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 고유 체크무늬 지키기 사활 국내 패션기업과 소송전, 내년부터 교복 디자인도 변경
그러나 166년 역사의 버버리가 체크무늬만 고집한 것은 아니다. 과감한 혁신을 시도하면서도 전통을 지키는 데 소홀히 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고군분투한 노력이 독보적인 명품 브랜드로서 명성을 만든 것이다.
버버리는 2000년대 중반 말을 탄 기사 문양과 창업자 토머스 버버리가 흘려 쓴 서명을 새로운 브랜드 로고로 변경했다. 버버리의 상징이었던 체크무늬 비중은 전체 상품의 10% 이하로 낮추는 모험을 감행했다.
이 같은 전략 변화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상실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월스트리트 저널은 "체크무늬 브랜드가 너무 노출돼있어 회사 비즈니스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이 포함됐다"며 "버버리의 체크무늬를 모방한 '짝퉁'이 전세계적으로 애용되고 있는데 쐐기를 걸려는 계산도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브랜드 가치가 급속히 추락한 시점은 2000년대 초반으로 전해진다. 코카인에 중독된 미국의 한 여배우가 버버리 제품으로 온 몸을 감싸고 다니는 모습이 대중에게 노출되고, 영국 훌리건(경기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극성 축구팬)이 버버리를 그들의 상징적 아이템으로 사용했던 시기와 맞물린다. 이 무렵부터 버버리의 체크무늬는 차브(Chav)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차브는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은 계층이 향유하는 반사회적 하위문화를 의미한다.
디자인 변화, 디지털 전환 등 대대적 변신을 꾀한 버버리는 가장 세련되고 역동적인 브랜드로 재탄생했다. 2008년 회계연도 기준 사상 최초로 매출 10억파운드를 돌파했으며, 4년 만인 2012 회계연도에는 매출 20억 파운드를 기록하며 성장질주를 달렸다.
버버리 체크무늬 가치를 되찾기 위한 노력도 병행됐다. 국내에서 체크무늬 전쟁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11년부터다. 버버리는 지난 1990년 후반 특허청에 고유의 체크무늬 상표등록을 마쳤으며, 국내 패션기업과의 상표권 침해 관련 소송전을 이어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3년 LG패션(현 LF)의 브랜드 닥스와 법적 분쟁을 빚은 일이다. 당시 버버리는 닥스가 판매한 체크셔츠를 문제 삼았다. 법원은 LG패션이 버버리에 3000만원을 배상하고 버버리는 제조·판매 금지 등 다른 청구를 포기하도록 하는 강제조정을 결정했고 양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에 따라 일단락됐다. 이듬해에는 속옷 전문업체 쌍방울이 판매하는 속옷과 잠옷에 사용된 체크무늬가 자신들의 디자인을 도용한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가장 최근에 불똥이 튄 곳은 국내 교복업체다. 버버리는 지난 2019년 버버리 체크무늬와 유사한 디자인을 사용한 국내 교복 제작업체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문제를 제기했다. 교복 소매나 옷깃, 치마 등에 유사 체크무늬를 사용한 학교는 전국 200여곳으로 전해진다.
한국학생복산업협회는 버버리 측 한국 대리인과 협의를 거쳐 버버리 체크와 유사한 패턴을 사용한 원단을 2023년부터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19 유행과 맞물려 올해까지 버버리 체크무늬 사용을 양해 받은 것이다. 이에 현재 재학생까지는 이미 구매한 교복을 입을 수 있지만 내년 신입생부터는 상표권 문제가 없도록 새로 디자인된 교복을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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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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