 설정 및 이행 '속도' 현대차, 수소차 개발 및 양산 성공...포스코,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집중 한화, 태양광 투자 확대...두산·현대重, 국내 해상 풍력 사업 '드라이브'
올해 9월 말 기준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은 25곳이다. SK그룹이 지난 2020년 계열사 6곳을 국내 최초로 RE100에 가입시켰고, 지난해 한 곳을 더 추가로 늘리면서 국내 4대그룹 중 가장 많은 계열사가 가입한 그룹이 됐다. 현대차그룹도 지난 4월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위아이 RE100 가입을 마쳤고 삼성전자와 LG그룹, 롯데그룹도 주력 계열사를 앞세워 RE100 이행을 선언했다. 이들은 수소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활용 계획에 대한 'RE100 로드맵'을 설정하고 대규모 예산을 편성,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투자가 활발한 분야는 '수소'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시장 수소 규모는 오는 2050년 약 12조 달러(약 1경70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고자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주목하고 있다. 2026년까지 수소 생산과 운송·저장 등에 80억 달러(약 11조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최근 발효된 IRA에도 수소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가 반영됐다.
이러다 보니 국대 대기업들은 거액을 투입해 첨단 수소 개발 및 밸류체인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SK·포스코·한화 등이 수소부문 투자한 규모는 약 50조원으로, 당초 계획한 43조원을 훌쩍 넘겼다.
현대차의 경우 1998년부터 수소연료 기술 개발에 착수, 2013년 국내 최초 수소차 투싼을 양산했고, 5년 뒤 넥쏘를 선보였다. 넥쏘는 내수에서만 1만대 돌파를 앞두고 있고, 해외 시장에선 부동의 시장점유율(59.7%)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넥쏘 후속 모델과 더불어 수소 연료 전지를 선박이나 트램, UAM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한 오는 2030년까지 11조원을 투자해 수소연료 70만 개를 생산할 계획이다.
포스코그룹도 RE100 실천을 위해 석탄 대신 수소로 철강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환원제철은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하는 게 특징이다. 쇳물 생산을 위해 석탄을 태우는 과정이 생략되는 만큼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포스코는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2030년 사업장 감축 △10% 및 사회적 감축 △10%, 2040년 △50%,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바 있다.
태양광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특히 미국 정부가 IRA를 실행하면서 태양광 부문 지원액을 300억달러(약 40조원)로 책정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혜택이 예상된다. 또한 미국이 중국산 장비 의존도를 낮추면서 한국 기업들의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부인 한화큐셀은 2024년까지 최대 18억달러(약 2조 4000억원) 규모의 태양광셀·모듈 공장을 미국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국 내 태양광 생산 거점을 보유한 한화큐셀은 지난 2019년부터 2019년부터 조지아주 돌턴의 2만7000㎡ 규모 공장에서 연 1.7GW 규모의 태양광 모듈을 생산해왔다.
국내에서는 한화솔루션케미칼 부문에서 GS에너지와 태양광 모듈용 시트의 핵심 소재인 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EVA)를 생산하는 합작회사를 전남 여수산업단지에 설립한다. 양사가 5900억원을 투자해 에이치앤지케미칼을 설립하고 오는 2025년 9월부터 연산 30만t을 목표로 EVA를 생산할 계획이다. 한화첨단소재도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경량복합 소재 사업과 태양광 필름 소재 사업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현대차는 국내 최대 생산시설인 울산공장에는 태양광발전 설비를 구축한다. 내년 9월 설비를 완공해 이 공장 태양광발전 용량을 현재 9㎿에서 15㎿로 늘린다. 10㎿ 규모로 설치된 충남 아산공장의 태양광 시설도 증설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는 연구시설 등에 현재 562㎾인 태양광발전 용량을 3㎿ 규모로 증축할 계획이다.
풍력에 대한 투자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국내 해상 풍력시장에서 우위를 다지기 위해 지난 6월 글로벌 해상풍력 1위인 독일의 지멘스가메사(SGRE)와 손을 잡은데 이어 이어 이달 초에는 덴마크 국영 에너지기업 '오스테드'와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두산에너빌리티는 오스테드가 진행하는 동남아, 아태지역, 유럽 등 전 세계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풍력발전기의 하부구조물인 '모노파일(Monopile)'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모노파일은 대형 후판(두꺼운 철판)을 용접해 만든 원통형 구조물로, 해수면 아래 지반에 설치해 해상풍력발전기를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현대일렉트릭은 올해 초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에너지 자회사인 리뉴어블에너지(Renewable Energy)와 손잡고 12~15MW급 해상풍력 터빈 국산화에 나섰다.
LS전선은 해저 광케이블 사업에 특화된 KT서브마린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해상 풍력발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육지로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초고압 해저케이블 설치가 필수. KT서브마린은 해저케이블 설치와 유지·보수, 해양구조물 설치 등을 주력하고 있는 해저 시공 전문 기업이다. GS글로벌의 자회사인 GS엔텍도 지난 7월 해상풍력발전 하부 구조물 세계 1위 선도업체인 네덜란드 'Sif'와 손잡고 해상풍력발전 하부 구조물 사업에 뛰어들었다.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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